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7세기 불상 국내 첫 공개…호암미술관 불교미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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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 관음보살 입상, 백제, 7세기 중반, 금동, 높이 26.7cm, 개인 소장 / 호암미술관 제공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 ‘젠더’의 관점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의 불교 미술품을 살피는 대규모 기획전을 연다.

27일 개막하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전은 불화나 불상 등 불교미술을 다뤘던 여타의 전시와는 달리 그동안 불교미술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큐레이터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아시아 불교 미술 속에서 불교는 여성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그리고 여성은 불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길래 맹렬히 불교에 귀의했는지, 두 가지 질문에서 시작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획 의도에 맞춰 전시는 1, 2부로 나눠 불교미술 속에 재현된 여성상을 살피고 불교 미술품의 후원자와 제작자로서 여성을 조명한다.


석가탄생도(왼쪽.조선, 15세기, 혼가쿠지 소장)와 석가출가도(조선, 15세기, 쾰른동아시아미술관). 15세기 한 세트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불화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 호암미술관 제공

1부에서는 다양한 불전도(佛傳圖·석가모니의 일생 중 중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그림)에 묘사된 어머니 이미지의 여성, 집착과 정념을 불러일으키는 근원으로 간주했던 여성의 몸이 불화에서 묘사되는 방식, 여러 관음보살상과 보살도에 나타나는 여성형 관음보살, 승리의 여신이자 만복을 준다는 ‘마리지천’처럼 한국불교 속 여신 신앙의 일면 등을 살핀다.

2층 전시장에서 이어지는 2부 전시는 숭유억불(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 정책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불교를 지지했던 왕실 여성들이 후원자로 나서 조성된 불화나 불상, 머리카락을 이용해 불보살의 형상을 수놓은 자수 불화 등을 볼 수 있다.

2년여간 준비 기간을 거친 전시는 국내외 27개 컬렉션이 소장한 불화와 불상, 사경, 나전경함(두루마리 형태의 불교 경전을 보관하던 상자), 자수,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의 불교 미술품 90여건을 한데 모았다는 데서도 눈길을 끈다.


(왼쪽)석가여래삼존도, 조선, 1565년, 족자, 비단에 채색, 금니,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오른쪽) 약사여래삼존도, 조선, 1565년, 액자, 비단에 금니, 국립중앙박물관, 보물 / 호암미술관 제공

국내 소장품으로는 리움미술관을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중앙박물관 등 9곳 소장처의 국보 1건(장곡사 금동여래좌상 복장물)과 보물 10건 등 40건이 출품됐다. 이 중에는 미공개작이었던 16세기 ‘궁중숭불도’ 등 ‘이건희 컬렉션’ 9건도 포함됐다.

해외에 있는 불교 미술품도 대거 한국을 찾았다.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보스턴미술관 등 미국의 4개 기관과 영국박물관 등 유럽의 3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일본의 11개 소장처에서 빌려온 일본 중요문화재 1건, 중요미술품 1건 등 52건이 전시에 나온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중 권4 변상도, 감지에 금니, 리움미술관 소장 / 호암미술관 제공

전시작 중에서는 7세기 중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28cm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눈에 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가져갔다가 2018년 6월 존재가 다시 알려진 불상으로, ‘백제의 미소’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부여 규암리에서 출토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당시 문화재청이 최대 42억원에 매입해 환수하려 했으나 소유자가 150억원을 제시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호암미술관 측은 “전시를 위해 빌려온 것”이라며 ‘개인 소장’이라고만 밝혔으나 당시 소장자인 일본인이 계속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처음 전시되는 작품으로, 최응천 문화재청장도 이날 전시장을 찾아 이 불상을 살펴봤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출품작은 15세기 조선 불전도 세트인 ‘석가탄생도'(일본 혼가쿠지<本岳寺> 소장)와 독일 쾰른동아시아미술관이 소장한 ‘석가출가도’다. 각각 석가모니의 탄생을 전후한 여러 장면과 출가를 묘사한 불화로, 한 세트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과 독일에 흩어져 있던 두 불화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전시된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 호암미술관 제공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인 조선 시대 불화 ‘석가여래삼존도’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보물 ‘약사여래삼존도’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조선 문정왕후(1510-1565)가 조성해 1565년 점안한 400폭 불화 중 일부다.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역시 주목할만하다.

진한국대부인 김씨(辰韓國大夫人 金氏)가 충혜왕(1315-1344)의 영가천도(靈駕薦度.죽은 사람의 영혼을 극락세계로 보내는 것)를 기원하고 충목왕(1377-1348)과 그 모후를 축원하고자 1345년 조성한 ‘법화경’ 사경(寫經.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작업이나 그러한 경전)으로,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호암미술관 측은 “고려 후기 최고위층 여성 재가 신도가 분명한 동기로 발원한 사경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막대한 재원과 뛰어난 장인이 투입돼 제작된 고려 사경의 걸작”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고려 나전경함 2점도 눈에 띄는 출품작이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 호암미술관 제공

전시작 중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을 비롯해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권1-7’ 등 9건은 국내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석가여래삼존도’ 등 해외 소장품 47건도 한국에서는 처음 전시되는 것들이다.

일부 작품들은 특정 기간에만 전시된다. 일본 규슈국립박물관 소장품인 ‘구상시회권’과 혼가쿠지 소장품 ‘석가탄생도’ 등은 5월5일까지 전시된다. 또 일본민예관 소장품 ‘구마노관심십계만다라’ 등은 5월7일부터 볼 수 있다.

전시와 연계해 다음 달 18일에는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국내외 불화 연구자가 참여하는 국제 학술포럼 ‘불화 속 여성, 불화 너머 여성’이 열린다. 5월에는 호암미술관에서 불교조각·불교사 전문가의 강연이 3차례 진행된다.

전시 기간 화∼금요일 매일 두 차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 간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버스는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이용할 수 있다.

전시는 6월16일까지. 유료 관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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