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위 합쳐 ‘공룡 1위’ 된다는데…K-낸드 걱정 않는 이유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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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인 ‘낸드플래시’시장의 글로벌 2위와 4위 업체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요 급감과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인수합병(M&A)이다. 두 기업의 합산 점유율은 3위 SK하이닉스는 물론 1위 삼성전자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전 세계 낸드 시장의 지각변동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메모리 업계는 느긋한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 밝혔지만, 국내 기업과 경쟁 기업의 격차가 이미 어느 정도 벌어졌다고 본다. 첫 번째 차별점은 기술력이다. 국내 주요 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낸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낸드는 쌓는 단 수가 높아질수록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데,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200단 이상의 낸드 양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업계 최고 용량인 236단 낸드 양산을 시작했으며, 오는 2030년까지 1000단 V낸드를 개발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300단 이상 낸드 개발에 성공했으며, 현존 최고층인 238단 낸드의 연내 양산을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기술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고난도 기술 개발도 어렵다”라며 “국내 기업에 위협이 되는 것은 오히려 중국 YMTC”라고 말했다.

두 번째 차별점으로는 양사의 실적 부진 장기화로 실제 생산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점이 꼽힌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합작법인(JV) 형태로 생산라인을 공동 운영하고 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키옥시아는 올해 1분기에도 1조 7000억원대의 적자를 냈으며, 웨스턴디지털도 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 추세대로라면 시장이 안정화되는 2024년 중반기까지 손실이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는 실제 합병 성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키옥시아는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에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여전히 일본 도시바가 지분 40.64%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일본 내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을 일본 정부가 두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또 YMTC 등 자국 반도체 기업을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가 반독점 심사를 통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도 합병의 걸림돌이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의 최대 주주인 한미일 컨소시엄에 4조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정확한 보유량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한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연초 “우리가 보유한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면 40% 정도를 보유한 주주가 된다”라고 언급했다. 만일 2·4위의 합종연횡이 불리한 것으로 판단되면 민감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합산 점유율을 계산하면 삼성전자를 웃도는 수치지만, 실제 생산 능력이나 재무 상태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의 위상이 흔들린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며 “고객사도 점차 고도화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층·최대 용량을 확보한 국내 기업이 경쟁에서 앞서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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