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vogue.co.kr/?p=423898
배우 이청아를 통해 태어난 캐릭터는 늘 깊습니다.
부드러움과 냉정함, 능청스러움과 진지함, 단아함과 단호함… 공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동시에 떠오르죠.
SNS와 유튜브에서 보여주는 이청아의 일상도 재미있는 충돌로 가득했습니다. 촘촘하게 짜인 취향과 함께요. 학창 시절부터 달고 살았다는 만화책과 그에 어울리는 위스키를 추천하고,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디테일에 열광하다가도 빈티지 마켓에 걸린 겨드랑이 터진 스웨트셔츠에 눈독을 들이기도 하죠.
재미의 정수는 사복 패션에 있습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깔끔하지만 심심하지 않아요. 옷 본연의 실용성과 자신의 취향을 꼼꼼하게 반영한 결과죠. 마냥 예쁜 옷으로 멋을 부리는 조급함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날 만나는 사람과 상황을 고려해 아이템을 선택하고요. 섬세하고 믿음직스럽습니다. 그녀가 입고 신고 걸친 아이템의 정보가 인터넷 세상에 부지런히 업데이트되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청아의 그런 신중한 면모가 돋보이는 룩을 모았습니다.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직업인 그녀가 일상에서만큼은 온전히 자신일 수 있는 비결과 단서가 담겨 있었죠.
이청아는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할 때면 오히려 더 편하게 입고 나간다고 합니다. 오래 같이 있기 위해서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일상을 담은 SNS는 스포티하고 캐주얼한 스타일이 많아요. 설령 포멀한 아이템을 선택했다 해도 넉넉한 핏으로 여유를 풍기죠. 후줄근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건 신발의 공이 큽니다. 이청아가 사랑해 마지않는 나이키 스니커즈를 비롯해 모든 슈즈가 대체로 청키한 모양새를 하고 있거든요. 두툼한 부피감은 전체적인 실루엣을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역할을 하죠.
모노톤 스타일링을 즐기는 이청아. 재미는 액세서리로 풀어냅니다. 벨트로 분명한 포인트를 주거나 안경으로 이지적인 매력을 더하는 식. 가장 유용한 건 스카프와 머플러 스타일링이에요. 레터링 머플러, 알록달록한 색감의 스카프로 스타일의 선명도를 올려주곤 합니다.
감탄을 불러온 건 손목이었습니다. 화려한 주얼리보다는 머리 끈, 실팔찌 등 실용적이고 간결한 아이템을 추구하는데요. 특히 손목시계가 시선을 오래 붙잡았습니다. 작정하고 제대로 감상하겠다는 듯 편안한 차림으로 미술관을 거닐 때도, 볼캡과 스니커즈로 꾸민 데일리 룩에도 손목시계를 차곤 해요. 스타일과 상관없이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죠.
메인 아이템에 힘을 줄 때도 있습니다. 컬러보다는 패턴과 소재에 승부를 거는 편이에요. 단골손님은 스트라이프와 도트 패턴 셔츠. 요란함 없이 룩을 꽉 채워냅니다. 대신 셔츠 단추는 한두 개 정도 풀고, 티셔츠라면 네크라인이 살짝 파인 디자인을 선택해요. 페미닌한 무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죠.
특유의 위트는 시스루 블라우스 스타일링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차분한 블랙 니트 위를 감싼 가볍고 풍성한 텍스처가 여운을 더 남기는 실루엣을 만들었죠. 자칫 칙칙해 보이기 쉬운 올 블랙 패션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깨우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