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를 일본 도요타 자동차(도요타)에 공급한다. 도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1055만8000여대의 자동차를 판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상위 10대 완성차 업체 중 일본 스즈키를 제외한 9곳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와 연간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2025년부터 10년 동안 배터리를 공급한다. 이번 계약은 합작공장(JV)을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의 단일 수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늘어나는 전기차 수요에 비해 배터리 공급은 부족한 상황에서 도요타는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도요타는 2021년 전기차 16종을 공개하며, 2030년 라인업을 30종으로 늘리고 연간 전기차 판매량을 350만 대(도요타 250만 대, 렉서스 100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100만 대를 북미 시장에서 파는 것이 목표다.
도요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미시간에 위치한 북미연구센터에 5000만 달러(약 647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 테스트를 위한 실험실을 짓는 등 북미 전기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 홀랜드시에 위치한 단독 공장에서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 모듈을 생산해 도요타의 켄터키 공장에 공급한다. 하이니켈 NCMA는 니켈 비율을 90%가량 높여 배터리 에너지 저장용량을 높인 배터리다. 도요타는 공급받은 모델을 팩으로 조립해 신형 전기차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조 원가량을 투입해 올해 말부터 미시간 공장에 도요타 전용 배터리 셀·모듈 생산라인 구축에 나선다. 2025년 가동이 목표다. 가동되면 미시간 공장 생산 규모가 26GWh에서 40GWh로 커진다. 이곳은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인 ‘마더 팩토리(Mother Factory)’ 역할을 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판매량 기준 글로벌 10대 완성차 업체 중 9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일본 혼다와 미국 오하이오주 페이엣카운티에 40GWh 규모 합작회사를 건설하기 위해 5조1000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 중 두 번째로 도요타와 손을 잡았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자국 기업에서 부품 공급받는 것을 선호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무척 이례적”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액과 생산 능력도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6월 말 수주 잔액은 440조 원이다. 이번 도요타와의 계약을 kWh당 가격(120∼130달러)으로 계산하면 계약 규모는 30조 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하면 미국에서 2개의 단독공장과 6개의 합작공장을 운영하게 된다. 미국 내 생산 규모는 342GWh로 늘어난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