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느껴지는 ‘29살‘ 구축, 평소 알던 업체에 맡겼더니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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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이웨어 브랜드의 MD로 일하고 있는 자칭 타칭 소비 인간입니다. 용산의 한 와인바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과 결혼식을 올린지 채 3달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죠. 4년 전 처음 만나기 시작했던 5월과 똑같은 그날, 푸른 나무에 둘러싸여 결혼식을 올렸답니다.

결혼식을 올린 건 5월이었지만, 저희는 이미 작년에 집을 구해둔 상태였어요. 이런저런 조건들을 고민하다가 결국 94년에 지어진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매입해서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방법을 선택했죠. ‘어차피 인테리어 할 거면 태초의 집을 저렴하게 구하는 쪽을 선택해라’라고 조언해 준 유경험자 친구들 덕분에 쉽지 않은 비주얼의 집을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남편을 ‘동행인’이라고 종종 소개합니다.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부르던 호칭이었는데, 저희의 첫 집은 그럼 ‘함께 가는 곳’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집에도 ‘동행채’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어요. 무언가 이렇게 이름을 지어주었을 때 제가 줄 수 있는 애정이 더 극대화되는 느낌이라 여기저기 소개 중이랍니다.

1. 험난한 인테리어 과정

도면

하지만 이런 동행채의 시작은 쉽지 않았어요. 도면부터 보고 가실까요? 동행채는 26평의 방 3개 평범한 아파트 구조를 지닌 집이었습니다.

Before

집의 연륜이 사진에서도 보이지 않나요..? 거실 섀시(새시)는 한 번도 교체한 적이 없어서 황동생 알루미늄이었고, 창문들은 나 나무 창틀이었어요. 방문은 사진에서 보이다시피 아파트의 초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옥색이었죠.

다만 거실 창문 쪽을 가리는 큰 건물이 없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향도 정남향으로 무척 좋았고, 이 널찍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후후.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던 이 태초의 집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하다가 기존에 알던 인테리어 업체에게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셀프 인테리어를 하기에는 저도 남편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죠.

다만 인테리어 업체를 고를 때 더 많이 알아보지 않고 선택한 것이 두고두고 후회한 일이 되었는데요. 여러분들은 업체를 고르실 때 아래 조건들을 꼭 꼭 확인하셨으면 좋겠어요.

1. 가정집 인테리어에 대한 경험과 포트폴리오가 충분한 곳일 것.

→ 아무리 감도가 좋은 업체더라도 상업 공간 위주로 진행했던 곳과 가정집을 다뤄본 업체의 경험치는 천지차이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2. 최종 견적 금액에 자재비와 시공비를 다 포함해서 알려주는지 확인할 것.

→ 이건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저희가 진행했던 업체는 공정상 자재비와 업체 인건비를 별도로 알려주는 곳이었어요.  물론 처음부터 계약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제 책임도 있지만, 꼭 계약서에 대금 지급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 확인하셔서 저처럼 당혹스러운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3. 견적 업데이트를 자주 해줄 수 있는지 확인할 것.

→ 시공 논의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것들을 추가할 일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기존에 산정했던 견적에서 금액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는데요. 업체가 바빠 그런 업데이트를 자주 해줄 수는 없다고 해주시더라고요 하하… 마지막 날 제가 업데이트 받은 견적은 요청했던 마지노선보다 2.5천만원이 올라가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 )

자, 이건 인테리어를 시작하기 전 업체에서 디자인 및 렌더링해 주신 집의 모습입니다. (이 이미지를 렌더링 할 때만 해도 무척 행복했답니다..!) 기본적으로 디자인에 있어서 요청드린 몇 가지 사항들이 있었습니다.

1. 전체적으로 우드톤으로 따뜻하게

시실 저는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을 선호했는데, 동행인은 집은 갤러리가 아니라 편하고 안락한 느낌이었으면 한다며 우드톤을 요청하더라고요. 가만 생각해 보니 같이 사는 집인데 분명 일리가 있어서 찬성했습니다!

