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잊을만하면 나오는 플랫폼 규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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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어떤 목적에서 이 법이 필요한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법이 추진되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법학과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같이 지적했다.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등 소수 대형 플랫폼의 시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막는다는 취지의 법안 제정을 두고 각계 우려가 크다.

특히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IT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준표 소프트뱅크밴처스 대표는 최근 개인 사회관계망(SNS)에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진출 등 아직 성장 중인 국내 기업들만 대상으로, 고민이 덜 되어 보이는 규제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싶을까”라며 꼬집기도 했다.

당국의 플랫폼 규제 추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공정위는 플랫폼과 소상공인(입점 사업자) 간 ‘갑을’ 문제로 인한 피해를 방지한다는 취지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2021년 1월말 국회에 제출했지만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플랫폼 산업은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모든 문제를 일률적인 규제로 해결하는 건 실효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업계는 정부의 자율규제 기조에 발맞춰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소상공인과의 상생 방안 모색에 주력해 왔다.

이런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규제 논의가 이뤄지자 IT 업계 협단체가 참여하는 디지털경제연합(디경연)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플랫폼법 제정 논의는 디지털 경제의 성장 동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이번 법안 제정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학계에서는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있었지만 업계 간담회나 공청회, 정책 당국자나 학계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학회처럼 열린 공간에서 논의할 기회는 부족했다”며 “이런 공적인 논의를 통해 플랫폼 규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예상대로 플랫폼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챗GPT’ 등장을 계기로 AI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한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도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를 이어온 속에서 구글, 메타(구 페이스북) 등 ‘빅테크’와의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단순 경쟁을 넘어 여기서 한번 밀리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위기감마저 커진 상황에 섣부른 규제로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 그동안 플랫폼 규제를 들여다 본 정부가 규제 논의를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성급한 추진보다 시간을 두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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