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갈림길에 섰다. 다양한 장르의 신작 출시뿐 아니라 외부 작품 퍼블리싱(유통), 신사업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런 트렌드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심 게임 IP(지식재산권) 개발에 전념하는 게임사도 있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연초부터 신작 출시와 함께 퍼블리싱 작품을 내놓으면서 실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경영 체계 개편과 신작을 통한 실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엔씨는 이성구 부사장과 백승욱 상무, 최문영 전무를 CBO(최고사업책임자)로 임명하면서 게임 사업에 고삐를 쥘 것을 예고했다. 이 부사장과 백 상무, 최 전무는 각각 리니지, 아이온2, 쓰론앤리버티(TL) 등을 관리한 인물들이다.
리니지와 같은 기존 핵심 IP와 미래를 이끌 IP TL을 관리한 인물을 중용하면서 게임 사업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향성을 제시하 셈이다. 엔씨는 올해 출시한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BSS’ 등을 통해 MMORPG가 아닌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넷마블도 신임 각자 대표에 경영기획 담당 임원인 김병규 부사장을 내정하는 등 경영 체계를 재편하면서 ‘RF 온라인’, ‘일곱 개의 대죄:오리진'(Origin), ‘데미스 리본’ 등 신작을 통한 실적 개선을 본격화할 구상이다.
컴투스도 세계적 흥행작인 ‘서머너즈 워’ IP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는 퍼블리싱도 추진할 방침이다. ‘배틀그라운드’ 하나로 글로벌 게임사로 거듭난 크래프톤도 ‘다크앤다커’라는 외부 IP 게임을 국내 서비스할 예정이다. 웹젠의 경우도 MMORPG 장르를 넘어 ‘테르비스’를 비롯해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라그나돌’ 등 서브컬처 장르 게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게임즈도 레드랩게임즈의 MMORPG ‘롬’을 글로벌 시장에 퍼블리싱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은 인기 장르에서 저마다 매력을 갖춘 작품을 내놓고 기회를 찾는데, 크래트폰처럼 배틀로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조 단위 시장을 만든 사례도 있다”면서도 “그런 이들이 퍼블리싱과 같은 사업 다각화에도 나서는 것은, 하나의 IP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적 사업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체 작품 담금질을 통한 한우물 파기를 우직하게 이어가는 회사도 있다. 대표적인 곳은 펄어비스다. 이 회사는 과거에 2021년 개발 목표라고 밝혔던 ‘붉은사막’을 여전히 개발중인 상태다. 하지만 지스타 같은 게임 행사에서 ‘맛보기’ 시연이 있을 때마다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작이나 퍼블리싱이 아니라 한번 개발만 하면 롱런하는 ‘명작’ 개발에 집중하는 회사 DNA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위메이드 같은 곳은 기존 게임뿐 아니라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으로 역량을 더욱 끌어가는 경우도 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게임사 대다수는 게임 콘텐츠 사업을 하고, 소수 명작에 집중하는 길도 있다”며 “플랫폼의 길은 한 자리밖에 없고, 다른 길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