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자이’ 날개없는 추락…허윤홍 사장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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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 GS건설 본사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GS건설이 힘들게 쌓아올린 브랜드 ‘자이(Xi)의 이미지 추락이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1년간 위기가 겹치면서 공든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격 투입된 ’오너 4세‘ 허윤홍 CEO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GS건설의 대표 아파트 브랜드인 ‘자이’는 지난 2002년 9월 런칭했으며 이후 20여년 동안 대한민국 대표 고급 아파트 브랜드로 자리해왔다. 대한민국 명품브랜드 대상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수상했으며 글로벌고객만족지수(GCSI) 역시 2005년부터 2023년까지 19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GS건설은 2000년대로 접어들며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거의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2021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3위를 기록한 이후, 2022년과 지난해는 5위를 기록했다.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GS건설에게 ‘자이’란 브랜드는 자사가 대한민국 주거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기점으로 1년여 동안 GS건설과 브랜드 자이는 곤혹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장에 문제와 답이 있다”라며 현장 중심으로 안전경영과 품질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3년 전 준공한 아파트에서 한국표준(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며 또 타격을 입고 말았다.

GS건설이 시공한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는 2019년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가 3.3㎡당 4500만원을 넘는 4687만원에 달했다. 최고 20층 8개동에 758세대 규모의 이 단지는 1채당 실거래가가 30억원이 넘기도 해 지역에서 명품 아파트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 단지에 투입된 강화유리 중 2500장은 KS마크를 위조한 중국산 유리로 드러났다. 일정한 하중과 충격을 견뎌야 하는 강화유리에 성능을 확인할 수 없는 제품이 시공된 셈이다. 해당 유리는 세대 난간, 연회장, 스카이라운지, 옥상 등에 설치됐다. 

이번 사안에 대해 GS건설 관계자는 “시공 전 접합유리의 시험성적서 등 품질관리 절차를 준수해 확인했으나 KS마크가 위조됐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입주자분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GS건설은 문제가 된 중국산 유리를 정품으로 재시공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타 단지에도 품질이 낮은 유리가 사용됐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시공사인 GS건설 역시 유리를 공급한 협력업체에 속은 피해자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감리가 적합한 품질의 자재를 쓰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해야 했는데 마음먹고 속이면 잡아내기 어렵다”라며 “시공사도 소비자로서 속은 것이다. 시공사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고 싶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신영철 국책사업감시단장은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시공사도 속았다라고 용납하기 어렵다”면서 “시공사에게 하청업체를 선정한 책임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신 단장은 “시공사가 현장에 품질관리 전문가를 배치해 자재 품질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에 공급받는 자재 품질 관리가 불가능하다면 직접 맡아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제공=뉴시스]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제공=뉴시스]

주택시장 복귀한 삼성물산 ‘래미안’과 극명한 대조

한편 사고 1년이 됐지만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여파는 여전하다. GS건설은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로부터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LH는 GS건설이 검단아파트 건설공사 당시 설계서와 달리 구조물 내구성 연한의 단축과 안전도의 위해를 가져오는 등 부당한 시공을 했다며 오는 22일부터 1년간 국내 공공공사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GS건설은 집행정지신청 및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이외에도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부과한 영업정지 처분을 두고 법정공방을 해야하는 처지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붕괴사고와 관련해 각각 영업정지 8개월 처분과 영업정치 1개월 처분을 부과한 바 있다.

일단 법원이 GS건설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영업정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으나 앞으로의 소송전 자체가 잠재적인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영업정지는 피했지만 신용등급 하락을 막지는 못한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12월 GS건설의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부정적 검토)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했다. 이어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도 지난 2월 GS건설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토부와 서울시의 영업정지 행정처분 부과를 악재로 꼽으며 브랜드 자이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했다.

전면 재시공에 따른 재정적 부담도 신용등급 하향에 영향을 미쳤다. 나신평은 “붕괴사고 관련 비용 5524억원과 건축‧주택부문 수익성 저하로 지난해 잠정실적 기준 연간 38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라며 “사고 관련 충당부채 설정 등으로 작년 9월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50.3%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축‧주택부문의 지속된 자금소요와 수익성 감소 등으로 현금창출력이 약화된 점을 고려하면 저하된 사업 및 재무안정성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나신평 권준성 선임연구원은 “LH의 입찰참가제한도 중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부분”이라며 “지난 2월 등급 하향은 여러 잠재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권 연구원은 “브랜드 평판이 훼손되긴 했지만 수주가 안된다거나 이런 사례는 없어서 추가적으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토부가 지난해 9월 안전·품질 평가를 강화한 시공능력평가제도를 도입하며 GS건설이 올해 5위권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을 보면 안전 및 품질 등을 평가하는 신인도평가의 상하한이 현행 실적평가액의 ±30%에서 ±50%까지 확대됐다.

