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현대자동차 천안 글로벌 러닝 센터. 현대차의 승객 수송용 수소전기버스 ‘유니버스’가 트랙 위를 돌고 있다. 시동을 켜자 그르렁거리는 엔진 소음 대신, 마치 비행기가 이륙하는듯한 낮은 기계음만 들렸다. 버스가 급제동하자 취재진 사이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버스는 갑작스러운 급정거에도 부드럽고 조용하게 속력을 줄였다. 수소전기 유니버스에는 승차감을 극대화시키는 ‘MR 댐퍼’가 탑재됐다. 댐퍼 기능을 끄고 다시 급제동 해봤다. 차가 덜컹거리면서 몸이 앞 좌석에 붙을 정도로 쏠렸다. 댐퍼 기능이 켜져 있을 때 부드러운 정차와는 확연히 달랐다.
현대차는 올해 4월 수소전기 유니버스의 양산 모델을 출시했다. 또 다른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가 시내버스용이라면 유니버스는 광역·전세버스용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VIP 의전용으로 수소전기 유니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021년에는 경찰용 버스로 개발을 이어갔다. 이후 일반 고속형 버스로 개발과 보완을 거쳐 양산형 모델이 탄생했다.
현재 수소전기 유니버스는 인천 터미널에서 서울역을 오가는 광역버스 노선에 투입됐다. 여행사들이 승객 수송용 버스로도 사용한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통근버스를 수소차로 바꾸기로 했다. 올해 시내 곳곳에서 기업 통근버스로 사용되는 수소전기 유니버스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출시가는 전세버스 기준 6억9300만원. 보조금과 세금혜택을 받으면 2억원에 살 수 있다.
수소전기 유니버스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강점이다. 현대차는 수소전기 유니버스에 현대로템이 개발한 ‘MR 댐퍼’를 적용했다. 상용차로서는 세계 최초다. 댐퍼는 자동차 바퀴와 차체 사이의 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다. 댐퍼 성능이 좋을수록 승차감이 개선된다. 가격대가 있다 보니 승용차는 레인지로버 등 고가의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처음 현대로템은 험지를 주로 달리는 탱크용으로 ‘MR 댐퍼’를 개발했다. 탱크에 실린 포탑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사격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유니버스에 ‘MR 댐퍼’ 적용으로 급가속·급제동 시 승차감이 30%, 차선 변경 시 조종 안정성은 12~15% 개선됐다고 밝혔다. 과속 방지턱을 통과할 땐 충격이 30% 이상 감소했다는 게 현대차의 분석이다.
유니버스의 또 다른 강점은 긴 주행거리다. 1회 충전에 635km를 달릴 수 있다. 시내버스인 일렉시티 수소버스(550km)보다 85km 더 멀리 간다. 버스 지붕에는 5개의 수소탱크(광역 버스 기준)가 들어가 있다. 5개 탱크에 총 34.3kg 수소를 충전한다. 충전 시간은 25~30분 내외다. 180kW 수소연료전지 외에도 48.2kWh의 고전압 보조 배터리가 장착돼 힘을 보탠다. 모터 최고 출력은 335kW다.
이날 현대차는 수소전기버스 안전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수소전기 유니버스에는 총 8개의 수소리크센서(누출감지기)가 달려있다. 수소탱크, 연료전지스택, 파워트레인룸 등에서 항상 수소가스가 새는 부분이 없는지 체크한다. 또 불이 났을 경우 연료전지로 수소가스 유입을 막는 안전 밸브도 장착됐다. 온도가 110℃ 이상 올라가면 금속 부분이 녹아 밸브를 막고 수소가스가 지붕 위로 한꺼번에 분출된다. 불이 붙을 수는 있지만, 흔히 상상하는 폭발은 없다.
현대차는 수소탱크 안전성을 시험하기 위해 탱크에 총을 쏘는 실험까지 했다. 총탄을 맞은 수소탱크는 터지지 않고 찢어진다. 찢어진 틈으로 수소가스가 빠져나온다. 철보다는 4배 가볍고 10배는 단단한 탄소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덕재 현대차 하이테크육성팀 책임매니저는 “수소는 발화점이 500℃로 가솔린(246℃)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안전성 측면에선 수소차가 더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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