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의 몰락] 올해 부동산 경매 1만6227건 ‘9년 만에 최고’···집주인 파산, 전년보다 두 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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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매 법정 박새롬 기자
부동산 경매 법정 [사진=박새롬 기자]

# 지난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경매3계는 게시판에 공고한 경매 물건 15건에 대한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그중에는 A씨(27)가 2021년 11월 30일 매입한 전용면적 60㎡ 아파트도 포함됐다. 8억4700만원에 해당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자금 중 상당 부분을 대부업체 대출 등으로 마련했다.

A씨는 이듬해 5월 매입한 아파트를 담보로 다른 대부업체에서 총 8억7750만원을 대출받아 기존 대출을 상환했다. 사실상 대출로 아파트 매입 비용을 마련한 뒤 대규모 대출을 갚아나가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을 지속해 온 셈이다. 대부업체는 올해 2월 A씨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경매에 넘겼다. 이날 아파트는 5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A씨가 아파트를 매입하고서 2년여 만이다.

‘영끌족’들이 흔들리고 있다. 2020~2021년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에 대규모 대출을 또안고 주택을 매입했지만 고금리로 인해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버티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값 상승기 ‘막차’에 올라타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과 함께 늘어나는 원리금 부담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21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 법원 부동산 경매 건수는 1만6227건에 달해 지난해 연간 경매 건수(8812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2014년(2만412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매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은 임의·강제 경매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의·강제경매 모두 집주인이 제때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거나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탓에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게 되는 것을 뜻하는데, A씨 사례처럼 대출을 무리하게 받은 2030 영끌족 물건이 경매시장에 대거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이하 가계대출 잔액은 514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27.6%를 차지했다. 이는 40대(28.1%)에 이어 큰 비중이며, 50대(24.8%)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30대 이하 청년층 가계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2020년 이후로 분석된다. 당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5%까지 하향하는 등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왔다. 이자 부담이 줄자 2030세대가 ‘내 집 마련’을 위해 한계 수준까지 대출을 받은 결과 부모 세대를 뛰어넘을 정도로 부채가 늘었다.

 2~3년이 지난 현재 당시 무리하게 받은 대출이 영끌족들을 옥죄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라는 변수를 만나면서다. 2021년 7월까지 0.5%를 유지하던 국내 기준금리는 이후 올해 1월 3.5%까지 10차례나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됐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은행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연간 60% 안팎 수준이다. 대출자 60%가량이 금리 인상으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내년에도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집값 하락이 전망되면서 영끌족들을 불안케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주요국 금리 환경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현재 5.5%에서 인하될 것이라는 설이 나오는 것이 영끌족에게는 그나마 희망적인 소식이긴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내린다 해도 국내 기준 금리 인하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영끌족에게는 내년이 더 힘든 시기가 될 것 같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경매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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