2.가장 작은 방이 침실, 중간방이 옷방, 큰 방이 서재일 것

자영업자인 동행인과 저는 라이프스타일 시간대가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잠을 자는 공간은 정말 다른 움직임 패턴이 들어가지 않아야 하는 공간이었어요. 덕분에 괜히 큰 방을 침실로 써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3.다이닝 테이블은 부엌이 아닌 거실에

요건 사진을 보며 차차 설명 드릴게요!

이렇게 해서 1차적으로 업체에서 렌더링 해주셨던 이미지들이 있어요.

렌더링 이미지

이런저런 스타일링까지 해주신 점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실 덕분에 집의 구조와 베이스가 정말 예쁘게 마무리되었고, 이 위에 제가 원하는 대로 스타일링 했을때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고요.  물론 중간중간 변경한 건들도 정말 많았어요.

2. 공사 과정

위 렌더링 된 이미지에서도 보이는 거실 한가운데 있는 이 조명은 업체에서 추천해 주신 부분이었는데, 하하 여러 가지 미스가 많았습니다. 사이즈도 잘못된 사이즈가 왔을뿐더러, 조명이 달린 위치도 렌더링 된 이미지처럼 창가 쪽이 아닌 정 가운데였죠.

저는 이상하다고 말씀드렸지만 위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씀에, 결국 떼 달라고 요청드렸어요.

그리고 이건 또 다른 문제였는데요- 이사 전부터 찜해두었던 소파가 색이 잘못 오는 대참사가 발생했습니다. 저는 옅은 베이지를 주문했는데 옅은 그레이가 오는 사고였죠. 결국엔 제대로 된 컬러로 바꿨지만 이때 저의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하

이런저런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치며 2021년의 연말을 보내고, 주말 어느 아침 소금 빵과 함께 커피를 내려 마시다가 찍어둔 사진입니다. 동행채가 딱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고소한 곳이었으면 좋겠다며 찍어둔 사진이라 유난히 더 마음에 남네요. 🙂

진짜 집들이 시작!

아, 저희는 현관문도 교체했습니다. 거의 30년을 같은 현관문으로 버텨온 집이라 이래저래 우그러진 부분이 많더라고요. 그러면서 번호판도 새로 달았는데, 호텔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 부러 배경 없는 깔끔한 호수판으로 초록창에서 구매했어요!

3. 현관

웰컴 투 동행채

예쁜 현관문을 들고 들어온 저희 집 현관입니다. 왼쪽 벽이 일반적인 아파트랑 조금 달라 보이죠? 이 비밀은 곧 풀어 드릴게요.

저희는 현관에 60각 타일을 사용했어요. 일부러 비싼 타일을 쓰지는 않았고, 가장 기본적인 회베이지 느낌의 타일을 골랐습니다. 윤현상재도 가보고, 이런저런 수입 타일들도 검색해봤지만 굳이 꼭 이 타일을 깔아야겠다!라는 확신이 드는 모델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저 깔끔하고 잘 어울리는 색의 타일로 골랐습니다. 확실히 타일 사이즈가 커서 줄눈이 적다 보니 먼지가 끼는 부분이 적어서 관리가 편한 장점이 있더라고요!

이 장은 인테리어 업체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동행인과 저 모두 지네병이 단단히 걸린 사람들이기에 신발이 굉장히 많은데요. 오른쪽에 이런 커브 장을 짜주셔서 현관과 거실을 나누는 경계선을 하는 동시에 목이 긴 부츠 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셨어요.

나무로 이렇게 부드러운 곡선의 장을 짜는 것도 정말 쉽지는 않았을 텐데 여전히 아주 만족하면서 쓰고 있습니다.

올봄에는 이렇게 푸른 청보리도 이 장 위에 세워놨었고요. 인센스며 캔들이며 향 나는 모든 것들을 좋아하는 저의 취향 덕분에 캔들 워머와 향초들도 늘상 대기 중인 곳입니다.

물티슈 통이라고 치면 나오는 이 하얀 통에는 마스크와 물티슈를 담아두었습니다. 이런 물품들은 생활에 정말 필수적이지만, 그 포장지들이 밖에서 보이는 게 너무 싫더라고요. 같은 맥락에서 동행채에는 크리넥스도 투명한 아크릴 통에 담겨 집 구석구석에 놓여 있답니다!

