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빼야할 이유가 더 생겼다. 복부비만이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교종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의 직접적인 내용과 관련이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복부비만이 대장암과 유방암 등의 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가운데 악성 뇌종양 중 하나인 신경교종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신경교종은 뇌와 척수의 내부에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기원하는 종양으로 원발성 두개강 내 종양 중 50% 정도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뇌종양이다. 신경교세포는 신경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보호하고 구조적으로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부분 주위 정상 조직을 침투해 빠르게 성장해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최근 고은희·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팀은 복부비만이 심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당뇨병 환자 189만명을 최대 10년 동안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허리둘레가 남성 90㎝ 이상, 여성 85㎝ 이상인 경우를 복부비만이라고 한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복부비만율은 약 24%인데 당뇨병 환자의 복부비만율은 약 63%로 2.6배가량 높다. 이 중 심한 복부비만(허리둘레 남성 100㎝, 여성 95㎝ 이상)환자의 신경교종 발생률은 복부비만이 아닌 환자보다 최대 37% 높았다.
연구팀은 당뇨병 환자를 허리둘레에 따라 5㎝ 단위로 1그룹(남성 80㎝ 미만, 여성 75㎝ 미만)부터 6그룹(남성 100㎝ 이상, 여성 95㎝ 이상)까지 총 6개 그룹으로 나눴다.
당뇨병 환자들의 연령, 성별, 흡연 여부, 비만도(BMI), 당뇨병 유병 기간, 인슐린 사용 여부 등을 보정해 그룹별 신경교종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1그룹을 기준으로 신경교종 발생률은 ▲2그룹 5% ▲3그룹 18% ▲4그룹 28% ▲5그룹 32% ▲6그룹 37%씩 증가해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신경교종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65세 미만 당뇨병 환자의 경우 65세 이상의 고령 환자보다 복부비만에 의한 신경교종 발생률의 증가 정도는 16% 더 높았다.
신경교종은 대부분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어 발견이 늦어 2년 생존율은 약 26%에 그친다. 발생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 결과로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은희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복부비만과 신경교종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힌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신경교종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지방세포가 체내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신경교종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당뇨병 환자는 복부비만이 생기지 않도록 평소 매일 30분씩 걷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