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일본서 3년 만에 굴욕 씻었는데… 뜻밖의 ‘새로운 경쟁자’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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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비중이 전체의 5%에 불과한 ‘수입차의 무덤’ 일본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가 소형 전기 SUV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를 앞세워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JAIA)에 따르면 현대차의 2026년 상반기 일본 신규 등록 대수는 542대로 전년 동기(438대) 대비 23.7% 증가했다.
그러나 하반기 변수가 만만치 않다. 중국 BYD가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춰 개발한 경형 전기차 ‘라코’를 출시하자 2주 만에 계약 1,002대를 돌파하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장 3,830㎜ 컴팩트 차체에 458㎞ 주행거리…일본 맞춤 전략 통했다
인스터는 올해 상반기 320대가 등록되며 현대차 일본 전체 판매의 59.0%를 담당했다.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5, 아이오닉 5 N, 넥쏘 등 5개 모델 가운데 단연 1위다.
인스터의 경쟁력은 일본 시장 특성에 정확히 맞아떨어진 차체 설계에 있다. 전장 3,830㎜·전폭 1,610㎜의 소형 차체는 좁은 도로와 협소한 주차 환경에 최적화됐다. 여기에 니켈·코발트·망간(NCM) 고에너지 밀도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 458㎞를 확보했다. 시작 가격은 284만9,000엔(약 2,400만 원)으로 젊은 세대와 은퇴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월 50~60대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인스터 효과는 연간 실적에서도 뚜렷하다. 현대차의 일본 연간 판매량은 2023년 492대, 2024년 618대에서 2025년 1,169대로 껑충 뛰었다. 2022년 2월 친환경차 전용 라인업으로 재진출한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연 1,000대 벽을 넘어선 것이다. 2008년 1차 진출 당시 연간 판매량이 500대에 그쳐 이듬해 철수했던 굴욕과는 180도 다른 결과다.
경차 규격·200만 엔 아래 실구매가…BYD 라코의 ‘가격 쇼크’

BYD 라코는 인스터와 세그먼트 자체가 다르다. 일본 경차 규격(전장 3,400㎜ 이하, 전폭 1,480㎜ 이하)에 맞춰 전장 3,395㎜·전폭 1,475㎜·전고 1,800㎜로 설계된 경형 전기차다. 일본에서 선호도가 높은 전동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해 협소한 주차 공간에서의 승하차도 배려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 무기다. 라코의 시작 가격은 214만5,000엔이며, 일본 정부 EV 보조금 15만 엔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199만5,000엔(약 1,780만 원)까지 내려간다. 인스터 시작가보다 약 70만 엔 저렴하다.
배터리는 비용 절감에 유리한 리튬·인산철(LFP) 방식을 채택했다. 22.4kWh 기본 모델의 주행거리는 210㎞에 그치지만, 35.84kWh 상위 트림은 320㎞를 구현한다. 인스터(458㎞)에 비해 주행거리는 짧지만, 일본 도심 생활권 위주 이용 패턴을 감안하면 실용성 면에서 허들이 낮다. BYD는 올해 말까지 라코 1만 대 판매를 목표로 내걸었다. 이는 일본 경형 EV 판매 1위 닛산 ‘사쿠라’의 2026년 상반기 판매량 4,972대의 두 배에 달하는 공격적인 수치다.
‘정비망·브랜드 신뢰도’가 관건…인스터와 라코의 공존 가능성은
일본 자동차 전문 매체 카뷰는 라코에 대해 “출시 초기 큰 화제를 모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부족한 정비망과 중국 브랜드에 대한 낮은 신뢰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초기 계약 열기가 실구매와 장기 신뢰로 이어지기까지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수입차의 무덤’에서 4년 만에 연 1,000대 고지를 넘은 현대차 인스터의 성과는 일본 시장 공략의 유효한 해법을 제시했다. 다만 BYD 라코가 경차 세제 혜택과 200만 엔 아래 실구매가를 앞세워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주행거리·브랜드 신뢰·서비스 인프라 등 비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하느냐가 하반기 일본 전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