이건 많은 분들이 아시는 비트라의 로터리 트레이입니다. 손 세정제와 핸드크림, 이것저것 집을 나설 때 필요한 것들을 올려두었어요.

4. 옷방

가장 힘을 뺀 숨어있는 공간

자, 그리고 동행채의 큰 매력 중 하나인 히든 도어입니다. 보통의 아파트들은 현관 옆에 신발장이 있고 그보다 안쪽에 방문이 위치하는데, 덕분에 공간에 경계선이 하나 더 생기면서 분절되고 좁아 보이는 느낌을 주죠.

동행채는 그래서 아예 그 방문 앞으로 가벽을 덧대어 신발장부터 부엌 꺾어지는 공간까지가 하나의 벽처럼 연결되어 보일 수 있게 했습니다.

신발장은 이렇게 문 바로 옆에 위치해 있죠. 지네병 걸린 이들의 신발장이라 터질 것 같은 점은 감안해 주세요… 인테리어 업체에서 제안 주신 부분이었는데, 덕분에 20평대 아파트 치고도 공간 자체가 굉장히 넓어 보이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요!

숨겨진 문을 열게 되면 동행채의 두 번째로 큰 방이자, 옷방이 나옵니다. 붙박이장과 시스템장을 고민했었는데, 저와 동행이 모두 다 옷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 붙박이장보다는 시스템장이 효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붙박이장보다는 깔끔함이 덜하고, 먼지 청소를 더 자주 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와 동행인은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아마 붙박이장으로 짰더라면 옷을 다 소화하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더불어 저는 사람이 거주하는 곳에는 어디든 ‘창고’같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늘 멋지고 깨끗한 것도 좋지만, 어떻게 늘 인스타그램 속처럼 살겠습니까. 옷도 좀 널브러져 있고 못생긴 운동 도구나 청소기도 들어있을 공간이 필요한데, 이 방이 동행채의 그런 창고랍니다. 후후.

그리고 이 방의 가장 안쪽에는 아래와 같은 창고 공간이 추가적으로 있었는데요.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종종 보실 수 있는 옷장의 역할을 하는 공간입니다. 저희는 이 공간의 문짝과 서랍을 과감히 떼고 아래처럼 선반을 올렸어요.

그리고 이쪽에 자주 쓸 일이 없는 캐리어나, 부피가 큰 짐들(겨울 이불 등)을 보관해둔답니다! 아주 만족하고 있는 부분이에요.

5. 거실

동행인의 공간이자 소통의 장

다시 거실로 돌아가 보실까요. 동행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자, 가장 유동성이 높은 공간입니다. 동행인이 퇴근 후 노곤노곤한 몸을 누이고 주로 고여있는 그의 공간이기도 하죠. 더불어 저희 부부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다이닝 테이블이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다이닝 테이블을 이곳에 놓고 싶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부엌이 테이블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좁다는 현실적인 이유였고, 두 번째는 삶의 패턴이 서로 다른 동행인과 제가 확보할 수 있는 대화 시간의 질을 최상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와 동행인이 일주일에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2번입니다. 평일에는 서로의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정도죠. 물론 둘 다 서로의 개인 시간이 확보된다는 점을 좋아해서 잘 맞기는 하지만, 낮은 빈도수를 보완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창이 잘 보이는 널찍한 공간에서 둘 다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어요. 거실이 크기를 고려해 원형 원목 테이블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원래 동행채에 인테리어 업체에서 달아주셨던 조명은 나무로 된 Hay의 갓 모양 조명이었는데요. 조명이 아래로만 퍼지다 보니 테이블을 조금만 옮겨도 어두워진다는 단점과, 동행채의 장점인 거실 큰 창이 무언가 가로막힌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저희가 원하는 조명으로 다시 골랐습니다.

그렇게 해서 위 사진처럼 동행채에는 muuto의 rime 펜던트를 다시 달았답니다. 이 조명은 전선의 색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는데 저희는 주황색 전등으로 골랐어요. 저 볼을 하나하나 불어 만드는 덕에 모양이 균일하지 않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 조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답니다.

그래서 이 식탁에서 저희 부부는 이렇게 커피도 마시고.

거하게 한 상 차려 집들이도 하고요.

