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만 기다렸다…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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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로 발행어음 시장에 합류한 삼성증권이 공격적인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사업 준비기간이 길었던 만큼 상품 설계작업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내고, 늦어도 추석전에는 첫 상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의 단기금융업 인가 후 불과 10여일 만에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이는 셈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금웅위 인가 하루만인 지난 10일 발행어음 상품출시를 위한 ‘발행어음 핵심설명서’, ‘발행어음 약관’을 모두 제정하고 이날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른 첫번째 발행어음 상품 출시일은 추석 전으로 잡았다. 이르면 21일 발행어음 첫 상품 출시를 목표로 금리 등 세부사항을 최종 조율중이다.한 달 걸리던 첫 상품, 열흘만에 나오나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상품 출시일정은 최근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한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빠른 속도다.
지난해 11월 19일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키움증권은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16일에 발행어음 첫 상품을 출시했고, 지난해 12월 17일 인가받은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각각 올해 1월 9일, 2월 9일에 첫 발행어음 상품을 내 놨다.
삼성증권의 발행어음 속도전은 생각보다 길었던 준비과정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한 자기자본 요건(4조원 종합금융투자회사)을 갖춘건 이미 2017년이었지만 인가에는 9년의 시간이 걸렸다. 삼성그룹 대주주문제에 이어 지난해 거점점포 영업제재 문제까지 계속해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키움증권 등과 함께 단기금융업 인가 후보에 올랐던 지난해부터는 사실상 인가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하고, 실질적인 사업 준비작업도 해왔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사내에 발행어음사업본부를 신설해 조직을 완성했고, 전산 등 상품개발을 위한 준비도 함께 병행했다. 인가만 떨어지면 곧장 상품출시가 가능했던 셈이다.

금리인상 후에 잡은 기회, 최고수익률 내 놓나
삼성증권의 첫번째 발행어음은 수익률에서도 공격적인 설계가 예상된다.
현재 발행어음 최고 수익률은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증권이 운용중인 1년 만기 기준 4%다. 1년간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경우에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 하나증권이 4.35% 수익률을 제공하고, 한국투자증권은 4.6%로 가장 높은 수익률로 고객을 유치했다.
삼성증권은 후발주자인만큼 단기간에 고객반응을 이끌 수 있는 최고수익률로 첫 상품을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로 인상한 점도 수익률 설계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적금 대비 발행어음의 투자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이후에 출시되는 발행어음일수록 높은 수익률의 설계가 불가피하다.
이와관련 삼성증권 관계자는 “추석전 출시를 목표로 발행어음상품을 준비중이며, 수익률은 최근 금리 상황 등을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사업 초기 소수 고객을 타깃으로 한 고금리 특판상품이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키움증권은 지난 6월말 4% 우대금리를 한시적으로 적용한 1년만기 발행어음을 특판한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자사 기준 생애 첫 고객에게 세전 연 5% 금리를 주는 발행어음 특판상품을 내 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3개사 중 키움증권의 발행어음잔고가 가장 큰 배경이다.
삼성증권은 타사 대비 압도적인 규모의 자산관리(WM) 및 리테일 기반을 활용해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2분기말 리테일 고객자산은 652조2000억원,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75만2000명에 이른다. 특히 100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가문 서비스인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193가문, 관리자산 51조원 규모다.모험자본 공급과 유동성 관리 과제
삼성증권의 공격적인 행보와 함께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은 치열해지는 한편 리스크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후발 사업자인 삼성증권 역시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대비 200%까지 발행할 수 있는데, 한국투자증권은 이미 177%를 발행했고, KB증권은 145%, 미래에셋증권은 103%를 발행하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기반으로 한 만기보유형 기업금융 및 직접투자 확대는 사업포트폴리오와 자산건전성 관리부담을 높이는 한편, 단기차입 확대에 다른 유동성 리스크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종합투자회사(종투사)로 지정되지 않은 일반 증권사의 3개월 유동성비율은 2017~2025년 중 4%포인트 하락했지만,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종투사는 134%에서 115%로 하락했다.
김나율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종투사의 총위험액이 영업용 순자본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영업용 순자본비율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발행어음 제도 도입 후 사업영역을 확대해 온 대형증권사의 유동성비율 하락이 두드러지면서 일반 증권사 대비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이 정하고 있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도 부담이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큰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7개 종투사의 1분기말 발행어음 및 IMA 조달액 대비 모험자본공급 비율은 17.3%로 의무비율인 10%를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올해 10%인 모험자본 의무공급비율은 내년 20%, 2028년엔 25%까지 높아진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인가가 늦은 만큼 상품을 잘 준비해서 고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국내 모험자본 공급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