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제국 바이낸스, 격랑 속 리더십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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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1/CP-2024-0163/image-acac21ac-3606-4b7b-b7d9-3c4a10ce62f6.jpeg)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Binance)가 중대한 리더십 변화를 발표했다. 공동 창업자이자 오랜 핵심 임원인 이허(Yi He)를 공동 CEO로 임명한 것이다. 이허는 2023년 중반, 미국의 형사 수사 여파로 장펑자오(Changpeng Zhao)가 자리에서 물러난 뒤 최고경영자에 오른 리처드 텡(Richard Teng)과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된다.
이허는 성명을 통해 “규제된 금융시장 분야에서 수십 년 경험을 쌓았고, 가상화폐 초창기부터 규제 틀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리처드와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허는 아시아 가상화폐 시장의 베테랑이다. 2014년에는 거래소 OKX(당시 OK코인·OKCoin)에서 일하며 장펑자오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이후 2017년 장펑자오가 바이낸스를 설립할 때 이번에는 그가 이허를 불러 함께했다. 두 사람은 바이낸스를 1년 남짓 만에 세계 최대 거래소로 키워 올렸다.
바이낸스는 두 공동 CEO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다만 싱가포르 금융당국 고위 규제당국자 출신인 리처드 텡은 법률·규제·관리 이슈를 중심으로 맡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마케팅 감각과 고객 접점에서의 실행력으로 잘 알려진 이허는 리테일 사업과 제품 운영을 총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리더십 개편은 바이낸스가 최근 수년간 겪어온 격동의 연장선에 있다. 2023년 장펑자오는 미국에서 자금세탁방지(AML) 통제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혐의를 인정하는 유죄협상에 합의했고, 바이낸스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억 달러 벌금을 내기로 했다. 장펑자오는 지난해 4개월 징역형을 살았고, 지난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사면을 받았다.
텡이 CEO로 있는 동안 바이낸스는 컴플라이언스를 대폭 강화하고 전 세계 여러 관할권에서 핵심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럼에도 최근 뉴욕타임스가 주도한 조사에 따르면 각종 범죄 조직이 여전히 바이낸스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불법 거래의 허브라는 오명은 완전히 지우지 못한 상태다.
물론 바이낸스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사업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취급 상품과 서비스 라인업 역시 계속 확대해왔다.
이허의 선임은 가상화폐 업계에서 여성 리더가 드문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눈에 띈다. 과거 TV 진행자로 활동했던 그는 중국에서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다. 우물에서 물을 길어 쓰고, 전기 대신 등유에 의존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그는 바이낸스 지분 약 1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분 가치만으로도 수조 원대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가 됐다.
다만 이허의 공동 CEO 선임은 새로운 논란도 부를 수 있다. 그는 현재 회사 경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과의 법적 합의에 따라 공식 직책에서 물러나 있는 장펑자오와 사이에 자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허는 “제 사생활은 제 직업적인 삶과는 별개”라며 “공동 창업자로서의 제 성과와 역량은 사적인 삶만 도마에 오르면서 종종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바이낸스에는 우리를 믿고 자산을 맡긴 이용자가 거의 3억명에 이른다. 우리는 이들의 이익과 보호, 보안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모든 이용자 자산을 1:1로 완전히 뒷받침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 글 Jeff John Roberts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