이렇게 친구들을 초대해서 와인 모임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최근에는 매거진과 턴테이블을 두고 싶어 아래 책꽂이를 사고, 거울의 위치를 한 번 옮겨봤어요. 이 자리에 어울리는 예쁜 원목 거울을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리고 식탁 옆에 또 특이한 장이 하나 있는데요. 동행채에는 거실 내력벽이 없었기 때문에 베란다를 확장하는 데에는 아주 유리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우수관이었죠. 이 우수관을 가리기 위해 단순히 툭 튀어나온 기둥을 만들자니 참 애매해서 혹시 그쪽에 장을 짜 주실 수 있냐고 업체에 요청을 드렸어요.

아무래도 동행인과 저 모두 와인을 좋아하다 보니 와인잔들을 보관할 수 있는 장이 들어가면 완벽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정말 생각했던 것과 딱 들어맞는 장이 완성되었습니다!

TV의 오른쪽 끝에는 이렇게 스위치와 초인종, 시계가 있습니다. 스위치는 르그랑의 유럽형 스위치를 넣었어요. 지금 동행채의 거실은 모두 르그랑 유럽형 스위치가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

사실 업체에서는 르그랑 한국형을 추천해 주셨어요. 한국형은 쉽게 볼 수 있는 스위치처럼 6개가 세로 두 줄로 버튼이 달려있는 형태입니다. 그게 굳이 집의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지만 저는 이 가로형을 포기하지 못하겠더라고요.

금액이 지불하기 어려울 만큼 올라가는 것도 아니었고, (르그랑 기본형으로 하면 10만 원 아래, 거실만 유럽형으로 할 경우에 +20만원 정도 추가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위해서 충분히 더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런 스위치의 디테일이 생각했던 대로 나오지 않으면 이 집에서 계속 사는 동안 스위치만 보면 슬퍼질 것 같았었죠. 겨우겨우 업체를 설치해서 스위치 박스까지 잘 구매하여 설치 완료했습니다.

*유럽형 스위치는 우리나라 스위치와는 벽 안에 매립되어야 하는 박스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벽을 파내는 일명 ‘까대기’작업이 필요해요. 어쨌거나 세부 공정이 하나 추가되는 부분이니 이에 대한 가격과 가능 여부도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거실 스위치, 화장실 스위치(정사각형) 모두 르그랑 유럽형 스위치로 들어가 있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귀여운 올리브 나무와, 선물 받은 쿼카 부부 그림, 저와 동행인의 색을 닮은 포스터까지 잘 놓여서 다채로운 색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거실을 넘어 부엌 쪽으로 넘어가는 즈음에는 이 장을 하나 두었어요. 커피를 워낙 많이 마시는 두 명이 살다 보니 구비했던 원두 그라인더와 발뮤다 더 브루, 탄산수 제조기까지 둘 곳이 필요했거든요. 더불어 아래에는 이런저런 커피 용품과 이런저런 생활용품들을 넣어 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습니다.

위의 세 친구들은 원래 부엌 조리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용하다 보니 조리대 공간을 넓게 뺐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구들로 인해서 조리대 공간 사용에 제약이 너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이 장을 구입한 건데, 집 전반적인 분위기상으로도, 수납상으로도 완벽한 지금입니다.

6. 주방

작지만 알찬 공간

그리고 뒤를 돌면 바로 이렇게! 부엌이 나옵니다. 일부러 구조감이 잘 보이는 사진을 첨부했는데, 잘보이시나요? (이때는 위의 커피 도구들이 아직 조리대 위에 있을 적 사진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동행채의 옷방 히든 도어와 칼각으로 붙어 숨겨져 있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거실에서는 부엌에 걸린 여러 가지 너저분한 살림살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엄청난 장점을 지닙니다.

부엌에 햇빛이 한자락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워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제 성격상 지저분한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낫겠더라고요. 더불어 히든 도어를 위해 세운 가벽과 싱크볼 사이에 수납장을 하나 더 짜 넣을 수 있었답니다. 반년넘게 살아본 지금 이 시점에서 제가 가장 만족하고, 뿌듯해 하는 구조입니다.

