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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영화가 죽을 수 있다” 넷플릭스 메가 딜 둘러싼 세기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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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할리우드를 하나의 태양을 도는 계(系)로 만들 수 있다.” 아마존 스튜디오 수장을 지낸 로이 프라이스가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 추진을 두고 이렇게 경고했다. 소수 ‘슈퍼 바이어’에 힘이 집중되는 단일 구매자 독점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거다.

현재 인터내셔널 아트 머신(International Art Machine) CEO인 프라이스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영화 산업이 “위기의 경고”를 수없이 들어온 역사를 먼저 짚었다. TV, 비디오, 스트리밍, AI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의 종말이 예고됐지만, 매번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한다면, 오랫동안 예언돼 온 그 ‘죽음’이 마침내 현실이 될 수 있다”며 “영화 제작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할리우드가 하나의 태양을 도는 시스템으로 바뀐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궤도, 모든 딜, 모든 크리에이티브 결정과 커리어가 결국 하나의 기업이 가진 중력에 종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넷플릭스는 인수 후에도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의 영화 제작과 극장 상영은 계속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워너의 TV 채널들은 별도 회사로 분리되지만, HBO는 넷플릭스 체제 안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프라이스가 우려하는 지점은 ‘소멸’이 아니라 ‘집중’이다. 그는 두 회사가 합쳐지면 글로벌 콘텐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그만큼 입찰 경쟁이 줄어들어 전체 제작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적인 개발 문화, 취향, 리스크 감내 수준도 그만큼 주변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합병은 모노프소니, 즉 ‘너무 적은 구매자가 너무 큰 협상력을 갖는’ 문제를 만든다”며 “작가, 감독, 배우, 쇼러너, 인형 조종사, VFX 아티스트 모두가 공급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바이어’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보수는 낮아지고 기회는 좁아진다는 논리다. 프라이스는 과거 펭귄랜덤하우스와 사이먼앤슈스터 합병이 작가들에 대한 과도한 협상력 우려로 좌초된 사례를 함께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정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워너브라더스 인수가 미국 내 제작 역량을 키우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할리우드의 핵심 지식재산(IP)을 활용할 기회가 커져 창작자에게도 더 많은 선택지가 열리고, 업계 전체의 가치를 키우는 방향이라고 주장한다.

경쟁자들이 모두 ‘거인’이라는 점도 넷플릭스 측 논리의 한 축이다. KPMG가 집계한 2024년 콘텐츠 지출에 따르면, 1위는 370억 달러를 쓴 컴캐스트( NBC유니버설 모회사)였고, 이어 유튜브(알파벳) 320억 달러, 디즈니 280억 달러, 아마존 200억 달러, 넷플릭스 170억 달러, 파라마운트 150억 달러 순이었다. 컴캐스트와 파라마운트 역시 워너브라더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주체들이다.

극장주, 제작자, 현장 스태프 등도 이번 딜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은 “극장 관람 경험이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좀 더 신중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비판의 축은 ‘시장 지배력’을 넘어 ‘표현의 자유’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제인 폰다는 “헌법적 위기”를 언급하며, 미국 법무부가 인수 심사 권한을 이용해 정치적 양보를 요구하거나 콘텐츠에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번 빅딜을 “큰 회의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합병은 역대급 수준의 반독점 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무산 시 넷플릭스가 워너 측에 지급해야 할 위약금만 58억 달러에 이른다.

월가에서는 이번 인수를 ‘AI 시대 콘텐츠 전쟁’의 연장선으로 해석한다. 차세대 생성형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고품질 영상·스토리 IP가 핵심 연료가 되기 때문이다.

자누스 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애널리스트 디비아운시 디바티아는 보고서에서 “워너브라더스 인수는 넷플릭스가 AI 시대에 자신만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AI가 동영상 제작을 민주화하고, 틱톡 같은 숏폼 경쟁이 더 치열해질수록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엔터테인먼트’ 쪽에 더 베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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