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이 당뇨병의 발생과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복부 등의 체내에 쌓인 지방이 많을수록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다면, 당뇨병이 생긴 이후에라도 체중을 줄인다면 당뇨병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김진영 교수,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이 이런 궁금증에 답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당뇨병 관련 국제학술지(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9~2012년 제2형 당뇨병으로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 11만4천874명을 대상으로 2017년까지 체중 변화가 당뇨병 관해(완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관찰했다. 관해는 당뇨약을 중단하고도 2회 이상의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126㎎/dL 미만으로 유지되는 상태로 정의했다.
당뇨병 환자의 체중 변화는 당뇨약을 처음으로 시작하기 전후 2년 이내의 건강검진을 통해 측정했다.
이 결과, 연구 기간 중 전체 당뇨병 환자의 20.2%(2만3천156명)에서 기존보다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65.7%(7만5천456명)는 체중에 변화가 없었으며, 13.8%(1만5천902명)는 오히려 체중이 5% 이상 증가했다.
당뇨병 관해율은 체중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다. 체중 감소 그룹이 4.2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체중 유지 그룹(1.65%), 체중 증가 그룹(1.21%) 순이었다.
체중 감소 그룹을 제외하고는 평균 관해율(2.1%, 2천429명)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연구팀은 체중을 5% 이상 감량한 당뇨병 환자에게 관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체중이 유지된 환자에 견줘 2.56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체중 감소에 따른 당뇨병 관해 효과는 체중감소 폭이 큰 경우, 65세 미만의 연령, 남성, 체질량지수 25 미만 그룹에서 더 뚜렷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체중 감량과 연관돼 관찰되는 당뇨병의 호전은 이전의 여러 연구에서도 입증된 부분이다. 영국 뉴캐슬대 로이 테일러 교수는 복부 비만이 당뇨병을 악화하고, 비만 상태를 해소하면 당뇨병이 개선되는 과정을 ‘쌍둥이 주기 가설'(Twin cycle hypothesis)로 발표한 바 있다.
권혁상 교수는 “제2형 당뇨병 발병 후 2년 이내에 체중을 감량하면 당뇨병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진영 교수는 “당뇨병 초기에 체중 관리를 통해 빠르게 대응하면 장기적인 췌장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는 “당뇨병이 발병하기 전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당뇨병이 발병한 후라도 식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 중에서도 젊고 비만한 당뇨병 환자라면 체중 관리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