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커블 마켓] ‘미완의 지도’ 구글맵, 국내서 정말 불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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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맵을 이용해 여의도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대중교통 경로를 조회한 모습 ⓒ투데이신문
구글맵을 이용해 여의도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대중교통 경로를 조회한 모습 ⓒ투데이신문

스낵커블 마켓은 마치 마켓에서 다양한 스낵을 고르듯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사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산업과 관련된 궁금증부터 브랜드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소비자의 시선에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소비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사람부터 단순한 호기심을 가진 독자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들러 한 조각씩 지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가벼운 정보 한 입이 모여 언젠가는 더 현명한 소비를 돕는 든든한 안목으로 쌓이기를 바랍니다. 스낵처럼 쉽고 맛있게, 정보를 한입 베어 물어 보세요.

【투데이신문 최주원 기자】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 중 가장 불편을 느끼는 요소 중 하나가 ‘길 찾기’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세계 1위 지도 서비스로 꼽히는 구글맵(Google Maps)이 한국에서는 제한된 기능으로 인해 불만의 중심에 서 있는데요. 최근 구글이 우리 정부에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구하면서 관련 논란은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 길 잃은 여행객, 제한된 구글맵의 기능

2023년 한국관광공사 외래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여행 인프라 만족도 항목 중 ‘길 찾기’는 80.4%로 ‘언어 소통’(70.9%) 다음으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구글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같은 해 3월 발표된 여행 앱 이용 만족도 조사에서 구글맵은 전체 앱 중 가장 불만족스러운 앱으로 꼽혔으며 응답자의 30.2%가 불편함을 토로했다고 하죠.

구글맵은 전 세계적으로 월간 사용자 수 10억 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지도 서비스입니다. 장소 검색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뷰, 실시간 교통정보, 실내 지도, 3D 지도, 내비게이션, 오프라인 지도까지 폭넓은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예외입니다. 도보·자동차·자전거 경로 안내는 물론, 실시간 교통 정보 일부, 내비게이션 등 핵심 기능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등 토종 앱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능과 정확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지도 앱을 사용하는 데는 언어 장벽이 있지만 기능 면에서는 오히려 더 나은 편입니다.

■ 인천공항→명동, 서로 다른 실시간 정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하는 경우를 가정해서 비교해 봤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명동대성당까지 가는 길을 동일한 날짜와 시간에 구글맵,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으로 각각 검색했습니다. 검색 결과, 전체 소요 시간은 세 앱 모두 약 1시간 40분으로 비슷했지만 세부 안내에서는 차이점을 보였는데요.

구글맵은 공항철도를 이용한 후 서울역에서 광역버스로 환승하는 경로를 안내했습니다. 반면 네이버 지도는 같은 공항철도 경로에 간선버스 환승이나 서울 지하철 노선이 추가돼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카카오맵은 공항버스로 한 번에 이동하는 최단 경로를 안내했는데, 구글맵에는 이 공항버스 노선이 아예 표시되지 않아 다른 공항버스 노선으로 약 2시간 30분 소요되는 경로가 안내됐습니다.

6월 10일 정오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구글맵,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명동대성당까지 경로를 검색한 모습 [사진=화면캡처]
6월 10일 정오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구글맵, 카카오맵, 네이버 지도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서 명동대성당까지 경로를 검색한 모습 [사진=화면캡처]

구글맵은 도보 경로를 안내하지 않는 제약이 있어 큰 틀의 광역 교통망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실시간 도착 정보의 정확도도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죠.

예컨대 여의도역에서 홍대입구역까지 대중교통 경로를 조회했을 때, 구글맵은 실시간 버스 및 지하철 도착 시간이 최대 10분 이상 차이 났으며 일부 정류장의 간선버스 정보는 누락돼 있기도 했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조사에 따르면 ‘도보 길 찾기 등 특정 서비스 제한’은 구글맵 사용자 불만 중 31.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의 주요 불만은 ‘다국어 미지원’으로 각각 36.4%, 27.7%를 기록했죠. 이는 구글맵은 기능 면에서, 토종 지도 앱은 언어 접근성에서 각기 다른 약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1:5000, 편의 vs 안보 딜레마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고정밀 지도 반출 요구는 안보와 관련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과 군사 밀집도를 고려했을 때,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경희대 지리학과 황철수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도 1:5000 축척의 정밀지도를 외국 기업에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며 “한국만 이런 정보를 넘길 경우, 군사적 위협은 물론 산업 정보 비대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자본력과 기술력에 국내 지도 생태계가 과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관광객은 길을 묻고, 우리는 길을 지킵니다. 결국 우리는 관광객의 편의를 위한 정보 개방과 국가 안보 및 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편의를 위한 기능 강화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자국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글로벌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전략적 선택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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