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그 한마디, 지옥의 시작…’마약 올가미’ 걸린 20대女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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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스무살에 마약 20대女의 후회…”너무 무서운 것, 끊기 어려워”

-6개월째 ‘단약’ 24살 A씨 인터뷰

A씨(여·24)가 스무살에 처음 접한 약은 필로폰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만난 남자친구가 눈앞에서 주사기로 투약하며 건넨 “같이 할래?”라는 말이 시작이었다. 2년 넘게 약을 하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에 1년간 약을 끊었지만 헤어진 남자친구의 지인이 찾아와 꺼내든 필로폰에 다시 무너졌다. A씨는 “죽을 각오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다”며 다시 6개월째 단약(마약을 끊는 것) 중이다. 약을 끊기로 처음 마음 먹었을 땐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곁에서 도와준 사람은 엄마뿐이었다. 약을 함께했던 사람들과 관계를 끊는 것도,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일상을 버텨내는 것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었다.

21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에서 만난 A씨는 “국내에서 마약을 치료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며 단약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A씨는 현재 마약투약으로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사례처럼 어렸을 때 마약을 시작했거나 마약에 호기심을 갖는 또래가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수락했다. 일단 마약에 중독되면 단약을 하고 싶어도 스스로 자신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A씨는 마약을 끊기 위해 우선 ‘관계’부터 끊어내야 했다.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약을 하자’고 연락하는, 얼굴도 모르는 무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3개월마다 휴대폰번호를 바꾸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탈퇴하고 새로운 계정을 만드는 일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SNS 계정을 타고 오는 연락을 완전히 막을 순 없었다. 심지어 현재 함께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전 남자친구마저 “또 약을 하자”고 연락해왔다. 계정을 차단해도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 투약을 권유한다고 했다.

A씨는 마약을 하는 동안 이전에 느꼈던 소소한 행복을 잃었다고 돌이켰다. “학교 가는 길에 사먹는 연유라떼 한 잔, 시험기간에 도서관에서 먹는 핫도그 하나가 진짜 맛있었어요. 그런데 약을 하니까 그런 것에 무감각해졌어요.”

필로폰을 투약하면 2~3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입맛도 없어 밥도, 물도 거의 먹지 않았다. 약기운이 사라지면 많게는 20시간을 내리 자고 다시 일어나 약을 했다. 투약하면 투약할수록 행동은 제어되지 않았고 신경은 더 예민해졌다. 상대방의 말투 하나, 단어 하나가 거슬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등 행동을 통제할 수도 없었다.

마약에 중독돼 약을 구하려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을 감내하는 상황도 목격했다. “중독자모임에서 만난 분은 남자친구에게 약을 구했어요.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고 자신을 때리고 심지어 몸에 칼을 댔는데도 헤어지지 못하고 매달려 지내더라고요. 저도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약을 갖고 왔다”며 저희 집 주차장에 찾아온 남자친구 말을 참기가 어려웠어요. 그럴 때 자괴감이 들죠. 중독이 사람을 비참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약을 끊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필로폰에 대한 책과 논문을 찾는 것이었다. 마약을 했을 때의 단점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마약이 주는 감정은 가짜행복이라는 글귀를 마약중독으로 겪은 고통스러웠던 기억에 대한 글과 함께 방 곳곳에 붙였다.

본격적인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병원을 찾긴 어려웠다. 국내에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21곳 가운데 현재 실질적으로 중독자 치료를 수행하는 곳은 인천참사랑병원 1곳뿐이다. 나머지 병원은 개점휴업 상태다. 마약을 투약했다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는 이들 대부분이 치료보호 처분 없이 사회로 나왔다가 다시 마약에 손을 대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투약 재범률은 매년 35% 안팎에 달한다.

A씨가 치료소 충원을 마약범죄 근절에서 가장 중요한 대책으로 꼽는 게 이 때문이다. A씨는 최근 NA(익명의 약물중독자들) 모임에 나간다. 마약중독자나 단약자들이 익명으로 모여 각자의 경험을 나누고 위로하는 곳이다. A씨가 마약에 손대기 시작한 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교육을 받은 엄마가 소개해줬다.

A씨는 ‘마약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절대 손을 대면 안된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단순히 호기심으로 하기엔 너무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은 무너지고 이성적인 판단도 흐려지거든요. ‘난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외면했던 구멍’ 마약치료·재활 메우는 정부…전문가들도 “드디어”

서울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조직폭력범죄를 청산하겠다며 내건 ‘범죄와의 전쟁’ 이후 30여년만의 대대적인 범죄소탕작전이다.

주목할 대목은 ‘플러스 알파(+α)’다. 그동안 마약범죄 대책에서 단속과 처벌에 역량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치료와 재활, 교육 대책이 나란히 전면에 나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대책에 대한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마약은 중독성이 높아 재범률이 35% 안팎에 달한다. 한 번 경험하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 처벌의 두려움보다 마약의 유혹이 훨씬 강하다. 감옥에 들어가도 마약사범들끼리 마약 경험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더 공고히 하면서 더 심각한 마약중독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정부는 마약문제를 ‘범죄이자 질병’이라는 중독문제로 인정했다. 사전교육과 사후치료·재활 등을 통해 마약사범을 장기적으로 줄여가겠다는 정책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지난 18일 발표한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에 이런 방침이 잘 반영됐다.

이를테면 마약투약사범 중 약물강도나 투약량이 적은 이들을 검찰 내부규정에 따라 치료·재활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하는 제도를 확대해 초범은 격리하기보다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검찰규정이 아닌 의료인 등 약물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중독 수준을 평가하면 위원회 의견을 반영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는 방식이다.