많은 집들이 공사 과정에서 냉장고가 들어갈 수 있는 장을 가벽을 세워 짜는데요, 저희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보일러 버튼을 이 벽에 설치해 주셨어요.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긴 한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아서 두고두고 감사하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냉장고는 삼성전자의 키친핏 냉장고를 넣었습니다. 용량이 일반 비스포크 냉장고보다는 작지만, 김치냉장고를 더해 냄새날 수 있는 반찬과 김치들은 김치냉장고에, 나머지는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니 문제없이 잘 쓰고 있어요.

다른 집 부엌들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저희는 밥통이나, 오븐 등 부엌에 필요한 전자기기들을 다 베란다로 내보냈습니다. 부엌 자체가 큰 편도 아니었거니와, 저희가 수납을 무조건 많이 요청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런 위치들이 참 많이 고민되었었는데요. 과감하게 베란다에 전기 배선을 추가해달라고 요청드렸고, 모든 못생긴(?) 집기들을 내보내는 편을 택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집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지 않고, 꼭 밥을 해먹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가능한 구조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도 무척 만족 중입니다.

그리고 부엌의 벽은 인조대리석을 선택했습니다. 타일을 많이들 하시지만 딱히 타일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역시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인조대리석으로 상판과 벽판을 통일감 있게 말아올리는 걸 추천해주시더라고요. 타일이 아니다 보니 물때가 낄만한 틈새도 적고, 부드러운 브라운으로 통일감 있게 짜여져서 부엌이 훨씬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꽤 만족스럽게 쓰고 있어서 다음번에도 또 인테리어를 하게 되어도 무조건 상판과 벽판을 인조대리석으로 연결해서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엔 이 인조 대리석에 Heriter라는 브랜드의 조리도구 걸이를 부착하여 사용 중이랍니다.

7. 서재

소비 인간의 공간

다음으로 소개할 곳은 가장 큰 방, 현재 저의 서재로 쓰이는 중입니다. 읽고 쓰는 작업을 좋아하는 저는 갖고 있는 책들도 상당히 많은 편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시는 것처럼 이사 오면서 버린다고 버렸는데도 그 양이 상당하더라고요.

저는 자취하던 시절에도 소파 대신 늘 책상 앞에서 블로그도 하고, 글도 쓰는 취미를 갖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이 방은 아예 제가 전처럼 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마음먹었습니다. 더불어 훗날 동행채에 새로운 친구가 온다면 사용할 수 있는 스페어 룸 정도의 역할도 함께 부여하고자 했죠.

그렇게 해서 완성된 이 방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오른쪽에는 붙박이장과 화장대를 넣었어요. 처음에는 의자를 넣을 수 있는 아래가 뚫린 형태의 화장대로 디자인을 해주셨는데, 제가 화장을 그렇게 공들여하는 편이 아니기에 위의 사진처럼 차라리 아래 수납장을 넣어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오른쪽에는 이렇게 안쪽으로 공간이 확보되어 있어서 두 사람의 화장품들과 향수, 아침 준비에 필요한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을 두었고요.

그래서 요렇게 거울을 보며 얼굴을 만들고(?) 출근할 수 있는 간단한 화장대가 완성되었죠.

화장대의 맞은편은 이렇게 제가 주로 고여있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마키시나미 책장을 너무 놓고 싶어 고민하다가 결국 위 사진에서 보이는 책장을 찾아 좋은 가격에 구매했습니다. 책을 전시하듯 올려 둘 수 있는 칸에는 그때그때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들의 책을 올려두는 식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쁠 때에는 상당히 업데이트 주기가 늘어지더라고요. 하하)

뒤에 우드 블라인드 사이로 남향의 햇살을 쨍하니 받으며 말라가고 있는 빨래가 보이네요. 거실과 서재가 모두 남향이긴 하지만 서재는 아무래도 빨래를 자주 널어놓는 베란다에 막힌 덕에 늘 밝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덕분에 방의 아늑함이 배가되는 이 서재에 저는 주로 고여있습니다.

8. 침실

오롯이 잠에 집중 할 수 있는 곳

이곳은 저희 부부의 침실입니다. 동행채에서 가장 작은방에는 이 퀸 사이즈 침대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벽에 거울을 건다던가 포스터 등으로 꾸며보고는 싶지만 아직 고민 중인 방이에요.

