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시골로 내려가 36년 노후주택에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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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퇴사 후 가족 곁으로 돌아온 화연씨입니다:) 지금은 고양이 1마리, 강아지 3마리의 집사로 취업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저희 가족은 원래 대전에서 함께 살았는데 고등학교 때 아빠가 고창(아빠의 고향)으로 먼저 귀농을 하셨어요. 부모님께선 그동안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이번에 고창 집을 새로 사서 대전 집을 팔고, 살림을 합치기로 했답니다!

살면서 이사는 수도 없이 했고, 아빠가 귀농 전에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셨기 때문에 솔직히 이번 공사도 수월하게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리모델링은 “집 꾸미기“였다면 노후주택은 “집 고치기“에 더 가까운 공사더라고요.

그럼 이쯤에서 1985년생 우리 집의 첫인상을 보여 드릴게요~

우리 집은 정남향에 27평이고, 마당까지 하면 130평이에요.

1985년생 노후주택인 우리 집은 농사를 좋아하시던 집주인 할아버지의 밭과 정미소로 쓰이던 낡은 창고가 있는 넓은 마당,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아치형 기둥과 세월이 만든 거실의 나무 천장이 인상 깊던 곳이에요.

이전에 살던 집은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해서 쫓겨나 급하게 구한 곳이지만, 면 소재지라 편의시설도 있고(무려 편의점..!) 아빠 농장도 가까우며, 무엇보다 강아지들이 놀 수 있는 넓고 안전한 마당이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공사는 반 셀프로 진행했어요. 디자인 및 자재 셀렉을 하면 인테리어 업체를 하시는 아빠의 지인분께서 시공기사님들을 연결해 주셨답니다. 그 외의 마당 공사나 나무 칠 같이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직접 하면서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덜고자 했어요.

1. 도면 – before

도면 – after

거실 앞 베란다를 확장하고, 주방의 위치를 옮겨 옆에 다이닝룸을 만들기로 했어요. 작은 욕실을 더 좁아 보이게 한 다락방도 허물었어요. 주방과 다이닝룸의 창을 키우거나 새로 뚫어서 언제든 마당을 내다볼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집을 고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첫째도 단열, 둘째도 단열, 셋째도 단열이었어요. 시골집은 도시와 다르게 바람을 막아주는 건물이 없어서 외풍이 정말 심하답니다. 이번 이사를 마지막으로 부모님께서 정착하여 노후를 보낼 공간이라 돈을 많이 들여서라도 단열에 신경 쓰기로 했어요.

예상보다 집 상태는 훨씬 심각했어요. 단열이 전-혀 되어있지 않은 건물이어서 벽과 천장 전부 뜯어내 단열 작업을 했고, 보일러 배관도 부식돼서 바닥을 허물고 새로 교체했어요.

점점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변수들이 계속 나왔고, 예산은 진작에 초과했답니다…. 그래도 지금 안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던 것 같아요.  (=전부 다 새로 했다는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각 위치별 비포 앤 애프터를 보여드리며 설명할게요:)

2. [외관]

after

노후주택을 산다는 건 집뿐만 아니라 세월도 함께 산다고 생각해요. 이젠 나오지 않는 마감재나 시간의 흔적들이 바로 이 집의 가치였고, 그걸 최대한 지키고 싶었어요.

가끔 지나가다 오래된 집에 흰색 새시가 끼워져 있는 걸 보면 이질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외부 새시는 전부 차콜로 통일했어요. 그리고 외부 마감재가 다양한 편이라 도색은 오프 화이트로 심플하게 시공했어요.

마당은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라 많이 지저분해도 감안하고 봐주세요ㅠ.ㅠ 겨울이 끝나면 잔디를 깔 예정이랍니다 🙂

중앙의 붉은 벽돌과 아치형 기둥은 이 집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누수가 너무 심해서 기사님들이 기둥 전체를 감싸버리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엄마랑 함께 무조건 살려달라고 우겨서 전체 방수 작업 후 붉은 벽돌 부분만 스타코 마감을 해서 누수를 잡았어요. 완벽히 살리고 싶었지만 비올 때마다 불안에 떨고 싶지는 않기 때문에 적당 선에서 타협을 했답니다ㅜ_ㅜ

외부로 향하는 문은 전부 터닝 도어를 사용했어요! 가격은 비싸지만 외풍이 전.혀 들어오지 않아서 정말 좋더라고요. 유리는 모루 유리를 써서 개방감을 주면서 프라이버시는 보호할 수 있도록 했어요. 입구를 바꿨기 때문에 문 앞의 계단은 현무암 벽돌을 이용해 아빠가 직접 만드셨어요.

2. [현관]

before

after

기존에 있던 아치 모양을 그대로 살리느라 목공 기사님들이 애쓰셨어요. 모든 새시는 외부-차콜, 내부-화이트 컬러로 시공했습니다!

신발장 자리는 원래 베란다로 이어진 곳이었는데, 가벽을 세우고 붙박이장을 넣어 신발장으로 사용 중이에요. 신발장 문 안쪽에 거울을 달아 외부는 깔끔하게 보이도록 했어요. 옛날 집 치고 층고가 높아서 신발장을 분리했어요. 신발장 앞 층고는 2800, 중문 층고는 2700이랍니다. 현관은 집에 사용된 모든 손잡이는 을지로에 가서 직접 구매해왔어요.

