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오일 로드’ 앞에 놓인 거대한 장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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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78830422-16f6-4d8c-ac31-83425fa9dda1.jpeg)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흔들리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구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를 풀기 위해 미국 석유 기업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말 사이 미군은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Nicolas Maduro)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run)하고 국유화된 석유 매장량까지 넘겨받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지배력은 다시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로 독트린(Donroe doctrine)’도 노골적으로 거론했다. ‘먼로 독트린(Monroe Doctrine)’에 ‘도널드(Donald)’를 합친 인터넷 밈이다. 2기 트럼프의 복고풍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소비된다.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겨냥한 치명적 타격이 이어진 뒤 나왔다. 해당 공격은 불법으로 보는 시각이 넓다.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UN) 사무총장은 트럼프의 마두로 축출이 유엔 헌장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나라다. 생산 정점은 1970년대였다. 하루 350만 배럴을 넘겼다. 지금은 약 하루 100만 배럴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일부 분석가는 베네수엘라에 들어오는 석유 기업이 ‘검은 황금’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JP모건(JPMorgan)은 베네수엘라 석유를 통제하면 미국이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30%’를 쥘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다른 분석가들은 베네수엘라가 생산을 2배, 3배로 늘려 50년 전 고점에 빠르게 복귀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석유 지배력”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다고 경고한다. 수십 년간 이어진 운영 실패와 제재의 후유증이 크다. 국영 석유기업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etróleos de Venezuela S.A., PDVSA)는 2010년대 중반 붕괴했다. 해외 자금 지원이 끊겼다. 파이프라인을 유지할 숙련 인력도 빠져나갔다. 2017년 1기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석유 제재를 강화했다. 베네수엘라의 미국 시장 접근을 막았다.
RBC 캐피털 마켓츠(RBC Capital Markets)에서 글로벌 원자재 전략을 총괄하는 헬리마 크로프트(Helima Croft)는 “생산 확대는 1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투자자 메모에서 석유 업계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인프라 재건 등에 연간 100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썼다. 앞으로 10년 누적 투자액은 약 1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복구 비용이 큰 이유는 원유 성격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매장량의 약 75%는 중질유다. 대부분 오리노코 벨트(Orinoco Belt)에 있다. 과거 호황은 서부 유전의 경질유 덕이 컸다. 접근이 쉬웠다. 그만큼 빨리 고갈됐다. 지금은 중질유 비중이 압도적이다. 점도가 높다. 금속과 황 함량도 많다. 뽑아내고 정제하는 비용이 경질유보다 훨씬 더 든다.
팔로마 칼리지(Palomar College) 명예교수이자 『지속되는 유산(The Enduring Legacy)』 저자인 미겔 팅커 살라스(Miguel Tinker Salas)는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을 정점 수준으로 되돌리는 대공사는 유가를 단기간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상에도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동력을 만들려는 트럼프의 기대도 빗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팅커 살라스는 포춘(Fortune)에 “베네수엘라가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졌다는 사실, 매장량 3030억 배럴은 선거 목적에서 유가를 떨어뜨리는 자극제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석유가 내일 바로 시장에 풀려 선거 전에 유가를 흔들 거라 믿는다면 크게 잘못 짚은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분석가들도 이번 공습에 ‘중간선거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2025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밀렸고 트럼프 지지율도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맥쿼리(Macquarie) 글로벌 분석가 빅토르 쉬베츠(Viktor Shvets)와 카일 류(Kyle Liu)는 2026년 전망에서 공화당이 중간선거 “멜트다운”을 피하기 위한 선택지로 ‘작은 전쟁을 시작한다’는 시나리오를 거론했었다. 이들은 마두로 체포가 석유와 먼로 독트린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공화당의 ‘범죄와 마약에 강한 정당’ 이미지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 폴 도너번(Paul Donovan)도 월요일 팟캐스트에서 최근 미국 정책이 ‘체감 물가(affordability)’ 인식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구 관세 부과를 미룬 결정과 이탈리아 파스타 관세 관련 수수료를 낮춘 결정을 예로 들었다.
도너번은 “베네수엘라 조치는 재정 문제도 던진다”고 썼다. “미국이 어떻게, 혹은 아예 어떤 방식으로 베네수엘라를 ‘운영’할지 불분명하다. 군사 개입은 재정 비용을 동반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SNS 전사들의 소음과 별개로 지정학 변수는 투자자에게 덜 중요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미국 석유 기업을 흔드는 변수는 인프라만이 아니다. 크로프트는 “증산은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가능하다”고 봤다. 출발점은 ‘누가 나라를 이끄는가’다.
그 인물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María Corina Machado)일 가능성이 낮다. 트럼프는 마차도가 역할을 맡기엔 지지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2024년 선거에서 마두로와 맞붙었던 에드문도 곤살레스(Edmundo González)도 아니다. 그는 스페인(Spain)에서 사실상 망명 중이다. 마두로의 부통령이던 델시 로드리게스(Delcy Rodríguez)는 임시 대통령(interim president) 선서를 했다.
크로프트는 CNBC에 “누가 책임자이고 누가 베네수엘라를 운영할지 사실상 모르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은 과거 이라크(Iraq)와 리비아(Libya)에서 석유 부국의 권력을 재구축하려 했던 경험도 떠안아야 한다. 두 사례 모두 지도자 축출 시도가 정치 붕괴와 내전성 혼란으로 이어졌다. 크로프트는 “우리는 리비아가 카다피(Muammar Gaddafi) 이후 쉽게 정상화될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십 년간 쇠퇴와 운영 실패를 겪은 석유 부문을 빠르게 회복시키는 템플릿이 무엇인지가 질문”이라고 했다.
팅커 살라스는 저유(저품질 원유) 추출 기술의 개선 같은 요소가 생산을 앞당길 수는 있다고 봤다. 하지만 기업이 베네수엘라에서 ‘먹고살 수 있다’는 근거가 나오기 전까지 시추 확대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투자다 보장 장치 없이 미국 대형 메이저가 들어가긴 어렵다”며 “단기 투자가 아니라 장기 투자”라고 말했다.
쉬베츠와 류는 더 큰 틀의 경고도 던졌다. 이번 사태가 ‘규칙 기반 국제질서’ 관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 일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엔을 주변화하는 흐름이 1930년대 국제연맹(League of Nations)을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국제연맹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졌지만 1930년대 권위주의 부상을 막지 못했고 결국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또 1975년 이후 정보기관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처치 위원회(Church Committee) 규정’이 “구식(obsolete)”이 될 수 있다고 썼다. 이번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의 성공에 CIA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보도도 나온 상황이다.
맥쿼리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강한 성적을 내면 ‘단일 행정(unitary system of governance)’이 강화될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남아 있는 ‘준독립 기관’, 특히 연준(Fed)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마침 며칠 안에 새 연준 의장 지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