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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조 쏟아붓는 저커버그와 길 터주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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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연설 직후 질의응답에서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를 깜짝 언급했다. 트럼프는 저커버그가 자신에게 AI 데이터센터 시설 계획을 맨해튼(Manhattan) 지도 위에 겹쳐 보여준 적이 있다며, 그 규모가 섬 전체를 삼킬 정도로 보였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저커버그가 맨해튼 지도 위에 올려놓고 보여준 공장(plant)이 있는데, 사실상 맨해튼 크기였다”고 했다. 그는 “농담하는 줄 알았다. 길이도 수마일, 폭도 수마일, 높이도 엄청났다. 말 그대로 섬 대부분을 덮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큰 공장”이라고 표현한 이 프로젝트는 루이지애나주 리칠랜드 패리시(Richland Parish)에 건설 중인 메타의 ‘하이페리온(Hyperion)’ AI 데이터센터 캠퍼스를 가리켰을 가능성이 크다. 이 캠퍼스는 1700개 미식축구장을 합친 규모에 이르며, 2030년 개장을 목표로 한다.

완공되면 데이터센터 면적이 400만 제곱피트에 달해 세계 최대급 ‘실리콘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가 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수치와 별개로 트럼프가 “맨해튼만 하다”고 말한 것과는 결이 달라, 트럼프가 저커버그의 더 큰 구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해당 프로젝트의 500억 달러(약 50조 원대) 가격표에도 놀라움을 드러냈다.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과거를 꺼내며 “5억 달러면 괜찮은 쇼핑센터 하나를 지을 수 있다. 그런데 500억 달러를 어떻게 쓰나. 그걸 보니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500억 달러라는 숫자는 하이페리온 캠퍼스의 예상 건설 비용과도 맞물린다.

메타는 소셜미디어 기업에서 AI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중이다. 메타는 2025회계연도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약 720억 달러로 올렸는데, 전년 대비 약 70% 늘어난 수준이다. 저커버그는 2026년에는 지출이 “눈에 띄게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고, 시장에선 연간 지출이 1000억 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는 AI가 “거대하다”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후한 미국 전력망이 이른바 ‘타이탄 클러스터(titan clusters)’가 필요로 하는 2~5기가와트(GW)급 전력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거론하며, 정부가 길을 비켜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다보스 청중에게 AI 기업들이 ‘사설 유틸리티’처럼 스스로 전력을 조달하도록 허용했다고 말했다.

이 구상대로라면 빅테크는 데이터센터 부지에 천연가스, 석탄, 석유 등을 활용한 자체 발전소를 짓게 된다. 트럼프는 이런 프로젝트가 관료적 절차 때문에 통상 4~5년씩 지연된다고 주장하며, 기업이 “자체 발전 시설(own electric generating plants)”을 구축하는 조건이라면 연방 인허가를 2주 안에 내주겠다고 했다. 그는 방 안의 기술기업 경영진을 향해 “여러분은 똑똑하고, 돈도 많다”고 말하며 자체 발전소 건설을 부추겼다.

트럼프는 이런 ‘산업적 속도전’을 4월로 예고된 중국 국빈 방문의 핵심 지렛대로도 보고 있다. AI 패권은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물리적 인프라에 달려 있고,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도 이런 빠른 실행력을 존중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과 관계는 늘 매우 좋았다”며 “내가 대기업들이 자체 전력 설비를 만들게 허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AI에서 세계를 크게 앞서고 있다.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AI 경쟁은 미국과 중국이 박빙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보고서는 미국이 AI 인재, 투자, 반도체 접근성에서 앞서고, 중국은 AI 관련 인프라에서 우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CNBC에 “모델 품질 측면에서 중국은 미국보다 수개월 뒤처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가 다보스에서 발언한 날,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중국의 진전을 언급하며 ‘AI 거품’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2023년 딥시크(DeepSeek) 출시를 “중대한 돌파구”라고 평가하며 “세계 최초의 오픈(open) 추론(reasoning) 모델”이라는 점이 산업 전반에 큰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오픈 추론 모델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연구자들이 특정 분야에 특화된 모델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는 저커버그가 오픈소스 AI 모델을 둘러싼 의지를 보이는 인물로 두드러지며, 특히 딥시크를 하나의 모델로 거론해 왔다.

/ 글 Eva Roytbu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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