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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VS 파라마운트: 스트리밍 시대의 M&A 고전극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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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기업법 학자들은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를 둘러싼 인수전이 묘한 법적 향수 여행이 됐다고 말한다. 수십 년 만에 파라마운트가 다시 무대 중앙으로 돌아왔고, 넷플릭스가 ‘세대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거래’를 움켜쥐려는 과정에서 과거 20세기 할리우드를 규정했던 고전 판례들이 소환됐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세계 최대 스트리머의 깔끔한 전략적 인수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눈에는 과거 대형 인수극의 계보를 잇는 할리우드식 레거시 쇼다.

1989년 ‘파라마운트 커뮤니케이션즈 대 타임(Paramount v. Time)’ 판결을 겪어본 이들에겐 데자뷔다. 당시 타임은 워너 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을 추진하던 중 파라마운트가 타임을 상대로 고가의 적대적 인수를 시도하며 인수전이 촉발됐고, 이사회가 언제·어떻게 거래를 거부할 수 있는지를 가른 델라웨어의 기준이 정립됐다. 이후 타임워너는 수십 년간 미디어 강자로 군림했지만, 2000년 AOL과의 합병은 기업사 최악의 거래로 꼽힌다.

뉴욕 세인트존스대 로스쿨 교수이자 실무 경력이 긴 앤서니 사비노는 이번 싸움을 “리부트가 아니라 속편”이라고 규정했다. WBD 인수를 두고 넷플릭스와 경쟁 중인 파라마운트가 또다시 태풍의 눈에 섰다는 것이다.

그는 파라마운트가 1994년 파라마운트 대 QVC 사건의 당사자였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당시 배리 딜러의 QVC는 섬너 레드스톤의 비아컴에 밀렸고, 그 결정은 오늘의 파라마운트 글로벌(현재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로 이어지는 제국을 굳혔다.

존 말론부터 레드스톤 가문의 후계자들까지, 브랜드와 인물들이 다시 등장했다. 다만 전장은 케이블·인쇄가 아닌 스트리밍이다. 딜러 역시 이번 주 뉴욕타임스에 “반복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넷플릭스가 지분 기준 720억 달러(부채 포함 약 830억 달러)의 구속력 있는 거래를 체결하자마자, 파라마운트가 지분 779억 달러(부채 포함 1080억 달러)에 달하는 사실상 적대적 제안을 공개한 급변의 전개는 또 다른 고전 호출했다.

콜롬비아대 로스쿨의 도로시 런드 교수에 따르면, 1986년 레블론 대 맥앤드루스&포브스 판결로 확립된 레블론 원칙은 “회사를 매각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규정했다. 핵심은 오직 주주가치 극대화다.

개인적 호불호로 특정 인수자를 선호할 수 없다. 당시 레블론 CEO는 로널드 펄먼에 대한 개인적 반감으로 다른 사모펀드와 거래를 짰지만, 델라웨어 대법원은 이사회가 ‘경매인’으로서 최고가를 추구할 고도의 책임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12월 5일 넷플릭스 거래 발표는 주주에게 최선의 선택처럼 보였다. 그러나 다음 영업일 파라마운트가 더 높은 가능성을 시사하자 레블론 문제가 본격화됐다. 파라마운트의 공시에는 데이비드 자슬라브 CEO와 ‘케이블 카우보이’ 존 말론(명예의장) 등 핵심 인사들과의 제한적 소통이 언급됐다. 말론은 1994년 QVC의 파라마운트 인수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런드는 아직 강한 레블론 위반 주장이 성립했다고 보진 않지만, “앞으로 몇 주 이사회는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라마운트의 주당 30달러 제안은 최종안이 아니며, 넷플릭스 역시 상향 여지가 있다.

이사회는 주주가치를 최대화하도록 거래를 설계해야 하는 난처한 지점에 놓였다. 넷플릭스에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하거나, 파라마운트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수 있다.

이번 양자 대결은 시험 문제에서 튀어나온 듯한 전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파라마운트 측 데이비드 엘리슨은 자슬라브와 이사회가 단순 현금 제안보다 복잡하고 느린 넷플릭스 패키지를 선호해 레블론 의무를 위반했다고 사실상 주장한다. 문화적 궁합을 이유로 가격을 할인할 수 없다는 파라마운트 대 타임의 교훈도 다시 소환됐다.

재무 확실성이나 규제 경로 같은 구체적 사유가 있어야지, ‘분위기’로 고를 수는 없다. 테드 사랜도스와 자슬라브의 친분, 자슬라브와 엘리슨 사이의 냉랭함이 대비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개인사와 자존심의 충돌은 미디어 메가딜의 양념이다. 사비노는 “이들은 미디어 인물이고, 매우 강력하며, ‘노(No)’를 싫어한다”고 했다. 와튼스쿨의 폴 네이리는 “나에겐 슈퍼볼”이라며, 에고와 ‘마키 자산’의 결합이 이런 거래를 매혹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 논쟁이 관건이 될 것이라 봤다. 지분·스핀아웃 가치 산정에 따라 두 제안의 우열은 달라진다.

향후 분사될 디스커버리 글로벌의 가치는 수개월—어쩌면 법정에서—논쟁될 수 있다. BofA리서치의 제시카 라이프 얼리히는 넷플릭스 거래 가치를 주당 30달러 이상으로 추정했고, 디스커버리 글로벌을 주당 약 3달러로 계산했다. 이 경우 넷플릭스의 주당 27.75달러가 파라마운트보다 유리하다. 하지만 분사 가치가 4달러라면 파라마운트가 앞설 수 있다.

사비노는 더 깊은 고전 방어 논리의 부활도 예고했다. 1970년대의 ‘유대인 치과의사’ 방어는 쿠웨이트 자본이 치과용품 회사를 인수하면 고객이 이탈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2008년에는 벨기에 인베브가 안호이저부시를 인수하려 하자, 쿠바 사업을 문제 삼은 ‘쿠바 맥주’ 방어가 등장했다. 결과는 AB인베브 탄생이었다.

이번 사안과의 연결고리는 파라마운트 제안에 포함된 **중동 자금(약 240억 달러)**이다. 재러드 쿠슈너가 일부 관여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엘리슨은 거버넌스 권한은 없다고 했지만, 투자 이유를 묻는 질문이 잇따랐다. 엘리슨은 “강력한 산업 논리로 즉각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한다”며 수익성 관점의 매력을 강조했다.

런드는 “과거로의 회귀 같은 면과 2025년스러운 면이 공존한다”고 했다. 레블론 하에서 주주가치가 기준이지만, 대통령의 공개적 발언과 규제 변수 등 정치적 요소가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은 새롭다는 것이다. 반면 사비노는 정치적 해석을 “과장”이라며, 결국 돈과 법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봤다. 사랜도스와 엘리슨, 그리고 워너는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M&A의 냉혹한 게임을 치를 것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매우 진지하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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