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역 흉기 난동 피해자를 살린 두 소년’이 트라우마를 고민했다.
일명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의인이 남모를 고민을 토로했다.
23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10대 형제가 출연했다. 형은 19살, 동생은 18살이다.
형제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용감하게 피해자를 살렸는데 “그 사건이 트라우마가 남을까봐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동생은 “사건 현장에서 피해자 지혈을 도와 드렸다”라고 전했다. MC 서장훈과 이수근은 “찔리는 현장을 목격한 건 아니지?”라며 걱정했다. 형제는 “가해자 모습을 대충 보긴 봤다”고 답했다.
동생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친구 만나러 버스타러 가는데 사람들이 시계탑을 보면서 소리 지르고 도망치더라. 무슨 사오항인지 모르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싸움 났으면 말리려고 가봤다”고 말했다.
이어 “멀리서 보기에는 누가 싸워서 쓰러진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봤더니 여성분 남성분이 바닥에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 있었다. 주변에서 칼에 찔렸다 해서 일단 상처 부위 확인하고 지혈했다. 119와 112에 신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피해 여성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리셨는지 의식도 없고 몸도 많이 차가워지셔서 숨이라도 쉴 수 있게 가방으로 목을 받쳐 기도를 열어 드렸다”라고 했다.
이후 가해자가 다시 돌아왔지만 바로 체포됐다.
서장훈은 “가해자가 칼을 들고 활보하는데도 다른 이를 돕는 게 쉽지 않다”고 했고, 이수근은 “용기가 대단하다”라며 감탄했다.
동생은 “피해자 휴대폰으로 어머니께 전화가 와서 상황 설명 드린 뒤에 ‘따님 이송될 거니까 같이 병원 가셔라’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침착한 대응에 서장훈이 놀라자 동생은 “평소에 응급 구조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차분히 말했다. 형은 “동생이 지혈하느라 정신 없는 사이 제가 도움을 주면서 구급대원에게 안내를 했다”고 밝혔다.
형제가 구조한 피해자는 다행히 현재 괜찮은 상태다.
형제는 생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교육청과 경찰청으로부터 표창장과 감사장을 받았다.
주변에서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동생은 “‘뉴스에 나오는 그분 아니냐’라 하고 또래 친구들은 ‘대단하다’라고 해줬다”라 전했다.
동생은 “어머니가 가끔 서현역에 가셔서 걱정돼서 전화하니까 다행히 집에 계셨다. 그래서 ‘서현역에 흉기난동 났으니까 오지마’라고 했다. 그리고 집에 가니까 어머니가 이미 뉴스를 보시고 ‘너 왜 지혈했다는 얘기 안했냐’라고 하셨다. 엄청 혼났다”라고도 했다.
이수근은 “부모님이 얼마나 뿌듯하셨겠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꼭 뿌듯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형제는 “악몽을 꾸고 밥이 잘 안 넘어간다. 일주일 동안 외출도 식사도 잠도 잘 못잤다”라고 털어놓았다. 이에 경찰청 상담관에게 상담을 받았다. 형은 다행히 조금 무뎌졌다고 고백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은 지난 8월 3일 오후 6시, 가해자 최원종이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 위치한 서현역 AK플라자에서 차로 돌진 후 무차별로 칼을 휘두른 사건으로, 모두 14명의 사상자(2명 사망, 12명 부상)를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