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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 거둬도 불신 남는다” 그린란드 딜은 못 막는 ‘달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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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지정학에 온도계가 있다면, 지난 48시간 동안 수은주는 몇 도쯤 내려갔을 것이다. 주초만 해도 유럽 지도자들은 다시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는 사실에 격앙돼 있었다. 미국은 무역 파트너이자 동맹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백악관이 그린란드 구매 요구를 관철하지 않으면 유럽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다만 긴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재는 백악관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북극(Arctic)에서 미국의 방어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의 ‘합의 프레임워크’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 세부 내용은 아직 불투명하다. 특히 덴마크 왕국(그린란드가 속한 덴마크의 구성 영토) 내 NATO 영토에서 미군이 어느 정도의 통제권을 갖게 되는지 여부는 정보가 거의 없다.

그 대신 트럼프는 여러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신규 관세 위협 수위를 낮췄고, 유럽 쪽의 보복 경고도 덩달아 누그러졌다.

하지만 이번 합의가 협상 국면에서 공포를 일부 걷어내긴 해도, 미국과 과거 ‘동맹’으로 여겼던 파트너들 사이에서 진행돼온 이탈과 균열 자체를 되돌리진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맥쿼리(Macquarie) 글로벌 전략가 티에리 위즈먼(Thierry Wizman)과 가레스 베리(Gareth Berry)는 포춘(Fortune)과 공유된 고객용 메모에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상호 소원(mutual alienation)”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여전히 ‘더 분열되고 더 위험한 세계’를 이야기할 수 있다”며 “그 세계에서는 미국의 위상이 낮아지고, 달러(USD)가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지위를 잃으며, 미국은 대신 서반구를 유일하고 방어 가능한 최후의 보루로 삼는 데 집중하게 될 수 있다”고 썼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노선을 잡아가면서 미국과 유럽(EU든 영국이든) 사이 마찰은 더 두드러졌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NATO 분담 문제와 트럼프의 관세 체제가 대표적 쟁점으로 꼽혔다.

위즈먼과 베리는 “어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 딜에도 상호 불신의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그린란드의 일부를 미국에 넘기는 합의는, 미국이 (매우 마지못해) ‘우크라이나는 온전히 유럽 안에 남아야 한다’, 즉 러시아의 통제 밖에 있어야 한다는 유럽의 관점을 계속 지지한다는 ‘맞교환(quid pro quo)’과 함께 성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유럽의 요구는 미국을 푸틴과 충돌하는 구도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런 만큼 미국이 러시아에 대비해 방어 태세를 강화하려는 동기가 커지고, 그 과정에서 그린란드 확보가 필요해진다는 논리다. 반면 유럽은 미국의 경쟁자 중국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태도를 유지해왔고,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의 투자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해왔다.

두 전략가는 “유럽의 요구와 행동이 초래한, 미국이 인식하는 위협이야말로 그린란드 ‘필요성’과 관련해 유럽을 향한 미국의 적대적 태도(및 군사적 위협)를 자극하고, 유럽이 문명사적 차원에서 더 ‘성숙한 자세(man up)’를 취하길 바라는 미국의 욕구를 강화한다”고 적었다.

달러를 둘러싼 부담도 함께 거론된다. 특히 유럽이 미국의 행동에 반발해 미국 자산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대목인 것으로 보인다고 기사는 전했다. 스콧 베선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유럽 투자자들이 미 국채를 던지고 채권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언급하며 일축했지만, 이번 주 금리(수익률) 상승에서 그런 조짐이 비쳤다는 해석도 있다. 다만 이후 대서양 양쪽 관계가 정상화되면서 매도 압력은 잦아들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이번 주 미국의 ‘아킬레스건’이 여기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연간 재정적자가 크고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다. 그 부채를 외국이 계속 사줘야 굴러간다. 결국 미국의 장기적인 경제 화력에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맥쿼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아웃룩(Global Outlook)’ 메모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동이 “미국은 점점 예측 불가능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강화했다고 쓴 바 있다. 특히 ‘리버레이션 데이 관세(Liberation Day tariffs)’가 분수령(watershed)으로 작용했다. 이 조치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백악관 영향권 밖의 자산을 찾게 만들었고, 그 결과 달러에서 멀어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맥쿼리 팀은 당시 이 사건이 달러에 대한 신뢰에 “긴 그림자(long shadow)”를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력을 ‘무기화’하는 방식이 “가치 저장 수단이나 결제 통화로서 대체 통화를 찾는 움직임에 더 큰 긴급성을 주입했다”는 표현도 썼다.

트럼프의 최근 유턴이, 미국이 더 이상 예전 같은 ‘금융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불안을 잠재우진 못할 것이라는 게 이번 메모의 결론이다. 맥쿼리 전략가들은 지금의 국면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지키고자 한다면 좋은 자리(well)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 지위는 “미국의 리더십과 보호를 제공하는 대가로, 동맹국과 미국 주도의 규칙 기반 질서에 참여한 국가들이 일정 수준의 종속(및 자금 조달)을 감수한다”는 전제 위에 세워졌는데, 그 ‘이해관계의 암묵적 합의’가 무너지면 달러 이탈이 결국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이해가 없다면 달러에서 벗어나려는 분산(diversification)은 궁극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그 분산이 달러 대신 금으로 향하는 형태로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글 Eleanor Prin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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