인테리어 컨셉은 “우드 앤 화이트” 맞춰서 디자인했어요. 선반은 원래 있던 선반을 살려서 중문, 배전함 커버와 함께 직접 오일 스테인을 칠하고, 배전함 커버는 목공 기사님께 이미지를 보여드리니 똑같이 만들어주셨어요:)

우물천장 속 나무 장식은 기존에 있던 걸 그대로 살렸어요.

현관 조명을 위해 정말 많은 곳을 발품 팔았지만 결국 인터넷에서 산 조명을 선택했어요. 과하지 않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점이 최고의 장점입니다ㅎㅎ(무려 35,000원..!) 전혀 저렴해 보이지 않아서 강력 추천입니다:)

현관 타일은 저희 가족이 동시에 이거다! 하고 골랐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의견 맞기 어려운데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 의견 통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오~신경 좀 썼는데?’ 이런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중문 앞에 놓은 페르시안 발 매트와도 잘 어울려요. 타일 줄눈을 화이트로 하면 금방 더러워지고 너무 튈 것 같아서 바닐라 컬러로 시공했어요.

3. [거실]

before

after

중문은 시트지를 붙이기보단 원목으로 된 문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가격이 정말 비싸더라고요. 포기하려던 찰나 저렴하게 취급하는 업체를 찾아 일반 ABS 도어와 비슷한 금액으로 원목 문을 구매했어요.

색은 집안의 다른 나무들과 톤을 맞추기 위해 직접 오일 스테인으로 칠했어요! 문틀까지 원목으로 하면 틀어짐이 있다고 해서 문틀은 일반 문틀을 사용했어요. 손잡이는 을지로에서 구매했습니다.

스위치도 예뻤으면 좋겠고, 그렇다고 너무 튀지는 않았으면 했는데 딱 적당한 디테일의 제품을 찾았어요. 벽은 LG하우시스의 베스띠 리얼 페인팅 실크벽지로 집 전체를 시공했어요. 펄이 전혀 없고 과하지 않은 질감이 맘에 들어요.

우리 집의 자랑! 35년의 세월이 담긴 나무 천장이에요. 그대로 떼서 천장 단열 작업 후 원래 위치에 다시 붙였답니다. 이걸 살리겠다고 기사님들 눈치를 봐가며 부탁했던 노력이 빛을 보게 되어 너무 행복했어요. 저희보고 그렇게 안 봤는데 안목이 촌스럽다고 하신 기사님들… 맞습니다! 촌스러운 걸 좋아합니다:)

조명은 주백색 3인치 매립 등을 기본으로 사용하고, 곳곳에 전구색 펜던트 등, 벽 등, 스탠드를 이용해 포인트를 줬어요.

베란다를 확장하고 통창을 만들어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싶었어요. 미닫이 창문도 한쪽에 만들어 환기도 잊지 않았답니다!

정남향인 우리 집은 햇살 맛집이에요. 집이 대문을 등지고 있어 거실에 큰 창을 두어도 누가 훔쳐볼 걱정이 없어서 좋아요. 날이 따뜻해지면 정원을 예쁘게 가꿔서 거실에 앉아 꽃구경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는 소파에 드러누워 있는 걸 보기 싫어하셔서 거실에 소파가 없어요. 그 대신 통창 앞에 2인 테이블을 두고 그 위에 펜던트 등을 달아줬어요. 테이블과 의자는 당근마켓에서 구매했습니다!

확장한 베란다 벽 안쪽에 후크를 보이지 않게 달았어요. 흰 원단에 고리를 달아 만들어 걸어주면 거실이 영화관으로 변한답니다 🙂

천장 나무 장식과 비슷한 톤의 원목 가구를 찾다 보니 집에 장미맨숀의 가구가 많아졌어요. 디자인도 마감도 고급스러워서 마음에 드는 브랜드예요. (다만 배송비가 너무 비쌀 뿐……)

방문은 미닫이문으로 시공하고, 컬러는 벽지와 맞췄어요. 몰딩, 걸레받이, 시트지도 전부 벽지 샘플북을 들고 업체에 찾아가서 가장 비슷한 색으로 맞췄답니다! 손잡이는 을지로에서 구매했어요.

가운데 방의 창살문도 기존에 있던 문을 그대로 뒀어요. 그냥 쓰기엔 너무 지저분하고 톤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사포질을 하고 오일 스테인과 바니시를 칠해 깨끗하게 살려냈어요.

4. [다이닝룸]

before

after

기존에 있던 상하방이 다이닝룸과 주방으로 탈바꿈했어요. 다이닝룸은 거실과 이어진 느낌을 주기 위해 입구를 최대한 확장했어요.

[behind]

새로운 보금자리를 함께 만들며 물론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그보다 재밌는 일들이 많았어요. 가족들과 공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평생치 에피소드가 생겼거든요. 아마 이곳에 살아가는 동안 작은 스위치 하나에도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가며 지낼 것 같아요.

마치 조별 과제를 하듯 서툴고 순탄치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언제 또 이렇게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을까요. 여태껏 살면서 요즘처럼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각자 인생으로 바빴던 우리가 다 같이 모여 풀을 뽑고, 계단을 만들고, 저녁을 먹으며 오늘을 이야기하고.

작년 여름, 퇴사를 고민하던 제게 시골 와서 같이 놀자고 한 아빠와 마음대로 하라던 엄마. 그리곤 그대로 짐 싸 들고 내려온 저는 지금 가장 긴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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