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도미노]②IT비전공자도 뚫었다…AI시대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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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사이버 공격의 문턱이 한층 낮아졌다. 그간 전문 해커조직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킹’이 이제는 누구나 AI 도구를 활용해 공격 코드를 작성하고 침투 시도를 자동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28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는 123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9.5% 증가했다. 주요 위협으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공격 자동화 △개발자 계정 탈취를 통한 소프트웨어 공급망 공격 △DDoS 공격 △랜섬웨어와 정보 유출을 결합한 이중 갈취 △API 및 계정 탈취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등이 지목됐다.
KISA는 해커들이 AI 모델을 활용하면서 공격 대상의 취약점을 탐색하고, 공격 코드를 작성하거나 반복 실험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AI가 기존 사이버 공격의 속도와 규모를 증폭시키는 수준을 넘어 그 자체로 독립적인 신종 사이버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I의 취약점 탐지 능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앤트로픽이 개발한 최상위 인공지능 모델인 ‘미토스(Mythos)’가 27년간 발견되지 않았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실제 공격까지 연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일종의 ‘봉인 조치’를 하며 가슴을 쓸어낸지 불과 반년 만에 이번엔 전세계 웹사이트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가 뚫리는 등 AI가 보안 허점을 찾아내는 속도는 이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PHP의 경우 보안업체 캘리프가 오픈AI의 모델 ‘GPT-5.6 솔(sol)’을 활용해 취약점을 찾아내 신고했으며, 구글 산하 보안업체 위즈도 독자적으로 2건의 취약점을 발견했다. 위즈는 PHP재단이 2년간 발견하지 못했던 보안 취약점을 AI 도구를 활용해 일주일 만에 밝혀냈다.
방어용 목적의 AI를 공격용으로 바꿔 시스템을 해킹한 사례도 발생했다. AI 자율형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가 그 예다. 아르텍스는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한 침투 테스트에 활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AI 도구로,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에 공개된 오픈소스 모델이다.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해킹에 활용되면서 위협적인 공격 도구로 돌변했다.
지난 23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침해 및 공갈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한 총책 A씨도 아르텍스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IT 비(非)전공자인 A씨는 병원, 학원, 보험판매 업체, 상조회사 등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단행해 개인정보 820만건을 탈취했다. 그는 영상과 블로그 등을 보면서 해킹 관련 지식을 익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버 공격의 주체가 전문 해커조직에서 비전문가까지 확대된 셈이다.
박세준 티오리 대표는 자사 SNS를 통해 “블로그 통해 해킹을 배우고 AI로 실행하니까 (아직까진) 추적이 수월한 상황”이라면서 “비전공자도 할 수 있을만큼 진입장벽과 난이도가 낮아졌음을 증명하는 예”라고 말했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제로 트러스트’ 같은 보안체계를 도입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부 보안 취약점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미사용 계정이나 불필요한 접근 권한을 점검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 관리 체계를 갖춘 뒤 필요한 보안 장비나 솔루션 투자 등 단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