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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제발 과세하라” 돈이 너무 많아 화가 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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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다보스에 모인 세계 지도자와 기업 거물이 ‘세계의 현안’을 논의하는 사이, 또 다른 ‘초부유층’ 집단이 목소리를 냈다. 24개국의 백만장자·억만장자 약 400명은 세계경제포럼(WEF)을 맞아 공개서한을 내고 “우리를 더 과세하라”며 각국 지도자에게 부유세 강화를 촉구한 것이다.

서한은 “우리 같은 백만장자들은 더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고, 이제 목소리를 낼 때”라며 “우리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음 50년이 모두에게 진보의 약속을 실현하도록 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극단적인 부는, 안전한 미래를 도박하는 이들에게 극단적인 통제력을 안겨줬다”며 “그 통제를 끝내고 우리의 미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자는 현재까지 24개국에서 약 400명에 이른다. 할리우드 배우 마크 러팔로(Mark Ruffalo), 디즈니 가문 상속인 애비 디즈니(Abby Disney)와 팀 디즈니(Tim Disney), 부동산 개발업자 제프리 구럴(Jeffrey Gural)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개서한은 ‘타임 투 윈(Time to Win)’ 캠페인의 일환이다. 패트리어틱 밀리어네어스(Patriotic Millionaires), 밀리어네어스 포 휴머니티(Millionaires for Humanity), 옥스팜(Oxfam) 등 부의 재분배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주도했다.

캠페인은 “부와 권력을 독점한 세계의 올리가르히(oligarch)들이 민주주의를 ‘사들이고’, 빈곤을 악화시키고, 기술 혁신을 억누르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며, 결과적으로 지구의 붕괴를 앞당겼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여론조사 결과도 근거로 들었다. 패트리어틱 밀리어네어스를 위해 실시된 설문에서 G20 국가의 백만장자 가운데 77%는 “초부유층이 정치적 영향력을 산다”고 봤고, 71%는 “부를 가진 이들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캠페인 참여자들이 제시한 해법은 단순하다. “초부자에게 과세하라.” 서한은 “모든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백만장자로서 우리는 이를 요구한다”며 “다보스에 있는 당신들이든, 지역의 시의원이든, 시장이든, 광역 지도자든, 선출직의 의무는 이를 실행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들이 ‘동료 초부자’에게 날을 세우는 이유는 부가 더 빠르게, 더 위로 쏠리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백만장자가 새로 생겨나고 억만장자의 부는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운데, 일부 유명인과 초부유층은 더는 침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가령 가수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는 지난해 WSJ 매거진 이노베이터 어워즈(WSJ Magazine Innovator Awards) 무대에서, 당시 참석해 있던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를 염두에 둔 듯 “억만장자라면 왜 억만장자인 거냐. 미움은 아니지만, 돈 좀 내놓으라”고 직격했다.

초부유층 내부에서도 ‘기부의 부족’을 문제 삼는 목소리는 커졌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Melinda French Gates), 빌 게이츠(Bill Gates)가 시작한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처럼, 생전 혹은 유언으로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에 동참한 억만장자도 250명 이상이다. 다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프렌치 게이츠는 지난해 “서명자들이 충분히 기부하지 않았다”고 인정했고, 버핏도 주주서한에서 억만장자들이 약속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현실을 언급했다. 버핏은 “초기에 거창한 자선 계획들을 고민했지만 실현 가능하지 않았다”며 “정치적 술수, 세습적 선택, 무능하거나 기이한 자선가들에 의해 잘못 설계된 부의 이전도 지켜봐 왔다”고 썼다.

한편 백만장자·억만장자 인구와 부의 총량은 계속 늘고 있다. UBS가 2025년에 낸 투자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는 37만 9000명의 신규 백만장자가 탄생했다. 하루 1000명 넘는 속도다. 미국의 초부유층 비중은 1.5% 늘었고, 이들이 보유한 총자산은 그해 말 107조 달러에 달했다. 이는 2000년대 초와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전 세계 ‘일반’ 백만장자도 급증했다. 2000년에는 1327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4년 말에는 5200만 명까지 불어났다. 겉으로 보면 부가 더 많은 사람에게 확산되는 듯하지만, 실상은 상단으로 더 강하게 집중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 상위 20% 가구(평균 순자산 430만 달러)는 미국 전체 부의 약 71%를 차지했다. 반면 하위 50% 가구는 평균 자산이 약 6만 달러에 그쳤고, 이들이 보유한 부는 전체의 2.5%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백만장자 클럽’은 물론, ‘억만장자 클럽’은 사실상 꿈같은 이야기란 거다.

/ 글 Emma Burleigh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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