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긴장할까… 현대차가 2033년 자율주행 ‘이것’으로 추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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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경쟁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기술 기능의 우열이 아닌,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학습해 차량에 반영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시대가 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그 핵심 전략으로 ‘데이터 플라이휠’을 내세우며 글로벌 자율주행 경쟁의 전면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경기 성남시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 포티투닷 본사에서 ‘자율주행 미디어데이’를 열고, 데이터 수집부터 AI 학습·검증·배포에 이르는 데이터 플라이휠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민우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2033년 자율주행 데이터 경쟁에서 글로벌 경쟁사를 추월할 자신이 있다”고 공언했다.
데이터 플라이휠, 어떻게 작동하나
데이터 플라이휠은 단순한 개념이지만 그 파급력은 막대하다. 차량에서 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 학습과 검증에 활용한 뒤 개선된 모델을 다시 차량에 배포해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40여 대의 전용 데이터 수집 차량을 주야간 운영하며 기반 데이터를 쌓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의 ‘양’보다 ‘질’에 있다. 정성균 포티투닷 GL은 “AI가 이미 충분히 학습한 평범한 고속도로 직진 장면을 계속 보여준다고 해서 성능이 크게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AI가 어려워하는 엣지 케이스를 얼마나 정밀하게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이 어려워하는 사례를 자동 선별하는 ‘하드 이그잼플 마이닝’ △신규 데이터를 지속 반영하는 ‘컨티뉴어스 트레이닝’ △실제 주행 데이터를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3D 가우시안 스플래팅’ 등의 기법을 병행한다.
급제동·급가속·자율주행 기능 해제 등 특수 상황 발생 시 전후 15초 데이터를 자동 기록하는 스페셜 이벤트 리코더(SER)도 데이터 플라이휠의 핵심 장치다. 현대차그룹은 궁극적으로 연간 700만 대 이상 판매되는 양산차 전체를 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판매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으로, 테슬라·GM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잠재 데이터 공급원이다.

투 트랙 전략, 2028~2029년 양산 로드맵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전략은 ‘엔비디아 솔루션 기반 조기 양산’과 ‘자체 AI 내재화’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엔비디아 솔루션을 활용한 레벨2+ 자율주행은 2028년 상반기, 레벨2++는 2028년 하반기 양산차에 적용하고, 자체 개발 모델인 ‘아트리아 AI(Atria AI)’ 기반 레벨2++ 차량은 2029년 하반기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아트리아 AI는 포티투닷과 현대차그룹이 공동 개발 중인 엔드투엔드(E2E) 기반 자율주행 AI다. 카메라·레이더 등 센서의 원시 데이터를 입력받아 인지·판단·제어 전 과정을 하나의 모델 내부에서 처리한다. 기존 모듈식 구조와 달리 거대한 단일 신경망이 전체 주행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센서 아키텍처는 엔비디아 ‘DRIVE Hyperion’ 에코시스템을 기준으로 표준화하며, 카메라 10개·전방 레이더 1개·초음파 센서 12개로 구성된다. 박민우 사장은 “2028년부터 생산되는 차종에 최대한 동일한 센서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 인프라 역시 공격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약 100MW 전력, 5만 개 GPU 규모의 ‘Hyperscaler AI 캠퍼스’를 구축 중이다. 외부 클라우드 임대 없이 자체 인프라로 학습·검증 파이프라인 전체를 운영해 비용·속도·보안 세 가지 측면의 통제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설명하는 AI’와 2033년 역전의 조건
현대차그룹은 E2E 방식의 아트리아 AI와 함께 시각–언어–행동(VLA) 모델 개발도 병행한다. E2E가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반면 AI가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반면 VLA는 카메라 시각 정보에 언어적 추론을 결합해 AI 스스로 판단 근거를 자연어 문장으로 출력하는 구조다. 이날 공개된 시연에서는 차량이 차선을 변경하는 상황에서 그 이유를 텍스트로 설명하는 화면이 공개됐다.
‘설명 가능한 AI’는 사고 발생 시 책임 규명과 규제 당국의 레벨3~4 상용화 허가 과정에서 핵심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VLA 기술은 자율주행을 넘어 물류 로봇·제조 로봇 등 피지컬 AI 전 분야로 확장 가능한 공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그룹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와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연말 국토교통부와 협력해 전남 광주에서 아트리아 AI를 탑재한 레벨4 실증 사업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자율주행은 기능이 아닌 데이터 학습 속도의 싸움으로 재정의됐다. 연 700만 대 판매량이라는 물리적 기반, 5만 GPU 규모의 AI 캠퍼스, 그리고 2029년 아트리아 AI 양산이라는 로드맵을 갖춘 현대차그룹의 ‘2033년 역전 시나리오’는 이제 숫자가 아닌 실행력으로 증명해야 할 단계에 접어들었다.