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한도 1억으로 확대 ‘군불때기’…은행 대출금리 자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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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5000만원→1억원 한도 상향 공약

예보료율 올라 소비자 부담 가중 우려

은행권 해마다 1조원씩 예보료 납부

예보의 예금대지급 지원 규모는 전무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뉴시스 은행 자동화기기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뉴시스

정치권에서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총선용 공약이 발표되고 있다. 20년 넘게 5000만원으로 묶여있는 예금자보호한도를 국내 경제 규모에 걸맞게 조정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한도 상향으로 예금보험료가 오르면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방식 등으로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약개발본부는 지난달 말 국회에서 ‘서민·소상공인 새로 희망’ 공약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2001년 이후 23년째 1인당 최대 5000만원으로 묶인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한도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걸맞지 않게 낮다는 문제의식에 따른다. 실제 우리나라 1인당 GDP 대비 예금자보호한도 비율은 1.2배 수준으로 ▲미국(3.3배) ▲영국(2.3배) ▲일본(2.3배)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르면 금융사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등으로 고객의 예금 인출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면 예금보험공사는 고객의 예금 전부나 일부를 1인당 5000만원 이내에서 대신 지급한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은 예보에 해마다 예보료를 납부한다. 현재 표준 예금보험료율은 ▲은행 0.08% ▲증권사·보험사·종합금융사 0.15% ▲저축은행 0.4% 등이다.

문제는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하면 예보료율도 덩달아 오르면서 금융사의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결국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업권 중에서 은행권은 법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도 예금 안정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19개 은행이 지난해 예보에 보험료로 납부한 금액은 1조2948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간의 추이를 보면 ▲2019년 9529억원 ▲2020년 1조571억원 ▲2021년 1조1881억원 ▲2022년 1조2429억원 등으로 해마다 보험료로 1조원 넘게 지출해왔다.

반면 최근 5년간 은행권을 대상으로 한 예보의 예금대지급 지원 규모는 ‘0원’이었다. 이 기간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2018년 1억3502억원 ▲2019년 7246억원 ▲2020년 6003억원을 지원했으며 이후로는 전무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부담한 보험료는 사용처 없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한도 상향으로 예보료율만 오르게 되면,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거나 대출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난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새마을금고 위기설에 따른 뱅크런이 목격되자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예보 등은 지난 2022년 3월부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예금보험제도 개선 검토안’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할 경우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이 나타나고, 이에 따라 저축은행 예금은 16~25%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은행 예금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 간 과도한 수신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담겼다.

특히 한도 상향 시 보호 한도 내 예금자 비율은 98.1%에서 99.3%로 1.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한도 상향에 따른 예보료 인상이 가뜩이나 높은 수준의 대출금리를 자극할 수 있고,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쏠림만 나타날 수 있어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금융업계가 0.1%의 특별기여금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 여력이 많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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