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12.3비상계엄 123일 만에 광장은 봄을 맞이했다. 광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던, 혹은 응원봉과 깃발을 든 채 은박 담요를 덮고 밤을 새우던 청년들은 일상으로 돌아갔다. 청년들에게 파면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서로 다른 삶 속에서 현실을 마주한 청년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다음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오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각기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청년농업인 △성소수자 △경계선 지능인 △청년 창업인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 △자립준비청년 △다문화 청년 △청년예술인 △취업준비청년 △환경운동가 △대학생 △교사 등 12명의 청년들을 만나 8개의 물음을 던졌다. 이들은 청년을 단순한 정책 수혜자나 수단이 아닌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바라봐주기를 원했다. [21세기 청년 상소문]은 이처럼 사회의 핵심 주체인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다음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한다. 더 나아가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제시한 청년 정책들을 비교·분석해 청년들이 자신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과 후보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실제 투표소를 그대로 본뜬 공간에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손에는 정당명과 후보 이름이 또렷이 적힌 투표용지가 들려 있었다. 법적으로는 아직 ‘유권자’가 아니지만 이들 표정은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아직 법적으로는 투표권이 없는 이들이지만 스스로 ‘미래 유권자’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순간이었다.
「투데이신문」은 [21세기 청년 상소문]이라는 기획 시리즈를 통해 현 청년 세대가 원하는 대통령과 정치에 대해 조명해 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3일 그 연장선에서 정식 참정권은 없지만 미래 사회를 살아가고 책임질 청소년들이 어떤 대통령을 꿈꾸는지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 봤다.

청소년YMCA전국대표자회, 한국청소년정책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등이 소속된 2025년 대통령선거 청소년모의투표운동본부는 이날 청소년들을 위한 모의투표를 전국 곳곳에서 진행했다.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수원 영통구 직녀광장 한복판에서도 청소년들의 작은 선거가 펼쳐졌다.
책상 위에 투표지가 가지런히 놓이고 선거관리위원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바삐 움직이며 유권자들을 맞았다. 이번 모의투표는 2007년 6월 5일 이후 출생한 만 17세 이하의 비유권자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투표 방식은 실제 선거 절차와 거의 동일하다. 학생들은 학생증, 여권, 도서대출증 등으로 본인의 신분을 확인받은 뒤 투표용지를 받고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기표소에 들어가 표를 행사한다. 투표용지는 두 번 접어 투표함에 직접 넣는다. 기표소 안에서는 촬영이 금지되고 투표용지를 찍을 수 없다는 안내도 빠지지 않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투표를 마친 이들은 친구들과 소감을 나누거나 기다리고 있던 부모에게 다가가 첫 투표의 순간을 자랑스럽게 전했다. 모의투표였지만 이들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어떤 이유로 투표소를 찾았냐”는 질문에 어머니와 같이 투표소를 방문한 이모(13·여)양은 “부모님이 투표하시는 걸 보고 해보고 싶었다”며 “학생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이해해 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방탈출 카페를 들렀다가 우연히 투표소를 찾게 된 이박설(15·여)양은 “잘 모르는 이름이 많아서 앞으로는 후보 이름이랑 공약을 공부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청소년과 많이 소통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주는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가족 단위로 모의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자녀 김시현(10·남)군의 어머니 이모(42·여)씨는 “가족들끼리 식사하러 나왔다가 모의투표소를 발견해 아이에게 권했다”며 “아이에게 좋은 교육 기회가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시현군은 “앞으로 어른이 됐을 때는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투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래 대통령은 나라를 평화롭고 자유롭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쌍둥이 딸과 함께 투표소를 방문한 오모(44·남)씨는 “우연히 지나가다 투표소를 보고 아이들에게 투표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며 “오늘 경험이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며 밝게 웃었다.
고등학생 유권자도 모의투표에 참여했다. 학원에 가던 길에 잠시 들러 투표한 김민성(18·남)군은 “아직 성인은 아니지만 성인이 되는 준비를 하는 기분이었다”며 “곧 수험생이 되는데 앞으로 대통령이 교육 정책에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회복지도 더 나아져서 곧 청년이 될 저도 잘 살아갈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갔음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18·남)군도 “처음으로 해본 투표라 긴장도 됐지만 재미있었다”며 “비록 제 투표는 반영되지 않지만 오늘 경제를 잘 살리고 일 잘하는 대통령이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목소리 냈다.

이날 수원 영통구에서 진행한 투표소에는 총 ~명의 청소년 유권자들이 투표했다. 수원 기준 투표 참석자는 300명이었으며 이재명 대선후보가 153표로 당선됐다. 그 다음으로는 이준석 후보 68표, 김문수 후보 59표 등이었다. 전국 기준으로는 1만7466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재명 후보(51.64%)가 당선됐다. 그 외 김문수 후보(18.07%), 이준석 후보(19.56%), 권영국 후보(3.79%)였다.
대선일에 맞춰 치러진 이 작은 투표는 “우리도 말할 수 있다”는 뜨거운 외침이자 지금 이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서의 분명한 선언이었다.
이날 청소년들이 던진 한 표는 법적 효력은 없을지 몰라도 ‘우리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누가 우리의 삶을 대변할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 안에 담긴 질문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마음은 이미 그 한 표만큼의 무게와 진심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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