저커버그가 ‘메타 컴퓨트’ 깃발 급히 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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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멘로파크=AP/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b3b7502b-afb0-418f-8734-7a7adc3871d3.jpeg)
마크 저커버그 메타(Meta) CEO는 2주 전 자사 SNS ‘스레드(Threads)’에 글을 올려 ‘메타 컴퓨트(Meta Compute)’라는 새로운 ‘최상위(Top-level) 이니셔티브’를 출범한다고 발표했다. 이 조직은 회사 최고위 임원들이 직접 이끈다. 이번 발표는 메타가 ‘AI 인프라 공룡’이 되겠다는 의지를 다시 못 박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에서 결코 ‘들러리’로 남지 않겠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메타 컴퓨트는 메타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을 선도할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막대한 연산 자원, 즉 기가와트(GW) 단위의 컴퓨팅 파워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기가와트는 수십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로, 메타는 이런 수준의 전력·연산 자원을 전제로 장기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저커버그는 “메타는 이번 10년 동안 수십 기가와트를, 시간이 지나면 수백 기가와트 이상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 인프라를 어떻게 설계하고, 투자하고, 파트너십으로 구축하느냐가 전략적 우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조직 아래에서 저커버그는 메타의 베테랑 임원 산토시 자나르단(Santosh Janardhan)이 기존처럼 기술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맞춤형 칩, 그리고 방대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의 건설·운영을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니엘 그로스(Daniel Gross)는 ‘장기전’을 맡는다. 그로스는 지난해 여름 저커버그가 영입한 핵심 AI 인재로, 전 오픈AI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와 함께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를 공동 창업했던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새 그룹은 몇 년 뒤 메타가 얼마나 많은 연산 자원이 필요할지, 어디에 지을지, 희소한 칩과 에너지를 어떻게 확보할지, 그리고 이런 베팅이 사업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모델링할지에 집중한다.
저커버그는 또 메타의 사장(president) 겸 부회장(vice chair)으로 디나 파월 맥코믹(Dina Powell McCormick)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각국 정부와 파트너십을 맺어 데이터센터를 ‘자금 조달하고 배치(금융·인허가·구축)’하는 역할이다. 파월 맥코믹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전략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deputy national security advisor for strategy)’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일부 메타 관측통에게 ‘메타 컴퓨트’ 발표는 의아했다. 메타는 이미 거대한 AI 인프라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메타는 1년 전 루이지애나 북동부에 ‘하이페리온(Hyperion)’ 부지 공사를 시작했다. 400만 제곱피트(약 37만㎡) 규모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다.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맨해튼 남부(로어 맨해튼)와 맞먹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진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런 규모의 사업을 이미 진행 중인데, 왜 갑자기 ‘새 최상위 조직’을 만들어 다시 선언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다.
무어 인사이트 앤드 스트래티지(Moor Insights and Strategy) 설립자 겸 수석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Patrick Moorhead)는 “처음엔 고개가 갸웃해졌다”고 말했다. 그의 해석은 이렇다. ‘메타 컴퓨트’ 메시지는 실제 실행 조직이라기보다 투자자와 직원에게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메타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오픈AI, xAI 등이 이끄는 ‘AI 인프라 상위 클럽’에서 여전히 진지한 경쟁자임을 보여주는 선언이라는 얘기다. 무어헤드는 “메타가 ‘이게 우리의 롤아웃 전략’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보우 리버 캐피털(Bow River Capital)의 릭 피더슨(Rick Pederson)도 이번 발표가 “메타가 구글·오픈AI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의식한 대응이라고 봤다. 그는 “AI, 연산능력, 인프라 구축에 관한 초점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의도를 설명하기 위한 방식”이라며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비슷한 조직이 있을 텐데, 저커버그가 이를 기회 삼아 정의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피더슨은 메타가 지난해 AI 인프라에 700억 달러(약 70조 원대) 이상을 썼고, 향후 2년간 추가로 6000억 달러를 쓸 계획이라고 언급하면서도, 구글과 오픈AI 역시 ‘그 이상’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우리가 얼마나, 어떻게 갈지’의 설명이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혀 놀랍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오픈AI에서 인프라 정책 총괄을 지냈고 자문사 아페이로(Apeiro)를 설립한 레인 딜그(Lane Dilg)는 “메타는 인프라를 단순 비용센터가 아니라 ‘투자 포트폴리오’로 두 배로 걸고 있다”고 말했다.
AI 붐이 가속화되면서 메타는 데이터센터, GPU, 전력 계약, 맞춤형 칩을 더 이상 제품을 뒷받침하는 ‘배관(plumbing)’으로만 보지 않는다. 전략 자산으로 취급한다. 기술기업이라기보다 자본 배분자(capital allocator)에 가까운 방식이다. 딜그는 “메타는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투자 플랫폼들과도 경쟁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했다.
이 맥락에서 다니엘 그로스를 공동 리더로 세운 것도 자연스럽다는 해석이 나온다. 딜그는 “AI 네이티브(AI-native)·에이전트형(agentic) 플랫폼을 구축한 경험과, 연산 자원(컴퓨트) 전문성이 결합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로스가 NFDG 공동 투자자 냇 프리드먼(Nat Friedman·현재 메타 제품 총괄)과 함께 ‘안드로메다 클러스터(Andromeda Cluster)’라는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4000개 이상의 GPU를 묶은 연산 자원 ‘비축(stockpile)’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를 포트폴리오 기업에 시세보다 낮게 제공했던 프로젝트다.
그로스는 최근 X(구 트위터)에 “딥러닝, 공급망, 원자재(commodities), 반도체, 주권(sovereigns), 에너지, 엑셀, 예측 시장, 상황 모니터링 등 배경을 가진 인재를 채용한다”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메타가 전력과 하드웨어 비용 변동성에 ‘헤지(위험회피)’하고, 기술만이 아니라 에너지 시장·공급망·지정학까지 고려한 장기 베팅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파월 맥코믹 역시 ‘메타 컴퓨트’에서 핵심 전략 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이자 이사회 경험이 있는 우메시 파드발(Umesh Padval)은 포춘에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초점을 맞추며, 현금과 부채로 전력 프로젝트까지 투자하는 상황”이라며 “그녀는 금융과 정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그룹과 함께 자금 조달과 인허가를 밀어붙여 컴퓨트 증설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판도 있다. ‘빅쇼트(Big Short)’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는 메타 컴퓨트 발표 당일 SNS에 “메타가 굴복했다. 유일한 구원투수를 내던졌다. 투자자본수익률(ROIC)이 무너지는 걸 보라”고 썼다.
메타가 막대한 물리 인프라 없이도 엄청난 이익을 뽑아내던 ‘가벼운’ 구조를 포기하고, 기가와트급 데이터센터에 뛰어들면서 자본집약적인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경고다. 그렇게 되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기업이 유틸리티(공공 인프라 사업자)처럼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메타는 이미 AI 데이터센터에 수백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장기적으로는 수백억 달러를 훨씬 넘는 인프라 투자를 예고해왔다. 인프라 ‘올인’ 열차는 사실상 오래전에 출발했고, 이번 발표는 그 방향을 더 또렷하게 공개한 장면에 가깝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 글 Sharon Gold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