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컬리 살린 턴어라운드 리더십
FORTUNE Korea 조회수
컬리는 위기의 회사였다. IPO를 성사하지 못했을 땐 언제든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2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김슬아 대표의 턴어라운드 리더십이 주효했다.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김슬아 컬리 대표.[사진=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36fe62da-57f7-4a0e-b66f-c4371aa965a1.png)
샛별배송의 아이콘 김슬아 컬리 대표가 MPW 코리아 2025에서 10위에 올랐다. 평가는 비즈니스 규모, 비즈니스 건강성, 경력 궤적, 조직 외 영향력, 혁신성 등으로 이뤄졌는데, 김 대표는 여러 항목에서 고르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총점 79.07점을 획득했다.
눈에 띄는 건 상위권 CEO 가운데선 비교적 ‘젊은 회사’의 수장이라는 점이다. 컬리는 창업 10년 차다. 그런데 이 짧은 업력에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컬리를 둘러싼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고 김슬아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었다.
당시 이 회사엔 ‘만년 적자’란 나쁜 꼬리표가 달렸다. 2023년 초 기업공개(IPO)를 밀어붙이다 이를 뒤로 미룬 건 결정타였다. “이대로 무너지는 건가”라는 비관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그럴 만했다. 컬리의 적자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이를 개선할 만한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커머스 비즈니스의 구조적 문제였다. 점유율 싸움을 위해선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했다. 이미 투자 싸움에선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쿠팡이나 대기업 플랫폼을 컬리가 좇을 수는 없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와 쿠팡을 제외한 나머지는 패자’ 같은 분위기였다.
IPO 역시 공모가 눈높이와 시장 밸류에이션의 간극이 컸고, 금리 상승과 공모시장 위축으로 창구가 더 좁아졌다. 컬리는 ‘샛별배송’으로 지금은 일상이 된 새벽배송을 대중화한 인기 플랫폼이었는데도 그랬다. 김슬아 대표는 창업 이후 시장에 새 바람을 불러온 스타 CEO였다. 다만 이 타이틀만으로 재무와 시장의 보수적 시선을 바꾸는 게 쉽지 않았다.
그사이 몸값이 곤두박질쳤다. 한때 6조 원대로 평가받던 컬리의 기업가치는 지금 6000억 원대 수준이다. 컬리는 지난 3월 150억 원을 들여 자사주 100만 주를 산다고 공시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시가총액을 역산해 보면 약 6335억 원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희석된 김 대표의 한 자릿수대 낮은 지분율 역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대표와 컬리의 혁신이 이대로 침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 사이, 컬리는 재무구조 개선에 힘썼다. 이땐 쿠팡·네이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뒤 많은 이커머스 플랫폼이 비슷한 선택을 했다. ‘쩐의 전쟁’에서 밀렸으니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그 선택은 악수였다. 점유율이나 매출 축소로 이어졌다. 다만 컬리는 달랐다.
지난 3분기, 컬리는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동시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며 3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컬리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4.4% 증가한 5787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억원으로, 당기순이익은 23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전체 거래액(GMV)은 10.3% 늘어난 8705억원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제 컬리는 신선식품 플랫폼을 넘어 물류 네트워크 기업으로 진화 중”이라면서 “쿠팡과 전략의 결이 달랐다는 점은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컬리 뷰티 페스타 2025.[사진=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70df1270-0ea9-4fec-b13a-d51f520b28cf.jpeg)
특히 카테고리를 확장한 게 주효했다. 2022년 출시한 뷰티컬리는 후발주자임에도 시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온라인 화장품 시장 성장률(7.5%)의 5배가 넘는 약 40%의 럭셔리 뷰티 성장률을 기록했고, 출시 3년 만에 컬리 연 매출의 약 10%인 3000억 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수년간 인프라에 베팅한 것도 결실을 맺었다. 평택과 김포에 자동화 설비를 갖춘 거점 센터를 세웠고, 냉장과 냉동을 하나로 묶는 콜드체인 인프라를 구축했다. 2025년 상반기 3PL 거래액이 전년 대비 59.4% 증가하며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컬리는 넥스트 스텝을 밟았다. 네이버와 손을 잡은 것이다. 최근 ‘컬리N마트’라는 이름으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입점했다. 자체 앱만 고집해 온 컬리가 외부 플랫폼에 간판을 건 건 처음이다. 단순한 판로 확대가 아니다. 물류 효율을 끝까지 끌어올려 생존 공식을 다시 짜겠다는 선택이다.
김슬아 대표가 네이버 커머스 밋업에서 말했다. “이미 깔린 인프라를 최대한 돌려야 합니다. 센터가 꽉 찰 만큼 물량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네이버의 4000만 이용자와 수십만 판매자가 컬리의 콜드체인을 쓰게 되면 가동률이 올라가고, 단위 물류비는 내려간다. 물류의 선순환을 설계한 것이다.
협업은 서로의 필요가 맞물렸다. 네이버는 쿠팡의 로켓배송·와우 멤버십에 맞설 ‘장보기 파트너’를 얻었다. 컬리는 네이버 트래픽을 타고 물류 네트워크의 효율을 높일 발판을 마련했다.
물론 리스크는 여전하다.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부채비율이 높다. 네이버와의 제휴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효율은 좋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자체 앱의 충성 고객이 분산될 수 있다. 네이버 내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브랜드 차별화가 관건이다. 그럼에도 일단 비관론에 붙었던 꼬리표는 떼어냈다. 과연 김슬아 대표의 리더십은 ‘지금의 반등’을 ‘지속 가능한 구조’로 바꿀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