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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D 빅딜 복병 마주한 넷플릭스 “우리 딜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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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의 주요 사업을 약 83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후,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 연합이 WBD 전량을 사들이겠다는 적대적 인수 제안을 들고 나왔다. 시장의 시선이 넷플릭스의 거대한 베팅에 싸늘하게 돌아선 가운데, 넷플릭스 수뇌부는 한껏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는 UBS 콘퍼런스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오늘 (파라마운트의) 움직임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딜을 체결했고, 그 딜에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다. 주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좋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는 거래”라고 강조했다. 사란도스는 거듭 “우리에겐 이미 합의된 딜이 있고, 그 딜에 매우 만족한다”고 못 박았다.

같은 자리에서 또 다른 공동 CEO 그렉 피터스는 워너브러더스와 HBO에서 가치를 뽑아내기 위한 ‘3단계 계획’을 설명했다. 딜이 성사될 경우 넷플릭스는 라이선스 사업을 한층 강화하고, HBO 브랜드에 ‘더블 다운’(집중 투자)하며,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방대한 IP 라이브러리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워너브러더스의 IP를 업계의 ‘왕관 보석’으로 평가해 왔다.

다만 투자자 반응은 차갑다. 워너 인수 발표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이틀간 6% 하락했다. 827억 달러 규모의 인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매우 위험한 딜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탓이다. 최근 6개월 기준으로 넷플릭스 주가는 20% 넘게 떨어졌다.

피터스도 “우리는 남의 회사를 사들이기보다는, 직접 IP를 만들어 성장해 온 회사”라고 인정했다. 그는 “우리가 이런 대형 인수에 나선 적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DVD 우편 대여로 시작한 넷플릭스가 여러 차례 사업 모델을 바꾸며 지금의 4000억 달러짜리 미디어 공룡으로 성장한 만큼, 이번에도 체질 변화를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에 앞서, 오랫동안 다른 회사 콘텐트를 사와 스트리밍하며 라이선스 사업 노하우를 쌓아온 회사이기도 하다. 케이블 방영이 끝난 뒤 넷플릭스에서 뒤늦게 대박이 난 법정극 ‘슈츠(Suits)’가 대표적인 사례다.

피터스는 “우리는 항상 수많은 라이선스 기회를 검토하고, 그 자산의 가치를 플랫폼에서 어떻게 극대화할지 고민해온 회사”라며 “워너 딜은 우리가 매일 하던 일을 공식화하는 것에 가깝다”고 말했다.

워너 인수 소식은 할리우드 전체를 크게 흔들었다. 창작자와 노조, 영화관 사업자들은 넷플릭스–워너 결합이 업계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 극장주 단체는 이 거래를 두고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사란도스는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 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는 그간 대부분의 영화를 극장 대신 집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하는 전략을 고수해 왔다. 올해 초 한 행사에서는 극장 관람을 “대부분 사람에겐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모델로 “할리우드를 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화관 업계에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모습이다. 그는 “우리는 이 회사를 사서 극장가의 가치를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워너가 지금까지 해온 방식 그대로, 극장 개봉을 이어가도록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딜이 마무리되면 우리는 그 사업(극장 상영)의 일부가 될 것이고, 그 방식대로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란도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소통은 11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란도스는 “대통령은 미국 산업, 특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깊이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였다고 그는 전했다. 사란도스는 2020~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이 미국 경제에 1250억 달러를 기여했고, 제작 현장에서 14만 명이 일했다고 설명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는 50개 주 전역에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500개 독립 제작사와 함께 대략 1000편의 오리지널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사란도스와 피터스는 파라마운트 인수안이 오히려 훨씬 큰 구조조정과 감원을 부를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는 사업 구조가 많이 겹치지만, 넷플릭스와 워너는 겹치는 영역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사란도스는 “파라마운트는 오늘 발표에서 60억 달러 시너지를 언급했다”며 “시너지가 어디서 나오겠느냐. 결국 일자리 감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일자리를 자르는 게 아니라 만드는 쪽”이라고 강조했다.

사란도스는 또 오랫동안 넷플릭스의 ‘라이벌이자 롤모델’로 꼽아온 HBO의 향후 방향도 언급했다. 그는 예전부터 넷플릭스의 목표를 “HBO가 우리처럼 되기 전, 우리가 HBO가 되는 것”이라고 표현해 왔다. 이후 “CBS, BBC까지 다 가져오겠다”고 농담처럼 말을 보탠 적도 있다.

이제 넷플릭스는 HBO의 ‘모회사’가 될 입장이다. 사란도스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자슬래프 체제에서 HBO가 종합 엔터테인먼트 플랫폼(HBO Max)을 지향해온 흐름을 겨냥해 “이제 그런 곡예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HBO 본연의 프리미엄·프레스티지 브랜드로 다시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두 공동 CEO는 반독점 규제 당국을 겨냥한 메시지도 반복했다. 이번 인수로 넷플릭스가 TV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넷플릭스 인수안에는 CNN, TNT, 디스커버리, HGTV, 푸드네트워크 등 케이블 채널은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 파라마운트의 제안은 케이블 채널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는 구조다.

피터스는 닐슨 시청 시간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TV 시청 시간 기준 넷플릭스 점유율은 8%에 불과하다. 여기에 HBO를 더해도 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유튜브보다 뒤에 있고, 파라마운트–WBD가 합쳐질 경우 14%가 되는 조합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리서치팀은 닐슨의 ‘총 TV 스트리밍’ 지표를 활용해 다른 계산을 내놨다. 이 기준에서 넷플릭스–워너 결합은 21%, 파라마운트–워너 결합은 8%로 추산된다. 다만 두 경우 모두 28% 점유율의 유튜브에는 미치지 못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반독점 쟁점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사란도스를 “환상적인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 한편, 넷플릭스–워너 결합의 시장 점유율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찌 됐든 이 거래에 내가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심사 과정에 개입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UBS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사란도스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던졌다. 넷플릭스가 WBD 인수 가격을 더 올릴지 여부는 논의되지 않았지만, 그는 “이번 워너브러더스 딜은 주주에게도, 소비자에게도, 창작자에게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에 좋은 거래”라며 “우리는 이 딜에 대해 매우 들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글 Nick Lichtenberg, Eva Roytbu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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