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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동차 브랜드가 가진 전설과 꿈


오늘날의 자동차 시장에서 성공하는 자동차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상상력과 꿈을 자극하는 요소를 얼마나 제공 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상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제품의 성공 여부는 물론 물리적 품질과 성능이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단지 기능이 좋고 겉 모양을 그럴듯하게 디자인 한다고 해도 ‘인기 상품’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제품의 외관은 그 제품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좋은 제품이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임은 틀림없지만, 그 제품이 가진 기술적 혁신(革新, innovation)성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각인 시키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의 변화와 발전을 통한 혁신이 브랜드의 혁신성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형태와 구조가 사람들에게 조화로우면서도 참신한 특성으로 인식될 때 비로소 혁신적 디자인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적 성격을 디자인으로 잘 표현할 때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제품이 될 것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것만 가지고는 혁신적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것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전설(傳說; Legend)입니다. 여기에서 전설이란 무언가 특별한 내용의 이야기를 통해서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야기를 말합니다. 10여 년 전에 제가 우연히 본 광고문구 중에 어느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 새로운 메뉴를 출시하면서 그 메뉴를 알리기 위해 ‘간식 계의 레전설’ 이라는 홍보 문구를 쓴 걸 보고는 크게 웃은 일이 있습니다.
 

 
전설, 그것은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이야기로 신화(神話; Myth)라고도 이야기됩니다.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이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역사학자 유발 하리리(Yuval Noah Harai; 1976~)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모든 지구의 동물 중에서 오직 인간만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바로 그 능력 때문에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가장 강력한 종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그 증거로 독일의 슈타델 동굴에서 발견된, 3만 2천년 전의 인류가 남긴 작은 사자 형태의 조각품을 예로 듭니다. 그 조각품은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것으로 아무런 실용성이 없는 인형 같은 것으로, 그 시대 사람들이 사냥에 성공을 바라는 주술적인 도구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사자의 용맹 이라는 전설에 기대는 감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 상징성이 발전된 형태가 오늘날의 ‘브랜드(brand)’라고 합니다. 사실상 브랜드 자체는 아무 기능이 없습니다. 제품에 새겨진 이름일 뿐입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브랜드가 원시인의 사냥 성공을 도와주는 사자 였듯이, 어늘날에는 제품에 또 다른 힘을 넣어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에 제품을 만든 ‘브랜드’와 관련된 전설적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강력하게 어필(appeal) 시킨다면,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파급효과는 당연히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설을 잘 활용(?)한 사례의 하나로 아우디가 거론되기도 합니다.
 

 
아우디는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유럽의 다른 고급 브랜드와 구분될 만한 특색이 강하지 않은 대중 브랜드였다고 합니다. 1960년대의 아우디 차들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우디는 1980년대 초에 새로이 개발한 ‘콰트로(Quattro)’라는 상시 4륜구동방식을 가진 승용차로 눈 덮인 스키 점프대를 오르는 주행 성능 시연을 통해 그 이전까지 사람들에게 인식시키지 못했던 전천후(全天候)의 주행성능을 가진 아우디만의 고성능 기술을 강하게 인식시킴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전설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동차로 스키 점프대를 오른다는 것은 사실 현실 속에서는 아무도 시도하지 않는 일이고, 그것을 시도하는 것 자체도 무모한 일이 틀림 없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무모한 시도’의 성공을 통해 자동차가 그 동안 가져왔던 눈길에서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제시했고, 아우디는 다른 브랜드들이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신화(神話)적이고 전설(傳說)적인 이야기를 가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통해 소비자들은 특별한 주행성능을 가진 기술의 상징으로 아우디 브랜드를 인식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무모한 시도’의 성공과 함께 아우디의 콰트로는 ‘전설적 기술’로 인식되면서 아우디는 독일의 벤츠와 BMW와 자웅을 겨루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술을 차량에 적용해 나가는 한편, 공기역학적이면서도 세련된 차체 디자인을 제시해 나가면서 다른 메이커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이미지로 차별화를 이루어 나갔던 것입니다.
 
자동차는 여러 가지 기계부품들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종합 기계’ 이지만, 절대로 단순한 ‘기계’의 기준으로 평가되지 않는 특이한 물건입니다. 그것은 자동차가 사람들의 꿈과 상상력이 결합된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자동차가 ‘효율’만을 따져 논리적으로만 판단되는 기계에 불과하다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슈퍼카, 혹은 고급 승용차들은 단지 연료를 많이 소모하는 비효율적으로 큰 엔진을 가진 기계이며, 에너지를 낭비하는 잘못 만들어진 물건일 뿐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아무도 슈퍼카가 잘못 만들어진 기계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상 우리는 자동차를 대할 때 우리도 모르게 이중적 기준을 가지게 됩니다. 그것은 ‘이성적 기준’과 ‘감성적 기준’을 동시에 가지는 것입니다. 이성적 기준에서 우리는 연비를 따지고 출력과 소음, 그리고 가격대비 가치를 따집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다음에는 그 차의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느낌을 살피게 됩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미지와 느낌이 바로 감성적 요소입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최근 디자인의 전반적 흐름은 감성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감성 중시 경향은 기술적 비중이 높은 제품인 자동차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실 자동차의 하드웨어(hardware)가 발전할수록, 소프트웨어(software)적 요소로써 감성의 비중은 높아지고 있고, 최근의 전기 동력 자동차는 당연히 디자인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문화의 중점은 ‘이성(理性)’ 이었지만, 오늘날의 그것은 이미 ‘감성(感性)’으로 변화했습니다. 점잖음이 능사가 아닌 것이 오늘날의 문화 패러다임이 돼 버린 것이기도 합니다. 논리적 ‘설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동’을 줘야 하고, 때로는 ‘흥분’까지도 만들어내야 하는 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와 전설로 꿈을 가지게 만드느냐에 따라 그 브랜드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공하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브랜드 고유의 ‘전설’과 ‘꿈’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형태를 통해 보여주는 ‘창의적 디자인’이 준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설과 꿈을 가진 이야기를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무장할 때, 소비자들이 가슴을 설레며 사고 싶어 하는 자동차는 만들어질 수 있는 게 아닐까요?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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