GS건설과 자이의 흔들리는 위상은 삼성물산과 국내 최초 아파트 브랜드인 ‘래미안(LAEMIAN)’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GS건설은 2022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7조1292억원)이 7조원을 돌파하며 현대건설(9조3395억원)에 이어 2위에 오르는 등 주택사업에 주력했다. 

반면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위를 줄곧 유지하는 건설사이면서도 정비사업 등 국내 주택사업에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삼성물산의 도시정비수주액은 2021년 9117억원, 2022년 1조8686억원에 그쳤다.

삼성물산은 2021년 래미안 리뉴얼을 통해 ‘삶의 동반자’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14년 만의 브랜드 리뉴얼은 단순 한자표기가 영문표기로 달라진 것을 넘어 삼성물산의 국내 주택시장 복귀를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됐다.

지난해부터 심화된 부동산경기 침체는 두 회사의 상황을 역전시켰다. 삼성물산(건설부문)은 2023년 매출 19조3100억원, 영업이익 1조340억원을 올리며 전년인 2022년 대비 각각 4조1720억원, 1590억원 증가하는 호실적을 거뒀다. 

삼성물산의 지난해 도시정비수주액은 2조1000억원이었으나 GS건설은 1조5878억원에 머물렀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수주액 3조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래미안은 지난해 8월 ‘래미안, The Next’ 발표회를 열고 더욱 주택사업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김명석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서울에서 많은 도시정비사업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적극 참여할 예정”이라며 “고층으로 시공될 예정인 여의도, 성수, 압구정 등에 ‘넥스트 홈’을 제안해 주택시장을 선도하고자 한다”라고 구체적인 희망지역을 거론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난해 래미안 더 넥스트 행사를 하면서 래미안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건설시장 여건이 힘들긴 하지만 주택사업을 지속해야 하는 입장에서 사업성이 좋거나 지역의 랜드마크로 판단되는 곳은 들어가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달 말에는 잠원 강변 리모델링, 다음달에는 부산 광안 3구역이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한남 4구역, 여의도 대교, 압구정 현대, 용산 남영2구역 등도 눈여겨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GS건설 허윤홍 사장이 서울 잠원동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GS건설]
GS건설 허윤홍 사장이 서울 잠원동 메이플자이 현장에서 직원들과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GS건설]

허윤홍 사장, 올해 ‘기반사업 내실 강화’ 나서

GS건설은 지난해 10월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 CEO로 허윤홍 사장을 낙점했다. 허 사장은 GS그룹 허창수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4세’라 할 수 있다. 

허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기반사업 내실 강화 ▲기업 포트폴리오 명확화, 전사 비전 재수립 ▲조직역량 강화를 경영 방침으로 제시했다. 기반사업 내실 강화는 엄격한 품질 관리와 수행 역량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고 브랜드 가치 재고를 위한 신뢰회복에 주력해 실추된 주택사업과 ‘자이’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토부가 지난해부터 발표하는 건설사별 하자 현황을 보면 GS건설은 2023년 3월부터 8월까지 하자 판정 93건으로 1위였으나 같은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하자 판정은 34건(12위)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최근 5개년 누계로는 GS건설이 1646건으로 가장 많아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태다.

허 사장은 CEO 취임 이후 현장경영 행보를 통해 거듭 품질경영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최근 확인된 위조 유리 사건 3년전 일임에도 파장이 확산된 것은 GS건설의 변화를 촉구하는 신호일 수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허 사장에 대해 “기업의 위기를 CEO 혼자 극복할 수 없기에 현장도 많이 다니고 임직원들과 스킨쉽을 많이 하면서 의견을 듣는 것 같다”라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단계다. 실적 등이 눈에 띄게 좋아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내부적으로는 ‘더 열심히 해야 될 때다’라며 서로 분발하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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