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버블 논쟁, 숫자로 반박한 엔비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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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3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98_44379_5424.jpg)
엔비디아가 3분기 실적으로 월가 전망을 가뿐히 넘어섰다. 매출은 62% 급증했고, AI 칩 수요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4분기에도 강한 성장을 내다봤다.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는 미리 준비된 성명에서 “블랙웰(Blackwell) 판매는 말 그대로 차트를 뚫고 있고, 클라우드 GPU는 이미 매진됐다”고 말했다. 블랙웰은 메타(Meta), 오픈AI(OpenAI),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같은 AI 빅테크가 쓰는 최첨단 칩이다. 강한 수요 덕분에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을 637억~663억 달러로 제시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624억 달러를 훌쩍 웃돈다.
주가는 정규장에서는 3% 상승 마감했고,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5.7%까지 더 뛰었다.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은 투자자와 업계가 품어 온 불안, 즉 과열된 AI 시장이 언젠가 거품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 한가운데서 나왔다. 막대한 자본지출(capex)과 전력 비용을 감당할 만큼, AI 서비스가 과연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느냐는 질문이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엔비디아 경영진은 수요일(현지 시각) 실적 발표 후 투자자와의 컨퍼런스 콜에서 시장의 기초 체력은 여전히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몇 년간 이어질 “막대한 투자에 대한 가시성(visibility)이 확보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콜렛 크레스(Colette Kress)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앞으로 상당한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CEO는 더 직설적이었다. 그는 콜에서 “AI 버블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고 했다.
3분기 동안 엔비디아 매출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 사업부 매출은 1년 전보다 66% 늘어난 512억 달러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 예상치(497억 달러)를 웃돈 수치다. 전체 매출은 570억 달러로, 회사가 스스로 제시한 전망치와 월가 컨센서스(555억 달러)를 모두 상회했다.
3분기 순이익은 319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1.30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25달러)를 웃도는 실적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개척자로 출발한 엔비디아는 이제 챗GPT(ChatGPT), 구글 제미나이(Gemini)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핵심 프로세서를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공급하는 기업이 됐다. AI 칩 시장에서의 지배력 덕분에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로 몰려들었고, 이 회사는 시가총액 4조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상위급 종목으로 올라섰다.
엔비디아 GPU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필수 장비가 됐고, 미·중 무역 갈등의 한복판에 서 있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가장 앞선 블랙웰 칩의 대중국 수출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중국용으로 설계한 H20 칩 역시 정치적 불확실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 중국 데이터센터 칩 매출은 사실상 ‘제로’였으며, 4분기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가 부담이 오르는 가운데서도, 엔비디아는 앞으로도 매출총이익률(그로스 마진)을 70%대 중반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황 CEO는 오랜 기간 이어진 AI 모델 업체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오픈AI와의 관계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내가 오픈AI에 인도한 것은 인류 최초의 AI 슈퍼컴퓨터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일부 AI 스타트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데 대한 방어 논리도 폈다.
황은 “우리는 오픈AI를 돌리고, 앤트로픽(Anthropic)을 돌리고, xAI도 돌린다”며 “우리가 다 돌린다”고 말했다.
이런 대형 딜들 때문에 엔비디아의 사업 모델이 실제 수요를 부풀리는 ‘순환 거래(circular)’ 구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최근 몇 주 동안 투자자들은 “너무 과열된 것 아니냐, 이 수요가 실제냐”는 의문을 다시 따져보고 있다고, 리서치 회사 퓨처럼 그룹(Futurum Group)의 애널리스트 겸 CEO 다니엘 뉴먼(Daniel Newman)은 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요일에 발표된 앤트로픽 투자다. 이 딜에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최대 100억 달러, 50억 달러까지 앤트로픽에 투자한다. 앤트로픽은 그 대가로 300억 달러 규모의 애저(Azure) 컴퓨팅 용량을 구매하고, 향후 칩·모델 엔지니어링 작업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한다.
이는 10월 엔비디아의 66억 달러 규모 오픈AI 투자, 11월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xAI에 대한 60억 달러 투자에 이은 행보다. 여기에 9월에는 오픈AI에 최대 1000억 달러까지 투자하겠다는 초대형 딜을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한 애널리스트가 이 같은 투자 구조를 질문하자, 황은 앤트로픽 딜을 통해 이 스타트업이 처음으로 엔비디아 칩을 쓰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고 있고, 앞으로 매우 잘될 회사에 대한 지분과 투자 기회를 함께 얻고 있다”고 말했다.
/ 글 Sharon Goldma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