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리치들이 관세에 떠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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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935_44694_4615.jpg)
슈퍼 리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금융위기도, 부채 폭탄도 아니었다. UBS가 전 세계 초고액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빌리어네어 앰비션 리포트(Billionaire Ambitions Report)’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향후 12개월 안에 시장 환경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가장 큰 요인으로 ‘관세’를 꼽았다. ‘대규모 지정학적 분쟁’(63%), ‘정책 불확실성’(59%)이 그 뒤를 이었다.
월가가 미국의 천문학적 국가부채, 기타 국가들의 재정 건전성, AI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회사채 발행 확대 등을 걱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억만장자들 가운데 ‘부채 위기’를 최대 리스크로 지목한 비율은 34%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침체(27%), 금융시장 위기(16%), 기후변화(14%)를 최우선 리스크로 보는 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역별로는 걱정의 결이 조금씩 달랐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억만장자의 75%가 관세를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한 반면, 미주 지역에서는 ‘높은 인플레이션’이나 ‘대규모 지정학적 분쟁’을 우려한다는 응답이 70%로 가장 많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중국과 동남아 국가에는 고율 관세라는 직접적인 충격을 안기는 반면, 일본·한국에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의 관세 부담을 지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반대편에서는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담의 일부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미국 내 소비자들은 높은 물가와 ‘살림살이 압박’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은 각종 비용이 오히려 낮아졌다고 강조하지만,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발표 이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연율 기준으로 꾸준히 가속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식 관세 정책이 미국 밖 세계 경제에는 인플레이션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정작 미국 내에서는 물가 압력을 더 끈질기게 만드는 효과를 낳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억만장자들은 대다수 사람과 달리 국경에 덜 얽매여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UBS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는 이미 한 번 이상 거주지를 옮긴 경험이 있었고, 추가로 9%는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더 나은 삶의 질 추구’(36%), ‘지정학적 리스크’(36%), ‘더 효율적인 절세·세무 관리’(35%) 등이 복합적으로 꼽혔다.
한마디로 돈은 많지만 걱정이 없는 억만장자는 거의 없고, 그들의 시선은 지금 관세와 통상 갈등에 가장 민감하게 쏠려 있다는 얘기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