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TACO 트레이드’가 날린 8000억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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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워싱턴=AP/뉴시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717_44398_4644.jpg)
미국 의회예산처(CB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관세 전략을 잇따라 후퇴시키면서, 향후 10년간 기대됐던 재정적자 축소 효과 가운데 약 8000억 달러가 사라졌다고 추정했다. 국가 부채가 38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관세 정책이 여전히 미국 재정 정책의 핵심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가운데 나온 평가다.
CBO가 공개한 최신 기준선 예산 전망에 따르면, 관세 정책이 미국 재정적자에 미치는 효과는 지난 8월 전망 대비 크게 줄었다. 당시에는 실효 관세율 20.5%를 전제로 2035년까지 3조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 축소와 약 7000억 달러의 이자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6월 이후 관세의 범위와 강도가 크게 달라졌다. 행정부가 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 상대국과의 긴장과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입품 관세를 낮추거나 완화하면서, 재정 전망도 뒤바뀌었다.
CBO는 현재 실효 관세율 16.5%를 기준으로 재정적자 축소 효과를 2조 5000억 달러, 이자 비용 절감을 5000억 달러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관세로 기대했던 재정 개선 효과가 상당 부분 잠식된 셈이다.
CBO는 이처럼 큰 폭의 부채 축소 전망이 관세 정책의 향방에 매우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 관세를 밀어붙일 때부터 연방 부채를 줄이는 수단이라고 강조해 왔고,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정부 전망을 훨씬 웃도는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CBO는 9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일본·EU·인도·중국, 그리고 자동차·부품을 둘러싼 다섯 차례의 관세 인하·조정을 반영해 전망치를 손봤다. 여기에는 아직 미국 가계 지갑과 직결되는 추가 인하 조치 하나가 포함되지도 않았다.
공화당이 11월 초 미국 곳곳의 연임 선거에서 패배하고, 민주당이 출마한 18개 선거 모두를 싹쓸이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순 들어 ‘생활비 부담(affordability)’ 논란이 불거진 품목부터 관세를 일부 철회했다.
그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커피 같은 식료품에 약간의 롤백(관세 인하)을 단행했다”고 말했고, 몇 시간 전에는 차(tea), 과일 주스, 코코아, 향신료, 바나나, 오렌지, 토마토, 일부 비료에 부과되던 관세를 없애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생활비 문제 제기를 그대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다음 날 소셜미디어에 “민주당이 쓰는 ‘어포더빌리티’라는 말은 거짓이다. 완전한 사기(con job)”라며 “올해 추수감사절 비용은 ‘사기꾼 조(Crooked Joe)’ 아래였던 지난해보다 25% 낮다. 진짜 어포더빌리티의 정당은 우리”라고 주장했다. 이는 품목 수를 절반으로 줄여 가격을 낮춘 월마트 식사 패키지를 두고 한 말로 해석됐다.
관세로 기대했던 재정적자 축소 효과가 줄어드는 사이, 미국의 재정 여건은 더 꼬이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국가 부채는 이미 38조 달러를 넘어섰고, 수년간 이어진 ‘재정 긴축’ 공약에도 불구하고 증가세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CBO는 애초 가장 공격적인 관세 시나리오조차 이 가파른 부채 증가 흐름을 근본적으로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며, 이제 그마저도 희미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은 관세가 단기적으로 정부 재정을 돕는 것은 맞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 공급망 혼란, 성장 둔화 같은 부작용이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깎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독립 분석가들은 CBO 전망이 관세 전쟁이 초래할 장기 성장 둔화 위험까지 충분히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