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대량 해고에 명문대 컴공과생 ‘우왕좌왕'[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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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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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라(가명)는 프린터에서 갓 출력해 따끈따끈한 이력서를 잔뜩 든 채, 채용 박람회로 달려갔다. 박람회장은 이미 구직자들로 가득했다. 올해 대학교 2학년인 아야라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옛날 같았으면 UC버클리 컴퓨터공학과 학생은 이런 캠퍼스 채용박람회를 통해 이른바 ‘FAANG’, 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서 여름 인턴십을 기대할 수 있었다. 아야라의 절친한 친구도 여기서 애플 인턴십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엔 FAANG 기업 중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와 세일즈포스, 우버,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몇달 전, 아야라는 이들 기업은 물론 50여 개의 다른 유명 기업 인턴십에 지원했다가 줄줄이 쓴맛을 봤다. 이들 기업이 대량 해고를 실시하기도 전이었다. 테크 기업들은 지난 1월과 2월에만 12만 명을 해고했는데, 이중 10%가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 진행한 정리해고였다. (메타는 박람회 직후 1만 명을 추가로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지난 3월 채용 박람회가 열렸을 때 아야라는 욕심을 줄였다. “지금은 저를 뽑아만 준다면 어디든 좋아요.”

요즘은 테크 업계 취업 시장에 뛰어들기 좋은 시기는 아니다. 수년 동안 테크 업계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며 확장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팬데믹 기간 얻은 성공에 취한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투어 신규 채용을 진행했다. 메타는 단기간에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렸다. 하지만 호시절은 끝났다. 테크 대기업들은 막강한 경쟁자(틱톡 같은)를 만났고, 공급 부족과 고금리 같은 만만치 않은 경제적 난관에 봉착했다. 투자자들이 ‘재정적 책임’과 ‘장기적 성장’과 같은, 과거에는 익숙치 않던 개념을 강요하면서 업계는 지난 1년 반 동안 약 30만 명을 감원했다. 20년 전 닷컴 버블 붕괴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아마존과 메타는 채용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캠퍼스에서 그 영향을 체감할 수 있다. 버클리에서는 인턴 기회를 얻으려는 학생들이 박람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길게 줄지어 섰다. 몇몇 열성적인 학생은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박람회장을 찾았다(후드티가 기본인 캠퍼스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인턴십 기회를 얻더라도 안심할 순 없다. UC버클리 취업 센터의 수 하버에 따르면 일부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인턴십이 취소되거나 채용 제안을 받은 학생들의 입사일이 미뤄진 적도 있다. 그나마 이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내가 만난 어떤 학생들은 기업 수백 곳에 입사 지원이나 인턴십 지원을 했지만 아무런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기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다는 한 2학년 학생은 내 소개를 듣더니 “이코노미스트는 사람 안 뽑나요?”고 물었다. 농담이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이런 상황은 버클리의 컴퓨터공학 전공생의 문화도 크게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이들에겐 대기업이 거의 마법 같은 매력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기업이 아닌 다른 곳은 들어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회사 이름을 통해 그 사람이 하는 일이나 역량을 인정받으니까 어디에 들어가느냐가 중요하죠.” 아야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오, 이 사람은 저기서 일했군”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유명 대기업을 열망하는 현상 저변에는 SNS가 조장한 경쟁의식과 남보다 앞서고 싶은 심리가 놓여있다. UC버클리 학생들은 이미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기 위해 “남을 밀어내야 하는” 선발 과정을 통과한 이들이다. 취업과 인턴십을 확보한 학생들은 링크드인에서 자신의 성취를 요란하게 자랑한다고 아야라는 말했다.

주니퍼 부스에서 이름이 덜 알려진 회사에서 일하기 위해 유명 기업의 입사 제안을 거절했다는 버클리 졸업생 아서 캉을 만났다. 그는 주니퍼가 기계의 톱니바퀴가 되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설명했다. 친구들은 그의 결정을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는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안정성이라는 말에는 당장 해고를 당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죠.”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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