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수출길 개척에 나선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공습이 매섭다. 중국 기반 브랜드의 유럽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올 들어 11%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은 중국 당국의 보조금 관련 규제를 시사하고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중국과의 전선이 유럽까지 확대되는 데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규제 불똥이 튈까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중국 신에너지차(순수전기차+하이브리드+수소차)의 유럽 수출량은 2020년 7만2259대에서 지난해 54만5244대로 2년 만에 7.5배로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 45만792대가 수출돼 연간으로는 80만 대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순수전기차만 보면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5월 EU의 중국 순수전기차 수입액은 44억4920만 유로(약 6조3348억 원)다. 산술 계산으로는 연간 100억 유로 돌파가 유력하다.
비야디와 지리자동차그룹, 상하이자동차그룹 등 중국 3대 자동차 브랜드의 유럽 내 합산 점유율은 2020년 4.1%에서 올해(1∼8월) 11.7%로 7.6%포인트 높아졌다. 비야디의 경우 자사의 첫 번째 유럽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각국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 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할 계획을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저가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나고 막대한 (중국 당국의) 국가 보조금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되고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경영 컨설팅 기업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정부가 2016∼2022년 신에너지차(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에 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570억 달러(약 75조5500억 원)를 투입했다고 추정했다.
구체적인 조사 방식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재 EU가 역외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 1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조사가 최소 9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상무부 측은 “EU가 하려는 조사는 공평 경쟁을 명목으로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로 강한 우려와 불만을 표한다”고 했다.
한국 자동차 업계로서는 중국의 유럽 시장 공략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유럽은 친환경차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로서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중형급 이상이고, 중국산은 저가 전기차가 주류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정면으로 맞붙진 않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고 중국도 고가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조만간 같은 차급에서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차에 대한 EU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마냥 유리하다고 보긴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차를 선택권에서 제외한 유럽 소비자는 가성비 대체재로 한국차보다는 폭스바겐그룹 등 유럽산 전기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아름 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원은 “이번 EU의 조치는 궁극적으로 유럽 기업 육성의 목적으로 보이는데, 역내 기업에 특혜라든지 지원 정책이 나올지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