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지산지 EN 소속 버추얼 스트리머 Vox Akuma, 실시간 번역 자막 시험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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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스트리머의 활동 반경이 특정 언어권을 넘어서면서, 실시간 방송에서 언어 장벽을 어떻게 낮출 것인가가 현장의 실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자막과 더빙 자동화는 그동안 주로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의 영역이었지만, 이번에는 방송자 본인이 직접 번역 자막을 화면에 얹는 방식의 시도가 공개됐다.
일본 버추얼 스트리머 그룹 NIJISANJI EN 소속 Vox Akuma(ヴォックス・アクマ)가 8월 7일 실시간 번역 자막을 시험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영어로 말한 내용을 자동으로 번역해 방송 화면에 자막으로 띄우는 형태로, 방송 초반에는 일본어와 간체자 중국어 두 가지 자막이 표시됐다.
Vox Akuma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에 사용한 도구는 동시에 두 개 언어까지만 번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 도중에는 표시 언어를 바꿔가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힌디어, 독일어, 한국어, 아랍어 등으로도 번역을 시험했다. 번역 정확도와 자막이 뜨는 속도는 시청자 반응을 확인하면서 그 자리에서 설정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점검했다. 다만 사용한 번역 도구의 명칭은 방송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한계도 함께 드러났다. Vox Akuma는 평소 긴 문장을 빠른 속도로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탓에 문장이 끝나기 전에 번역이 확정되거나 자막이 지나치게 길게 늘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시청자들에게서는 “大意は理解できる(대략적인 뜻은 이해할 수 있다)”, “文法には多少問題がある(문법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본인도 자동 번역이 반드시 100% 정확하지는 않다는 점을 전제로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은어나 말장난은 번역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짚으며, 과거 영상의 중국어 제목을 번역했을 당시 사람이 직접 손을 봐야 했던 경험도 소개했다.
Vox Akuma는 2021년 남성 버추얼 스트리머 유닛 Luxiem의 멤버로 데뷔한 NIJISANJI EN 소속 라이버다. 저음을 살린 잡담과 ASMR, 롤플레이 콘텐츠로 팬층을 넓혔고, 2022년에는 NIJISANJI EN 소속 라이버 가운데 처음으로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섰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bilibili에서도 12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영어권에 한정되지 않는 팬층을 두고 있다. 이번 방송에서 그는 활동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시청자들에게 이 정도로 지지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다른 문화권 팬들이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 준 데 감사를 전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는 취지로 더 많은 사람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향후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는 합동 방송에서는 번역이 어려워질 수 있는 반면, 혼자 진행하는 잡담 방송 등에서는 실시간 자막을 계속 사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번 시도는 방송 업계 전반의 자동 번역 도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유튜브는 2009년 자동 자막과 번역 기능을 도입한 이래 현재 155개 언어에 자동 자막·번역을 적용하고 있으며, 자사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한 자동 더빙 도구도 크리에이터 대상 제공 범위를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도 SOOP이 별도 조작 없이 각자 자국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채팅 번역 기능을 개선했고, 네이버는 치지직에 AI 클립과 AI 챕터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사후 자막·더빙과 달리, 이번 사례는 방송자가 송출 화면 자체에 번역 자막을 직접 얹었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다.
번역 품질 자체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개인 방송자가 다국어 대응을 외부 팬 번역이나 플랫폼 기능에 맡기지 않고 직접 운용 변수로 다루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시간 자막은 발화 속도나 표현 방식 같은 진행 습관까지 조정 대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향후 다국어 팬층을 둔 버추얼 스트리머의 방송 설계 방식에도 영향을 줄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