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것만 읽는 건 내 스타일 아냐”
전날 경제론 공세 적극 해명했지만…
“말 많다고 엄청나게 잔소리 들었다”
제주·양산에선 표현 수위 조절 모드

대선을 1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낙관론을 포함한 언행 자제를 강조하는 ‘기강 다잡기’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 판세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하며 ‘신중 모드’와 ‘몸 낮추기’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선 후보는 딱히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다. 공식 유세 현장에서 장시간 연설을 반복하며, 구여권의 공세를 감수하더라도 메시지를 이어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의 기강 단속 기류와 이 후보의 거침없는 연설 행보는 온도차를 드러내는 양상이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20일 “연설·인터뷰·방송 등에서 예상 득표율 언급을 금지하고, 선거 결과에 대해 ‘낙승’ ‘압승’ 등의 발언을 금지한다. 실언하지 않도록 언행에 각별히 유의하길 바란다”고 소속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내부 단속을 하면서 “섣부른 낙관은 투표율 하락으로, 오만함은 역결집으로 이어질 뿐”이라며 “끝까지 절박하고 겸손하게 호소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날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기자들을 만나 “박찬대 위원장이 압승 (발언을) 주의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서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며 “이 내용은 비단 민주당 구성원뿐 아니라 현재 선대위에 참여한 다른 정당에게도 마찬가지 적용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윤호중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선대본 회의에서 “선대위 구성원 여러분께도 당부 말씀드리겠다. 주권자의 시선은 언제나 예리하다”며 “우리 마음에 오만과 방심이 싹트면, 국민 여러분께서 제일 먼저 눈치 채고 심판하실 것”이라고 재차 내부 단속을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류 속에도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이재명 후보의 ‘롱런’ 연설은 계속되고 있다. 연설 시간이 일정하진 않지만, 30분을 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유세에서는 1시간 가까이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직접 낙관론을 내세우진 않지만, 장시간 연설 과정에서 설화를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이 후보가 ‘몸을 낮추라’는 당내 기류와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후보가 앞서 전북 군산 유세 도중 언급한 ‘커피 원가 120원’ 발언은 자영업자 폄훼 논란으로 번졌다. 같은 유세에서 제시한 ‘호텔경제론’ 역시 현실 감각을 벗어난 경제론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 후보는 논란 이후 유세들에서는 경기가 나쁘면 동네에 돈이 돌게 해야 동네 경제가 나아진다는 취지의 발언과 함께 “승수효과도 모르는 바보들” “상대의 말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면 선전포고”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면 바보이고, 곡해하는 것이라면 나쁜 사람들”이란 표현을 불사하며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경기 의정부 유세에선 “의정부에 오랜만에 오다 보니 할 말이 많아 말이 길어졌다”며 “캠프에서 나한테 ’10분만 하라는데, 왜 그렇게 말이 많냐’ 잔소리를 할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재명 후보 얘기를 10분만 듣고 집에 가면 섭섭하지 않겠느냐”라고 발언했다.
이어 “내가 말을 하다보면 또 꼬투리를 잡혀서, 정성호 의원이 자주 ‘말 좀 그만해라. 꼬투리 잡히지 않았나. 그거 써놓은 것만 읽으라’고 그런다. 나도 그냥 (준비된 걸) 읽어버리고 가버리면 좋은데 나는 그게 합당한 정치인의 태도가 아니라고 봐서 그런다”고 했다. 나아가 “약간 실수하더라도 여러분이 커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이 후보는 전날까지 자신의 경제론 공세에 적극 해명 모드를 보인 것과 달리, 논란을 유발할 만한 표현은 자제했다. 이 후보의 경제 관련 논란 발언은 ‘지역화폐’ 등 정부 재정 투입과 이를 통한 동네 경제 활성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 대부분이다. 이날 유세에서는 지역화폐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도 나오지 않았다.
이 후보가 경제 관련 논란을 빚은 표현은 자제했음에도 현장 연설은 여전히 길게 이어졌다. 이 후보는 제주에서는 “진짜 마지막으로, 우리 캠프에서 길게 하지 말라는 엄명이 떨어졌다”고 말하며 유세를 마무리했다.
경남 양산 유세에서는 경제와 관련해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돌려야 하고, 6월 3일이 그 첫 출발점이 되게 하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다”며 비교적 수위를 낮춘 채 발언했다. 이 후보는 양산 유세 후반부에는 “내가 하도 소리를 지르고 말이 많다고 참모로부터 엄청나게 잔소리를 듣고 있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하겠다”며 발언을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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