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걷기 좋은 계절로 친다. 그런데 걷다가 발등이 아프거나 발 앞쪽이 저릿한 증상이 느껴진다면 ‘이 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뭘까? 바로 전 세계 인구의 2~4%가 겪는다는 ‘무지외반증’이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검지발가락 쪽으로 휘는 질환으로, 주로 엄지발가락이 아프거나 튀어나온 뼈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증상을 수반한다. 하이힐을 즐겨 신을 때 무지외반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엄지발가락이 아닌, 다른 부위가 아플 수도 있다. 강북연세병원(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전문병원) 조준 원장은 “많은 환자가 엄지발가락이 아닌 발등이나 발 앞쪽 전체가 아픈 증상을 호소한다”며 “이 경우 정확한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무지외반증인데 엄지발가락이 아닌 발등이 아픈 이유는 따로 있다. 발가락뼈 중에서는 엄지의 뼈가 가장 굵다. 그래서 걸을 때 엄지에 하중이 많이 실리는데, 무지외반증 탓에 뼈가 돌아가 있으면 엄지에 실려야 할 하중이 검지와 중지발가락에 실린다. 그래서 발 앞쪽 전체가 뻐근하고 저릿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조 원장은 “무지외반증이 있어서 발볼이 넓어지면 신발을 신었을 때 발가락 사이사이에 지나가는 신경이 눌리는 자간신경종이 동반된다”며 “발의 축이 무너지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 발등에서 통증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무지외반증은 심하지 않으면 발가락 사이에 교정기를 착용하는 보조적 치료를 시행한다. 교정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돌아간 뼈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아니고, 돌출된 부위를 평행하게 만들어 통증을 줄이는 목적이다. 발볼이 넓은 신발을 신어서 발이 꽉 끼지 않게 하는 방법도 있다. 만약 이러한 방법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하다. 조준 원장은 “무지외반증 수술은 뼈의 각도를 정상화하는 수술로, 튀어나온 부분만 깎는 게 아닌 재발하지 않도록 뼈를 안쪽으로 틀어서 교정하는 교정절골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과거엔 교정절골술을 시행할 때 뼈 전체 축을 따라 다 교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서 10~12㎝를 절개해야 했다. 뼈를 완전히 드러내는 상태에서 교정한 것이다. 이렇게 수술할 경우 뼈 모양 자체는 교정이 잘 되지만 수술 후 통증과 부기가 심하고 피부 손상이 컸다. 뼈가 붙는 속도가 느려 회복 기간이 긴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수술 효과는 높이면서 환자가 수술 후 겪는 통증을 줄이도록 관절 내시경 수술을 시행한다. 조준 원장은 “관절을 최소로 절개하기 때문에 피부 등 손상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엄지발가락 부위 1㎝와 나사·핀이 들어갈 부위 1㎝ 두 곳만 절개해 수술을 진행한다. 절개 부위가 1㎝짜리 두 곳뿐이라 통증이 적다. 수술 후 2주부터 무지 보행이 가능하며 4주째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롭게 걸을 수 있다.
조 원장은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지외반증 치료를 미루는 사람이 많지만, 무지외반증은 계속 진행한다”며 “방치하면 다른 발가락의 부담이 커져 퇴행성 관절염, 지간신경종 등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치료받길 권한다”고 말했다. 다만 모양만 휘었을 뿐 별다른 증상 없을 때의 수술은 과잉 진료라는 게 조준 원장의 설명이다. 엄지·검지·중지발가락이나 발등에 통증이 있을 때 수술해야 만족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