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500억원을 투입한 우주 배경의 로맨스 ‘별들에게 물어봐’가 새해 기대작으로 출발했지만 시청률 측면에서는 반응이 신통치 않다.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편성 시간대인 tvN 토일드라마로 공개되고 있지만 첫 방송 이후 2회 연속 시청률이 3%대에 머물렀다. 아직 초반인 만큼 이야기가 본격 시작되면 시청률도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지난 4일 방송을 시작한 ‘별들에게 물어봐'(극본 서숙형)는 국내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첫 드라마다. 무중력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보스 이브(공효진)와 비밀스러운 목적을 숨긴 채 700억원의 비용을 내고 우주관광객이 된 공룡이 지구 밖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영화에서는 ‘승리호’부터 ‘더 문’까지 우주 배경의 이야기들이 줄곧 제작됐지만 TV 드라마가 무중력인 우주의 세계를 다루기는 처음이다. 16부작에 제작비 500억원을 투입해 광활한 우주를 안방에서 구현하고 있다.
배우 이민호와 공효진이 새로운 실험을 시작한 주인공이다. 이민호는 대기업 후계자가 남긴 정자를 이용한 인공수정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비밀을 품고 우주로 떠난 산부인과 의사 공룡 역이다. 우주에 관해 아무런 경험이 없는 공룡을 이끄는 인물은 우주정거장의 리더 이브. 공효진이 맡아 노련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우주 과학자를 표현하고 있다.
● 익숙한 ‘로코 공식’ 벗어난 낯선 소재
기대 속에 출발한 ‘별들에게 물어봐’는 기존에 익숙하게 봐 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설정에서 벗어난 소재와 접근으로 눈길을 끈다. 초반 1, 2회에 등장한 주요 소재는 임신과 유산, 난임 등에 집중됐다. 극중 대기업 MZ그룹의 총수는 하나뿐인 아들이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생전 그가 남긴 정자로 인공수정을 시도해 대를 이으려 한다. 며느리도 이에 동의하면서 비밀 임무를 띈 의사 공룡이 700억원을 후원받아 우주로 향했다. 이뿐 아니라 공룡과 결혼을 약속한 총수의 딸 고은(한지은)이 겪는 유산과 난임 판정, 그리고 쥐와 초파리 실험을 통해 난임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주정거장의 연구 등이 주요 소재로도 등장했다.
무대를 우주로 확장한 제작진은 난임과 치매 등 현대 의학 기술로 풀기 어려운 문제의 해법을 우주에서 찾으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무중력 우주 로맨스 장르이기에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초반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린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내세운 드라마가 임신과 난임 등 소재에 처음부터 집중하다 보니 설레고 웃기는 이야기를 예상했던 시청자의 기대를 빗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의 이 같은 반응은 시청률에서 엿보인다. ‘별들에게 물어봐’의 1, 2회 시청률은 같은 시간대에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의 시청률 추이와 비교해 다소 저조하다.
토요일에 방송하는 1회에서 보통 3~4%로 출발한 드라마들은 일요일인 2회에서는 2~3%P씩 한번에 상승하기 마련이다. 지난해 11월23일 첫 방송한 주지훈 정유미의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는 1회 3.5%(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해 2회에서는 6.5%까지 올랐다. 10월12일 첫 방송한 김태리의 ‘정년이’ 역시 1회 4.8%로 시작해 2회는 8.2%까지 상승했다. 8월27일 첫 방송한 정해인 주연의 ‘엄마친구아들’도 비슷한 추이. 1회 4.9%에서 2회 6.0%로 올랐다.
반면 ‘별들에게 물어봐’는 1회 3.3%로 출발해 2회에서는 3.9%를 기록하면서 단 0.6%P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방송 직후 넷플릭스와 티빙 등 OTT 플랫폼에서도 작품을 공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청률이 드라마의 인기를 가늠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앞서 방송한 드라마들 역시 같은 조건이었던 만큼 ‘별들에게 물어봐’의 초반 성적은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시청자의 평가가 엇갈리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를 탈피하는 시도는 제작진의 ‘의도’이기도 하다. 박신우 PD는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관계는 좀 특이하다”며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가 기존에 익숙했던 호흡으로 이번 드라마를 보면 조금 힘들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무중력의 공간에 들어간 사람이 느끼는 낯선 감각처럼, 주인공들의 특이한 관계가 만드는 색다른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의미다.
박신우 PD는 “무중력의 상태처럼 ‘내 기분이 이상한가, ‘내 생각이 맞는 건가’ 계속 궁금해하면서 감정을 나누는 이야기”라며 “꼭 주인공들의 연애가 아니더라도 그런 낯선 호흡에서 느껴지는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로맨스 그 이상의 관계를 다루고자 했다”고도 설명했다.
아직 ‘별들에게 물어봐’는 풀어야 할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남아 있다. 이제 막 우주정거장에 안착한 공룡이 인공수정의 비밀 임무를 무사히 마칠지, 미지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브와 공룡의 사랑은 어떻게 꽃을 피울지 호기심을 여전히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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