위에서도 말씀 드렸던 것처럼 저희 부부는 생활하는 시간대가 다릅니다.

그래서 침실에 화장대가 있다거나, 옷장이 있다면 서로의 수면시간을 방해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퀸 사이즈 침대가 딱 들어가는 가장 작은방을 침실로 골랐습니다. 이 역시도 정말 서로의 라이프스타일을 배려한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운 수면시간을 확보했답니다.

9. 욕실

욕조까지 품어준 작지만 큰 곳

그리고 침실 옆에는 화장실이 있습니다. 공사가 한창일 때의 모습이네요. 아, 더불어 동행채의 옷방을 제외한 나머지 방문은 히든 도어가 아닌 일반 문으로 제작했습니다. 한창 히든 도어나 무문선 등의 미니멀한 방문 디자인이 유행이었기에 저도 살짝 욕심을 냈었는데, 집 구조의 견고함이나 오래 살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생각해 봤을때 굳이 그 부분은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아도 되겠더라고요.

대신에 업체에서는 위의 사진처럼 위까지 문틀을 올려서 조금 더 층고가 높아 보일 수 있는 디자인으로 진행해 주셨습니다.

저희 집은 화장실이 정말 작은 편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장식적인 요소들을 넣기가 쉽지 않았어요. 변기를 제외한 조적벽을 세우는 것을 나중에야 생각했지만, 이미 인테리어 업체에서 선반을 다는 것으로 진행해 주셨기 때문에, 가장 심플한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타일은 30×60각을 사용했는데요, 아무래도 공간이 작다 보니 60각 타일은 재단이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에 조금 더 작은 타일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조금 더 고집을 부리면 60각 타일을 써볼 수 있었을 것 같긴 한데, 굳이 그 부분에 엄청난 니즈가 없었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어요.

공간이 너무 작아 카메라로는 담기지 않는 모습을 핸드폰 카메라로 담아 봅니다. 저희 집의 실생활 패턴이 보이는 다소 적나라한 사진이네요 하핫.

수전과 세면대는 모두 아메리칸 스탠다드, 변기는 대림으로 선택했습니다. 뭘 해도 통일하는 것이 이쁘지만 변기를 특별히 대림으로 선택한 이유가 있었어요. 사진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저희 집은 ‘회오리형’ 변기를 선택했는데, 일반적인 변기와 물이 나오는 입구가 바깥쪽에 나오는 디자인입니다. (사진을 등록할까 했더니 마땅한 사진이 찾아지지 않네요. 초록창 검색을 조심스레 추천드립니다.) 아무래도 청소 등에 있어서 훨씬 용이할 것 같아 선택했고, 아직까지 매우 만족하는 중입니다!

동행인의 간곡한 부탁으로 작은 반신욕 욕조를 설치했는데요, 욕조를 설치하면서 바닥 쪽 하수구를 깔끔하게 타일로 덮어 만들 공간이 충분치 않아 이렇게 호텔처럼 긴 하수구를 만들어 주셨어요. 보통은 욕조에 가능한 붙여서 이런 하수구를 만들기는 하지만, 물 빠짐이나 디자인적으로나 전혀 문제가 없어서 이 역시도 마음에 드는 디테일이었답니다.

마치며

후 이렇게 길고 긴 저의 동행채 제작기가 끝이 났습니다! 언젠가 한 번 제대로 이 과정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집들이 덕분에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취방의 인테리어를 할 때도, 신혼집의 인테리어를 할 때도 느낀 점은 ‘나의 생활 패턴과 취향을 스스로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만약 제가 늘 집에 오면 소파가 아닌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면, 눈에 잡다한 것들이 보이는 것을 신경 쓰여하는 줄 몰랐다면, 남편과 저의 생활 패턴이 다른것이 서로의 숙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면 동행채의 모습은 지금과는 퍽 달랐을 겁니다. 그리고 덕분에 누리고 있는 지금의 안정감을 얻지도 못했을 거예요.

내가 집에서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가장 편하게 느끼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좋은 공간을 만들어 내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의 예쁜 보금자리를 꾸미실 때 오늘의 동행채가 작은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총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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