마약치료·보호기관도 실질적으로 운영되도록 정비하기로 했다. 마약치료·보호기관으로 지정된 24개 병원의 사업운영비와 치료비 지원단가를 끌어올리고 치료보호에 대한 의료수가를 개선해 중독자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를 정비할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정부와 발맞추고 나섰다. 서울시가 마약예방부터 단속·치료·재활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마약 관리 대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의 ‘서울형 중독치료 재활시스템’ 구축 사업 일환으로 서울시립은평병원의 마약류 검사기능을 확대하고 ‘마약류중독자 외래클리닉’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 은평병원에 ‘마약류 중독재활센터’도 신설키로 했다. 민간협력도 강화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운영 중인 ‘중독재활센터’를 지원하는 역량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 다르크(민간 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와 협력해 가정으로 돌아가기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공동생활가정 형태의 주거형 재활시설도 신설할 계획이다.

그동안 미미했던 마약예방교육도 모든 초중고·특수학교에서 마약을 포함한 약물예방 등을 주제로 연간 10시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2022년 마약예방교육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초·중·고등학교·특수학교 총 1346개교 중 274개교(20.3%)에서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

김희준 법무법인 LKB 대표변호사는 “마약을 범죄로만 보고 단속에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절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마약에 손을 대지 않도록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시키는 예방교육이 제일 중요한데 예산을 투입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끊었다가 다시 손대고 판매까지…’마약의 굴레’ 치료소 절실한 이유

임상현 다르크(DARC) 센터 센터장. /사진=하수민 기자
임상현 다르크(DARC) 센터 센터장. /사진=하수민 기자

“마약 투약자들이 밉겠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입니다. 이들을 건져내지 못하면 결국 내 자식과 이웃, 나라가 위험해집니다.”

많은 투약자가 마약을 끊기란 죽을 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서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치료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도 한다. 국내에서 마약 대책이 치료보다는 단속과 처벌에 쏠리는 이유다.

경기도에서 5년째 민간인중독재활시설 ‘다르크(DARC) 센터’를 운영하는 임상현 센터장은 “거꾸로”라고 단언한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특성상 근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임 센터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마약을 끊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을 방치하면 결국 마약투약이 전체 사회로 전염된다”며 “단약을 실패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갖춰진 환경에서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도 한때 투약자였다. 오래 전 마약을 끊은 뒤부터 단약을 전파하고 있다. 다르크에선 현재 15명의 중독자가 함께 생활하며 치료에 전념 중이다. 임 센터장은 “마약이 암이라면 말기까지 갔다가 나은 경우”라며 “여기 청년들은 고작 암 1~2기인데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약도 전염된다”는 임 센터장이 경험한 지론이다. 임 센터장은 함께 규칙적으로 생활하며 어떻게 약물을 끊을지 이야기하고 운동을 하는 사이 단약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다르크에서도 이런 생활 프로그램을 입소자에게 제공한다. 1년 동안의 프로그램을 마친 퇴소자와 입소자의 대화 시간도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한다.

임 센터장은 “단약 생활을 이어가며 직장 생활이나 학업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센터에서 생활하는 A씨는 “약을 끊기 어려워서 죽고 싶은 생각이 가득했는데 여기에서 아픔을 공유하다 보니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4일 오후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이 다르크 일과표를 설명하고있다. /사진=하수민 기자
4일 오후 임상현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이 다르크 일과표를 설명하고있다. /사진=하수민 기자

임 센터장은 “예방 교육도, 처벌도 중요하지만 마약 범죄를 줄이려면 결국 충분한 중독자 치료 시설이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다르크 센터가 약 90곳 있다. 한국에는 4곳(경기·인천·대구·김해)뿐이다.

1명의 중독자는 ‘N명’의 중독자를 낳을 수 있다. 중독자를 방치하면 마약 의존도가 심해지고 어느 선을 넘는 순간 일상·직업 활동을 놓게 된다. 돈 나올 구석이 없어지니 온·오프라인으로 마약을 팔게 된다. 더 나가면 제조와 수입까지 손을 댄다.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중독자를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지난 18일 발표한 종합대책에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병원 21곳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지정병원 21곳은 현재 대부분 시설 부족 등을 이유로 중독자 치료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지정병원 21곳 중 9곳(42.9%)은 5년 동안 단 한 건도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실적이 없다. 나머지 병원도 대부분 연간 1~5건에 그친다.

임 센터장은 “틈새에서 마약에 노출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르크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진. 이들은 항상 생활 시간표를 공유하며 단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도균 기자
다르크에서 생활하는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진. 이들은 항상 생활 시간표를 공유하며 단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김도균 기자

다르크의 경우 비영리단체로 정부 지원금 없이 운영된다. 입소자 1명마다 한달에 40만원씩 시설비를 납부한다. 운영비 대부분이 한달 월세 200만원과 세금으로 나간다. 인건비가 부족해 직원은 1명 쓴다.

예산이 없다 보니 ‘돈 없는 젊은 중독자’를 머물게 하긴 어렵다. 이들이 함께 생활하다가도 1~2개월이 지나면 얹혀사는 게 미안해 스스로 떠난다. 그렇게 떠난 한 청년이 얼마 뒤 유치장에서 연락한 경우도 있다.

임 센터장은 “투약자들도 마약을 하기 직전까지는 정상적인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은 회복되지 않는다는 편견을 갖지 말고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마약은 한 번으로도 중독된다”며 “그 한 번에 본인도, 가족도, 나라도 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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