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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산 3분의 1, 베이비붐이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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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일을 줄이고 은퇴를 준비하는 나이지만, 미국의 고령층 자산은 오히려 더 늘고 있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Thorsten Slo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준(Fed) 데이터를 인용해 최근 블로그에서 “미국에서 70세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부의 비중이 사상 최고 수준에 올라섰다”고 지적했다. 1989년만 해도 가계 부문 자산 가운데 70세 이상이 갖고 있던 비중은 19%였지만, 지금은 31%까지 뛰었다는 것이다.

이 비중은 다른 세대와 비교하면 훨씬 크다. 미국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85조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자산이 약 18조 달러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베이비붐 세대 자산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고령층의 부 축적은 특히 Z세대와의 대비가 두드러진다. Z세대는 경기·미래 불안이 깊고, AI 확산 속에서 초급 일자리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데다, 학자금 대출 상환과 더불어 신용카드 빚까지 떠안고 있다. 인구 비중은 베이비붐·밀레니얼과 비슷함에도, 지난해 기준 Z세대가 가진 자산은 6조 달러에 그쳤다.

뉴욕대 경제학자 에드워드 울프(Edward Wolff)는 포춘과 인터뷰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가계 자산의 엄청난 몫을 사실상 집어삼키면서, 다른 연령대에 돌아갈 몫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70대는 대공황 시기를 보낸 부모 세대에게서 검소함과 저축의 중요성을 배우며 자라났다. 하지만 이 세대의 재정적 성공은, 무엇보다 청년기와 중년기에 ‘운이 좋았던’ 거시 환경의 영향이 크다.

많은 베이비붐 세대가 첫 주택을 샀던 1970년대는 고물가 시기였다.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주택을 매입하는 것이 매력적인 투자로 여겨졌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주택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이들의 주택 자산 가치도 함께 급등했다.

주식 시장도 이들을 밀어 올렸다. 올해 초 연준 데이터를 분석한 모틀리풀(Motley Fool)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주식 자산의 54%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25조 달러를 넘는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의 주식 자산 비중은 8%에 그치고, 금액으로는 3조 9000억 달러 수준이다.

Z세대는 주식 투자에서는 선배 세대의 발자취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같은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규 주택 공급 부족이 이어진 데다, 최근 고금리로 기존 주택 매물이 잠기면서 집값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2025년 첫 주택 구매자의 비중은 1년 새 21% 감소했고, 이들의 평균 연령은 40세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레드핀(Redfin)이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27세인 미국인 가운데 집을 소유한 비율은 33%에 불과하지만, 같은 나이였던 베이비붐 세대의 주택 소유 비율은 40%였다.

울프 교수는 “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처럼 집값 급등의 과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는 세대를 규정짓는 경제적 난제들에 직면해 있지만, 완전히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2024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Z세대 청년층은 과거 같은 연령대보다 오히려 소득 측면에서는 나은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Z세대(18~24세)의 연간 중위소득은 물가를 반영했을 때 약 2만 달러 수준이다. 1993년 같은 연령대의 중위소득 1만 5000달러와 비교하면 증가한 셈이다. 최근 들어서는 집값보다 소득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는 점도 향후 주택 구매자들에게 긍정적 신호로 여겨진다.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마이클 월든(Michael Walden)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Z세대가 부를 덜 보유하고 있는 이유의 상당 부분은 단지 축적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시점에 계측하더라도, 나이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기간 동안 투자하고 수익을 재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많은 부를 쌓는 것은 논리적으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간뿐 아니라, 이른바 ‘대규모 부의 이전(Great Wealth Transfer)’도 Z세대와 밀레니얼에게 간접적인 혜택을 줄 전망이다. 추정에 따라 다르지만, 향후 부모·조부모 세대로부터 자녀·손주 세대로 넘어갈 상속·증여 자산 규모는 124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UBS ‘억만장자 야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에만 91명의 상속인이 2978억 달러를 물려받았고, 이는 전년 대비 36% 늘어난 수준이다.

월든 교수는 “대규모 부의 이전은 분명히 올 것”이라면서도, Z세대와 밀레니얼이 이를 유일한 희망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그래서 나는 젊은 세대에게 항상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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